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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La Planète Sauvage

La Planète sauvage


감독 : René Laloux
배우(더빙) : Cynthia Adler, Barry Bostwick, Mark Gruner

판타스틱 플래닛.

이 애니메이션 1973년작인 거 알고 있지? 프랑스의 소설가 Stefan Wul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고.물론 나도 이야기만 듣다가 이번에 직접 보게 됐지. 20년도 더 된 '(그 당시의) 명작'을 보는 느낌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는 좀 단순하기도 하고 뻔하기도 해. 이얌 행성에 사는 트라그는 옴이라는 작은 생명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있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옴 '테어'를 어린 트라그 '티바'가 데려다 키우게 되고, 테어는 티바가 공부하는 헤드폰을 통해 트라그들의 지식을 알게 되었지. 티바가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테어에 대해 관심이 줄어들 무렵 테어는 헤드폰을 가지고 탈출하고, 야생에서 자라는 옴들에게 지식을 전파하게 되지.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가 트라그들은 옴들을 소탕하려고 하고, 옴들은 살아남으려고 하는 상황이 생겨.

그래서, 결론은? 딱 대놓고 밝히면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실례가 되니까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그리 충격적이거나 하지 않아. 아마 요즘 만들어진 작품이라 하더라도 과정 등이 세련되게 그려지긴 했겠지만 큰 줄기는 다르지 않았을거라 생각해.

보통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평가하기를 현대사회에서 두드러지는 문화권 간의 갈등, 매스미디어의 권력화와 지배에 대한 경고를 그린 작품이라고 이야기하거든. 게다가 원작을 쓴 소설가 Stefan Wul이 체코 출신이어서인지, 러시아의 체코 침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언뜻 봐도 대충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거 있잖아. 빅 브라더, 문명인들의 잔인함, 지식인들의 우둔함 뭐 그런 것들.

다만 이 애니메이션이 이런 네러티브적인 요소로만 평가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인정받는 거겠지. 단순한 그림들과 동작들, 그리고 요즘처럼 기발한 상상력이 많이 나오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부분적으로는 진부해보이는 상상력들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에너지가 중간중간 느껴졌어. 신기해. 오히려 요즘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발견되는 에너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네러티브와 아트웍과 음악의 묘한 결합에서 시너지가 창출된다고나 할까?

참고로 현존하는 세계 3대 애니메이터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탈리아의 Bruno Bozzetto (브루노 보제토), 구소련의 Yuri Norstein (유리 놀슈테인), René Laloux (르네 룰루) 이렇게 3명이야.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의 감독인 René Laloux는 올해 3월 14일 사망했지.

그리고, 짤막한 이야기 4개.

하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알겠지만 제목(이자 국어 제목이기도 한)인 판타스틱 플래닛 / The Fantastic Planet 보다 원제인 La Planète Sauvage (야만적 행성)이 더 맞다고 봐.

둘.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 애니메이션의 음악 (Alain Goraguer 담당)을 펑키한 재즈 스코어 (혹은 프랜치 팝)라고 하던데, 내가 듣기엔 펑키한 재즈가 아니더라구. 이건 분명히 60-70년대 (아트)락 정도로 구분해야 맞을 것 같던데 말이지.

셋. 보고 난 다음 2가지가 머리 속에 떠오르는데, 하나는 Alain Goraguer이 담당한 음악이고, 다른 하나는 (이 애니메이션과 전혀 상관없는데) Breathless. Richard Gere가 주연한 1983년작 Breathless 말야.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넷.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몇일 후 딴지일보에 기사 ([비교] K국은 한국의 식민지인가?)가 올랐더라고. 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사는 아닌데, 뭐랄까, 이런 식의 비유가 아직도 유효한 걸 보면 이 애니메이션의 생명력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물론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세월이 흐른 걸 느끼게 해주는 네러티브지만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봐.

20040421 CineCube with Coon


관련 사이트 : 씨네큐브의 판타스틱 플래닛 소개


(with n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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