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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름 전쯤에 웹서핑을 하다가 음식 사진에 테러를 당해서 통닭을 배달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통닭을 거의 배달시켜 먹어본 적이 없는 저는 현금이 있나 잘 확인하고 네이버와 다음, 구글에서 XX동 통닭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날리고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닭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누군가 괜찮다고 얘기했던 OO치킨이 떠올라 찾아보니 집 근처에 있더군요. 옳다구나 하면서 전화를 하려는 순간 다음과 같은 짧은 리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단지 2개의 리뷰였는데 저는 다른 곳으로 배달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 이 사이트는 리뷰가 별로 없는 사이트인데 리뷰가 2개나 달렸네?
- 정말 열 받은 사람들이 쓴 글 같은데?
- 어라, 열 받은 이유가 똑같네?
- 게다가 두 개 모두 올해 작성된 거잖아!

과연 저 통닭집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                                     *                                     *


어제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링크된 쌍용차 클레임 관련 글을 읽고는 너무 황당했습니다. 자동차 사이트로 유명한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이었는데, 제목은 "쌍용차 소비자한테 욕하고 반말하다" 이었죠.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어느 쌍용차를 구입한 분이 자동차 수리를 부탁하려고 쌍용차 고객센터에 상담을 했는데 고객센터에서는 한 달씩이나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면서 고객 약을 올려가며 수리를 해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함은 국가에서도 전부 무상으로 수리해달라는 결론이 것이었답니다.

그래서 고객이 직접 자신을 뺑뺑이 돌린 고객센터에 찾아가서 화를 냈습니다.

영상은 찾아가서 화를 낸 부분부터 찍혀있습니다.


링크된 글에 있는 동영상을 보면 고객센터 실장쯤 되는 분이 고객과 쌍욕을 하면서 싸우시더군요. 동영상 만으로는 전후 사정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저걸 녹화한 고객은 정말 화가 많이 났던 모양입니다.

처음 저 글과 동영상을 볼 때까지만 해도 '쌍용차 본사에서는 모르는 사실일 수 있으니 쌍용차의 잘못이라고 하면 안되겠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객센터 담당자의 이름을 넣고 검색을 하니 적지 않은 글이 튀어나옵니다. 오래 전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나 봐요.

이쯤 되니 쌍용차의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저 분이 계속해서 같은 업무를 보는 걸 보면 말이죠. 게다가 고객 AS 를 담당하는 자리에요!


*                                     *                                     *


타이거 우즈가 집 앞에서 작지 않은 사고를 내놓고는 경찰조사까지 거부해 가며 그 이유에 대해 오랫동안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해 했죠. 각종 루머가 도는 와중에 가장 유력한 것은 바람을 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지자 한 기자는 직접 할 수 없다면 대신 말해 줄 사람을 구하라 ("If he's not able to do it, find someone to do it for him")는 조언까지 했죠.

결국 그는 자초지종을 자기 홈페이지에 밝혔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나쁜 소식은 확산되었고, 코미디언들은 좋은 먹잇감을 발견했으며, 대중의 머리 속에는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아주 작은 의심이 들어갔기 때문이죠.


*                                     *                                     *


위의 세 사례는 각각 다른 형태입니다.

통닭집은 아마 지금도 자신의 집에 대해 저런 악평이 달려있는지 모를 겁니다. 저 같은 고객을 잃고 있다는 걸 모르겠죠. 이건 조금은 억울한 케이스일 수 있습니다. 정보의 유통에서 소외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입니다. 아예 방법이 없으니까요. 나를, 우리 조직을 내가 모르는 곳에서 리뷰하고 있을 때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이 있을까요?

쌍용차는 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직원을 가만히 둘까요? 개인의 잘못된 행동이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여러 고객들이 여러 통로를 통해 불만을 표시한 걸로 보아 쌍용차에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말이죠.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두는 거라면 정말 막장이겠죠. 하긴, '모르쇠'는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대기업 등 힘있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죠. 제일 나쁜 방법이고요.

타이거 우즈의 대처는 확실히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뭔가 빨리 말했다면 저런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루머 또한 없었겠죠. 늦은 해명을 보고 든 생각은 '뭔가 불법적인 요소는 없어서 당당하나 밝히고 싶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입니다. 만약 그의 옆에 탁월한 능력의 대리인이 있었다면 뭐라고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새삼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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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M과 TNM 소속(?) 블로거들이 비판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몇몇 블로거들이 작정하고 플레임 워를 일으키고 있어서 한동안 잠잠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삼성이라는 기업도 끼어있고)


공간의 문제

신문이나 잡지에도, 심지어 라디오와 TV에도 광고는 존재한다. 상업 미디어가 아니어도 광고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광고를 광고로 이해한다. (물론 그러지 못한 사람들, 광고든 아니든 관계 없다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빅뱅이 나오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폰을 산다든지, 17차를 먹으면 전지현처럼 날씬/섹시해질 것이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삼성의 햅틱2 혹은 T옴니아 광고 (혹은 삼성이 스폰을 댄 리뷰)가 보통 블로그의 글 (post, article)이 보이는 공간 이외의 공간에 보였다면 지금과 같은 플레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사람들은 씨네21에 실리는 양담배 광고에는 비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LG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싣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소개 기사에는 '뭐야, 완전히 광고잖아' 라며 한마디씩 한다. 기사가 있어야 할 공간에 기사스러운 광고 혹은 기사의 가치가 없는 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도 평상시 '파워블로거의 온라인 자아가 느껴지는 글들'이 있던 공간에 다소 뜬금없는 리뷰가 있었기 때문 아닐까?


블로그스러운 컨텐츠의 부재

솔직히 개인적으로 햅틱2와 T옴니아 리뷰들을 보면서 느낀 건 2가지이다.

1. 자기 돈 내고 T옴니아 사용 리뷰 올리는 블로거는 바보다.
2. 나름대로 수준있는 (혹은 영향력있는 혹은 파워) 블로거라는 분들의 리뷰치고는 수준 미달이다.

TNM이 진행한 이 2건의 캠페인에는 블로거만의 특색이 느껴지는 글들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블로거만의 특징이란? 블로거 개인의 생활이 느껴지는 글, 블로거들 특유의 매니악한 (오타쿠스러운) 글이 없었다는 거다.

광고주인 삼성의 주문 (예를 들어 보통 사람들도 알기 쉽게 써달라든지, 글마다 사진이나 캡쳐를 어느 정도 넣어달라든지)이 있었다거나 TNM의 부탁 (명확한 표현을 쓴다든지, 몇 건 이상의 포스팅을 해달라든지)이 있지 않았나 아니 그 이상의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리뷰가 대부분이다. 그 다양한 파워블로거들의 개성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패널선정의 오류

이렇게 천편일률적인 리뷰를 생산하려면 하드웨어/IT가젯 전문 블로거들에게만 글을 쓰게 하는 게 나았을 것도 같다.

하다 못해 인터넷 서비스를 테마로 하는 블로그라면 해당 제품으로 여러 인터넷 서비스를 돌아다녀 본다든지, 스포츠 블로그라면 경기장 가서 글을 쓴다든지 해야할 것 같은데 일정관리 혹은 메일 세팅, 데이터 이동 등 정도의 리뷰글만 많다. 파워블로거 리뷰가 아니라 그냥 직장인 리뷰라고 해야할 정도로.


방구석 미디어

다시 광고냐 아니냐로 돌아와서 TNM은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새로운 미디어다. 그게 광고 미디어든, 컨텐츠 미디어든 간에.

개인적으로 미디어로서의 가치가 가장 높은 글 (로 대표되는 모든 컨텐츠)는 직접 조사하고, 탐사하고, 체험해서 만들어낸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TNM 소속(?) 블로그 구성을 보면 그 반대의 글을 생산하는 블로그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 같아서 조금 우려스럽다.

이를테면, 해외 유명 IT 블로그의 글을 번역하는 수준에 그친다든지, 기존 미디어와 유사한 톤과 관점에 머문다든지, 대중적인 소재를 직접 발로 뛰지도 않고 심화시키는 노력도 없이 글을 적는다든지 하는 블로그들이 많아질 것 같다는 거다.

그런 속보성 글과 대중적인 글, 안전한 글들이 안정적인 트래픽 확대와 호의적인 반응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게 새로 시작하는 미디어 회사에게는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 중 하나일 것도 같고. (문득 최근 연예 프로그램 관련 기사 아래 '또 낚였다', '기자님 독후감은 미니홈피에 쓰세요.', '요즘 기자는 방구석에서 기사를 쓰네 ㅉㅉ' 등의 댓글이 달리는 게 생각난다)


TNM의 대응

TNM이 지향하는 미디어성은 적어도 오마이뉴스가 실험했고 지향했던 형태는 아닌 것 같다. 뭐랄까, 기존 미디어를 그대로 흉내내는 전략, 프로슈머 영역의 장악 정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좀 더 심해진다면 온라인 광고를 수주받기 위해 글을 생산한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다는 뜻. (이번 플레임이 좋은 예다)

블로그들을 미디어로 묶고 미디어로서의 힘을 키워가는 게 TNM의 목표 중의 하나라면 지금의 TNM 관련 블로거들에 대한 비난은 TNM이 나서서 진화를 시켜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들이 더욱 과감하고 솔직한 글들을 쏟아낼 수 있게 해주는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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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7 03:57

    비밀댓글입니다

    • 2009.02.17 10:2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log.summerz.pe.kr 써머즈 2009.02.18 09:25

      잘 읽었습니다. 정말 그렇군요. (제 생각도 상당히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비밀글이라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고) 말씀하신 대로 나갈지는 저도 의문이군요. 하지만 고민하시는 사항들에 대해 원하시는 바 꼭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힘내세요.

    • 2009.02.19 03:28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blog.summerz.pe.kr 써머즈 2009.02.19 10:05

      저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서로 좀 다르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게 어떤 상호보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거고요.

      좋은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란다는 말 밖에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리고,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면들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그걸 말해 주겠지요. 다시 한번 힘내세요. ^^

  2. Favicon of http://foog.com foog 2009.02.17 11:05

    "자기 돈 내고 T옴니아 사용 리뷰 올리는 블로거는 바보다" ㅋㅋ 가슴아픈 현실이로군요.

  3. Favicon of http://nirvanana.com 너바나나 2009.02.17 15:58

    =>좀 더 심해진다면 온라인 광고를 수주받기 위해 글을 생산한다는 평을평을 들을 수도 있다는 뜻.

    이런 우려에 깊이 공감하구만요. 말씀하신대로 천편일률적인 대체 뭐한디 블로그에서 리뷰가 올라오는 건지 모르는.
    본인 블로그에 스타일이 전혀 녹아있지 않는 리뷰들만 있더만요.

    요즘 아이팟으로 글쓰는 거에 재미 붙이셨근영! 요 정도 분량을 쓰는디도 별 무리가 없나보죠. 좋구만요~

    • Favicon of http://blog.summerz.pe.kr 써머즈 2009.02.18 09:30

      저도 그런 리뷰라면 잘 할 수 있는데... (굽신굽신) ^^

      예. 독수리 타법으로 툭툭 치면서 쓰는 게 의외로(?) 쓸만 합니다. 퇴고 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지 퇴근 시간에 쓰면 시간도 잘 가고 좋더군요. ^^

  4. Favicon of http://sweetcherry.kr Cherry양 2009.02.18 14:57

    이번에 큰 이슈가 된 옴니아 리뷰같은 경우는 블로거들의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summerz.pe.kr 써머즈 2009.02.19 10:05

      다들 비슷비슷할 바에야 처음부터 IT/가젯 전문 리뷰어(블로거)들에게만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ka 妄想代理人, Paranoia Agent


모든 것은 인기 캐릭터 마로미를 만들어낸 캐릭터 디자이너 사기 츠키코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다음 캐릭터도 히트하길 기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만 금색 롤러블레이드를 신고 구부려진 야구방망이를 든 소년에게 습격을 당하고, 이 소년은 "소년 배트"라고 불리우게 된다.

이카리와 바바 형사는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이 단순한 듯 보이는 사건은 소년 배트에게 가격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점점 미궁 속에 빠져든다.


이카리와 바바 형사는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내는데, 그것은 바로 소년 배트에게 당한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궁지에 몰렸다"는 점. 즉, 그들은 궁지에 몰린 사람을 알아내서 그 사람 주위에 있으면 소년 배트를 잡아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b>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감춰두었습니다. (보시려면 클릭)</b>


이 작품은 매우 천연덕스럽게 여러가지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잎새 같은 고전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판타지 혹은 전자오락과 같은 세계를 표현하기도 하고, 컷 아웃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가 하면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한 설명을 붙여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정말 더도 덜도 아닌, 정확히 "곤 사토시 감독이 만든 TV시리즈"라 할 수 있겠다 (2004년작). 시리즈의 중반부에 핵심 줄거리와는 조금 벗어나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극의 전체적인 밀도가 살짝 떨어지는 감도 있지만, 자유로운 형식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오밀조밀하게 엮어놓는 솜씨는 대단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극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음악 역시 말할 것도 없고. :)


<망상대리인> 인트로 및 주제곡 - 夢の島思念公園

이것 저것

妄想代理人 공식 홈페이지 (일본어)
Paranoia Agent 공식 홈페이지 (영문)

tojapan.co.kr - 망상대리인(妄想代理人, 2004)
Ray's 月 - 망상대리인. (바바 형사의 활약상 등 몇몇 이미지 첨부)

히라사와 스스무 (Susumu Hirasawa)가 <천년여우>에 이어 사운드트랙을 맡았다.

chaosunion.com - Susumu Hirasawa (영문)
Wikipedia - Susumu Hirasawa (영문)

D-S in the Wonderland - Rotation (LOTUS-2) - 히라사와 스스무 (<천년여우> 앤딩곡)

만화인 잡학사전 - 호프 (담배)
HOPE 지포 라이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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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 千年女優, Chiyoko - Millennium Actress

창립 70주년을 맞아 개축을 위해 촬영장을 철거하는 은영 영화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전설적인 여배우 후지와라 치요코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타치바나 원야에게 맡긴다. 평소 그녀의 작품을 수십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열혈 팬이었던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선다. 그녀는 전성기를 누리던 30년 전 갑자기 은막 뒤로 사라진 뒤, 신비에 둘러싸여 온 인물. 타찌바나는 어렵게 찾아낸 그녀에게 그녀가 잃어버린 추억의 열쇠를 내 놓으며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 열쇠는 소녀 시절 그녀가 한 남자에게 받았던 것이자 그녀의 평생을 이끌어온 운명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차근차근 입을 열기 시작하는데…


곤 사토시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이 영화 (애니메이션)는 <퍼펙트 블루>의 형제 버전이라 할 수도 있다. 또한, 거짓으로 엮어 이은 진실, 그게 내 애니메이션이다는 그의 말이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형식적으로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인터뷰를 하면서 치요코의 이야기 속에 인터뷰어인 원야와 그의 조수가 등장해 그녀를 쫒아다닐 뿐만 아니라 원야는 그녀의 이야기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한다. 원야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그녀와 같은 촬영장에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배우로서 너무나 좋아하는 팬이기에 (그녀가 출연한 모든 영화를 여러 차례 감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녀의 모든 연기는 언제나 '열쇠 하나 남겨놓고 떠나가버린' 그녀의 첫사랑을 떠올리는 그녀의 현실과 닮아있고, 그 첫사랑을 찾으려는 마음이 그녀가 연기를 하는 동력이 된다. 그녀는 첫사랑을 만난 현실과 영화배우로서의 연기를 하는 영화 속 주인공을 넘나들며 첫사랑에 대한 그녀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다.

<b>지금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시려면 클릭)</b>


곤 사토시 감독은 원래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애니메이션팬의 입장에서 보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다.


/ /

관련 글 : Perfect Blue - 우리 모두가 피해자고 가해자야.

관련 링크

tojapan.co.kr - 천년여우(千年女優, 2001) 소개
tojapan.co.kr - <천년여우>의 곤 사토시 감독

PIFF 2001 by FILM2.0 - 초대석 - <천년여우>의 곤 사토시 감독
PIFF 2001 by FILM2.0 - 선택! 이 영화 <천년여우>

씨네21 - 현실과 환상의 실험은 계속된다, 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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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크게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건 바로 다름과 단절. 주인공인 동구 (류덕환 분)는 성전환수술을 받고 싶어하는 남자 고등학생이다. 그는 다르기 때문에 집 안팎에서 고생을 한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그러나 지금은 맨날 술만 먹고 사고만 치는 그의 아버지 (김윤석 분)마저(?) 그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린치를 가한다. 그래서, 동구는 아버지를 포함한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것들과 단절을 시도한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착한 영화이다. 어쨌거나 해피엔딩이고, 등장인물들도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착하다. 주인공의 진심을 받아주는 인물들도 많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착함'과 어울릴 법한 '예쁘장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권투 선수가 되길 바랬던 아버지의 꿈을 뒤로 하고 발레리노가 된 소년의 이야기인 <빌리 엘리어트>와 비교해 보자면 곱상한(?) 코미디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 영화는 위의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더 나아간다.


그냥 발레가 하고 싶은 소년과 자신의 성정체성을 되찾아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소년의 이야기는 다른 수준이니까. 결국은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어찌되었든 아버지를 설득시킨 후)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하는 소년의 이야기와 끝까지 아버지와 화해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얽혀있는 관계를 끊어버리는 소년의 이야기는 다른 수준이니까.

또한 영화는 그저 힘든 상황에서 이루기 어려운 것을 바라는 소년이 성인이 되어가는 성장영화의 형태를 띄고 있다. 영화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랫동안 버텨내라고 한다. 버텨내야 기회가 오는 거니까. 한두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면 술만 먹는 아버지나 만족할 줄 모른 채 분노로 가득찬 주장처럼 되어버리니까. (후에 주장에게는 변화가 생긴다.) 씨름 한두 판 졌다고 포기해버리기엔 '뒤집기 한판'을 위한 장학금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다름'에 대한 다른 표현일까? 영화는 '변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부분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어서 가립니다. 보려면 클릭)



음악은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다. 전체적으로 전자음악이 주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만약 흔히 예상하는 현악기 위주의 편곡으로 이루어진 곡들이 주된 분위기를 잡았다면 다소 상투적인 분위기가 될 수 있었을 장면들을 재치있게 살짝 살짝 띄워주었다. 일본어 선생님 (초난강 분) 장면들에서 나오는 음악도 매우 적절했고. :)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씨름 장면에서의 음악들인데, 씨름 -> 소싸움 -> 소 -> 투우 -> 스페인 -> 라틴, 뭐 이런 식의 생각이 순식간에 들어서 '기발하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무언가 격돌한다는 느낌이 드는 등 '매우 잘 어울렸다'.

다만 어색했던 부분을 한군데만 잡는다면 동구가 아버지를 잡아서 날리는 장면에서 나오던 음악이었다. 나오는 타이밍이 조금 애매하기도 했고, 조금 밍숭밍숭하게 처리된 느낌이었다.


사운드 중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건 중반부를 지나서 덩치1 (문세윤 분)과 동구가 씨름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 (일종의 러브라인?)가 되서 덩치1이 헤드락을 걸고 동구가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 사용된 효과음이었다. 과장되지 않은 크기의 뿅-소리. 코믹하면서도 오버하지 않으며 진행되는 영화의 전체적인 성격을 대변하는 장면과 소리라고나 할까?

배우들의 코멘터리를 들으면서 오히려 재밌었던 영화가 다소 재미없어진 면이 있었다. 동구의 친구인 종만 역을 했던 배우 (박영서)의 실제 말투와 이야기하는 태도가 좀 거슬렸다는 것 말고도 재미없었던 건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인 "다름"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화들이었다. 배우들은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으리라 생각하는 관객의 생각이 사라졌는데 다들 "만약 내 자식이라면 어휴~"라는 말을 하며 공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얼마나 감독들이 소외되며 살았는지…"라는 농담 아닌 농담에 다들 재밌어(만) 하며 웃는 반응 등 때문이었다.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씁쓸함이 오히려 코멘터리를 통해 완성되는 순간이랄까.

영화를 보기 전에 '착한 영화'라는 표현을 많이 봤는데,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이 영화가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영화'라서 더욱 좋았다.

/ /

그리고

- 예전에 분명히 <으랏차차 스모부>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씨름과 스모라서 비슷하지 않을까 하며 생각했던 기억도 나는데 말이지.

- 꽤 많은 씬에서, 류덕환의 얼굴에서 조승우를 보았다. 조승우랑 닮지 않았나? (둘은 7살 차이)

- 그리고, 백윤식 역에 대한 설명은 카이만님환상의 커플, 그리고 고아의식을 읽으면 될 듯 하다. 앞부분도 재밌지만 뒷부분과 첫번째 리플이 이 글과 관계가 있다. 고아 의식, 아버지 찾기,이상적인 멘토 그리고 백윤식.

관련 링크

씨네21 - 동아시아판 <빌리 엘리어트>, <천하장사 마돈나>
씨네21 - 영화 속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캐릭터들 [1] [2]
씨네21 - 발견! <천하장사 마돈나> [1] [2][3]
<천하장사 마돈나> 류덕환과 씨름부 3인방 [1] [2] [3]

필름2.0 - 유쾌한 성장담
필름2.0 - 자, 지금부터! 놀라지 마십시오 2006년의 아이들, 배우 류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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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rborday.egloos.com Arborday 2006.12.24 11:36

    욕심을 확 줄이고 재미있게 만든 작품 같았어요. 상당히 괜찮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만, 성장통 약한 성장영화는 웬지 판타지 같은 느낌이.

    코멘터리나 삭제장면 보면서 재미가 무척 없어졌던 경우가 저도 몇 번 있었어요. [엽기적인 그녀]의 감독코멘터리, 저는 정말 꽝이었구요. [선생김봉두]를 보면서 편집의 힘을 느꼈지요.

    • Favicon of http://summerz.pe.kr 써머즈 2006.12.25 10:56

      실제로 판타지가 드문드문 들어있어서 전체적으로 판타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음악도 그렇고 말이죠.

      코멘터리를 넣는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