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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불평: 가족의 탄생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영화가 너무 불편했다.

첫째 그리고 셋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형철 (엄태웅 분)이라는 인물이 너무 싫었다는 게 첫번째 이유이다. 우선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극중 배역에 공감할 수도, 극중 배역을 싫어할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난 형철이란 인물이 영화 속에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게 너무 싫었다. 심지어 그 인물은 현재의 주인공들 삶에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도 없는 '추억 속의 악당'으로 과거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형철이란 인물이 악역이냐고? 내가 보기엔 악역이다. 영화 끝날 때까지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엔딩 때까지 주인공들을 괴롭히고 괴롭히는.

주인공들의 성격상 대문 걸어 잠근다고 다시 그 인간을 위해 문 안열어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게 가족이라는 걸까? 나쁜 놈이건 순해 빠진 놈이건 정을 끊지 못하는 관계? 어떤 불합리한 것에 힘을 모아 맞서서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은 그대로 '방치'한 채 매번 당하고 그럴 때마다 다시 잡초처럼 일어서는, 한을 승화시켜내는 모임? 이런 느낌은 아마도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형철에게 '아이구, 이놈아-' 소리 하는 모습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크리라 생각한다.

영화 속 인물들이 내가 했던 경험들을 직간접적으로 자꾸만 건드리고 있었다는 게 두번째 이유이다. 이 역시 영화 속 인물과 이야기가 사실감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복하기 싫은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자꾸 건드리니 많은 매체, 평, 감상글에서 영화의 주제라고 하는 것들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꿈틀거렸다.

류승범 에피소드를 보면서 '배우란 정말... !@#!@##$@#'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세번째 이유. 예술가들은 원래 자기 살을 파내고, 자신의 상처를 더욱 드러내며 살아간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볼 때 류승범 에피소드는 정말 대단했다고 본다. 성인배우들이니 자신의 최종 결정 하에 영화에 출연하는 걸텐데 말이지. 물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데는 기본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 '둘이 정말 좋아하는 사이였으리라는 것'. 내가 바보같은 관객일지도 모른다. 영화와 실제 따위를 제대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게다가 남의 연애사에 왈가왈부 하다니. (류승범과 공효진 둘 다 좋아하는 배우기 때문에 그러겠지.) 어쨌거나, 난 참 불편했다.

이 '불편 삼단 콤보' 때문에 '영화 볼 때 영화와 현실을 너무 진지하게 대조해보는 내가 나쁜 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사실 그냥 '영화는 영화일 뿐' 하면서 보는 영화들도 엄청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느낌 좋다'라고 하는 영화에 대해 '글쎄, 잘 모르겠는데?'도 아니고 '아, 불편해-'라고 느낀 영화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 나, 너무 폭력적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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