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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어떤 인연 누나네 집 아이들은 모두 셋, 그리고 모두 여자 아이들. 그 중에 둘째는 올해 다섯살. 모두 날 잘 따르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날 가장 좋아하는 아이. 신기하게도 이 둘째 조카를 보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는데, 날이 어느 정도 풀린 지난 겨울 어느날, 둘째 조카가 뛰는 뒷모습을 보며 누나에게 "난 쟤가 뛰는 뒷모습을 보면 뭔가 가슴 속이 아련해지는 그런 느낌이 들어, 신기해." 라고 했더니, 누나 왈, "너희 둘 무슨 전생에 가슴 아프게 헤어진 연인 사이냐?" 라며 웃었다. 몇 달 전, 우린 이런 대화를 하고 나서 친해졌다. 승연 : (내 무릎에 앉아 나와 장난을 좀 치다가) 삼촌, 삼촌 눈에는 뭐가 있어요? 나 : 글쎄...? 뭐가 있을까? 승연 : 삼촌 눈에는 뭐가 있냐고요.. 더보기
[대화]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 #2 그 : 어떤 아프리카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는데, '우리는 한번 친구면 영원히 친구다.' 라고 하더라고. 자기가 사는 나라에서는 그랬대. 어떻게 생각해? 그녀 : 어렵지. 아, 그건 생각하기 참 어려운 문제야... 그 : 어떤 면에서? 그녀 : 예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몸에 암세포가 있으면 잘라내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 살 확률이 있는 거잖아. 그런데, 만약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암세포라면? 아니면 내 친구 중의 하나가 사람들 사이에서 암세포라면? 게다가 더 무서운 건, 그걸 누가 판단하는데? 그 : 부시가 악의 축 운운 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지. 그녀 : 죽어도 '석유 전쟁'이라는 말은 안하면서 말이지. 그 : 이스라엘은 그저 광대한 지구의 조그만 땅덩이일 뿐인데. 그녀.. 더보기
삼촌, 안마 해줄께요. 너무나 섬세한 마음에 목소리도 작고, 동생에게 치이는 일도 잦았던 승연이, 요 며칠 씩씩하고 크게 이야기하니 동생이 대드는 일도 줄어들고 어른들도 칭찬하니 스스로도 약간 기분이 좋아진 상태. 승연 : (한참 놀다가 갑자기 내 뒤로 돌아가더니) 삼촌- 나 : 응? 승연 : (갑자기 안마를 시작한다. 톡톡톡톡-) 나는 '안마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승연이가 갑자기 한마디 한다. 승연 : 삼촌- 안 덥게 해줄께요- (계속 안마를 톡톡톡톡-) 나 : (응?) 으응- 순간 이해는 잘 안됐지만 (지금은 겨울이잖아!) 일단 대답을 하고 나서 한 5초쯤 지나고 나서 하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보통 아이들이 안마를 해주면 어른들은 "어- 시원~하다-"고 하는데, 승연이는 그 "시원"을 덥지 않아 "시원".. 더보기
주연이가 무서워 하는 것 며칠 전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주연 (6살) : 삼촌- 저는 크고 무서운 거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어요. 나 : 그래? (눈을 반짝이며) 그게 뭔데? 주연 : 습관이요. 나 : 왜? 주연 : 한번 습관이 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저도 모르게 제가 그걸 하고 있거든요. 나 : 그렇구나- 주연 : 그리고, 고치고 싶은 습관을 고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래서, 무서워요. 나 : 그래, 주연이 말이 맞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더보기
승연 in wonderland 며칠 전 승연이가 자다 깨서 엉엉 울면서 내게 왔다. 승연 : (엉엉 울면서) 삼촌- 나 : 왜 그래, 승연아? 기분 나쁜 꿈 꿨어? 승연 : (울면서) 예... 나 : 어떤 꿈인지 말해줄 수 있어? 승연 : (역시 울면서) 하얀 토끼가 자꾸 따라왔어요, 꿈에서- 난 싫은데-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혼자 생각하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애인지라 순간 '의 토끼가 승연이의 꿈 속에 나타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에도 승연이(4살)는 말로 많은 걸 표현하지는 않지만 놀라운 상상력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