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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말죽거리 잔혹사

말죽거리 잔혹사


감독 : 유하
배우 :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학교다닐 때, 난 모범생이었어. 아니, 모범생인 척 했었어.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분명 모범생이었는데, 학교 생활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 애들하고 놀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잘 자기도 하고,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곤욕스러워 하는 선생님들이 안쓰러워 자다 깨서 냉큼냉큼 질문에 대답도 하고.

선생님들의 신뢰를 한번 얻으면 그 이후부터는 왠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괜찮았어. 그걸 이용해서 사고칠만한 짓을 억지로 하진 않았지만 분명 -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혜택을 보긴 봤을 거야.

권상우를 보면서 고등학교 때 친구가 생각이 났는데, 그 친구 아버지가 형사였거든. 그리고, 그 친구는 학교에서 좀 알아주는 편이었지. 사실은 마음이 착한데 - 내가 옆에서 보기엔 참 착한데 선생님들이 그걸 몰라주더라고. 왜, 요즘엔 모르겠지만 예전엔 선생님들이건 학생들이건 정말 많았던 것 같아. 학창시절의 인격은 성적이 대변해준다고 믿는 사람들.

교련 선생님이 "니가 깡패냐~ 폭력을 쓰게?" 하면서 발길질을 해대는 장면이 계속 머리 속에 남네. 돼지 눈에는 돼지 밖에 안 보이고, 게는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다른 게들이 옆으로 걷는다고 웃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세개. 말죽거리가 압구정이라면서? 거참, 상징적이네.

20040225 using GOM Player with mestrez


p.s. (말죽거리가 압구정이 아니라 양재라고 하네. 내게 압구정이라고 말해준 친구가 강남쪽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강남은 강남인데 양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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