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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PISAF 2005 개막식을 다녀와서.

PISAF 2005 개막식을 보고 와서 남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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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개최하고 얼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았나보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도지사, 시장 등등. 끝도 없이 계속될 것만 같던 축사 릴레이는 몇몇 축사를 생략하고 손 흔드는 것으로 대체하던 몇몇 인사들 덕분에 조금이나마 빨리 끝날 수 있었다.

그 이후는 단편 4편을 모은 독특한(?) 형식의 개막작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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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를 생략한 사람들도 다 자기 자신을 알리고 싶은 마음들이 한편에는 있었겠지.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생략했겠지. 그리고, 긴 혹은 짧은 축사를 읽어내려간 사람들도 여러가지 이유로 그리 했겠지.

문득 이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축사를 생략한 인사는 행사장에서 "다음 축사는..." 이라는 말에 한숨을 쉬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았지만, 집에 들어가서는 배우자에게 "왜 당신은 그런데 가서 얘기를 안하는 거예요? 얼굴 한번이라도 더 비치고 이름 한번이라도 더 불려야지 !" 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상상. 그리고, 그 반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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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은 총4편. 정보는 여기서. http://www.pisaf.or.kr/movie/1_1.asp

짤막하게 감상을 적자면,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 (감독 박기완)은 여느 단편들처럼 무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장난만 치지도 않는 그러면서도 재치 번뜩이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실사배경과 디지털로 표현한 2D 캐릭터들이 도시의 빛들과 잘 어울렸다. 실제로 사운드는 그리 많이 들어가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짧지만) 인상적인 소리는 시계바늘 소리. 그리고, 음악이 작품에 플러스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장르의 음악이 화면에 여러가지 분위기를 입혔다고나 할까?

리오나르도 미오 (Lionardo Mio) (감독 이반 세바스토바)는 시각적으로 무척 화려한 작품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라 조콘다의 탄생에 관한 진실"에 관한 내용이라는데, 관련 지식이 부족하여 무슨 내용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형이상학적 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 바로 다음에 상영되어서 인지, 전개가 무척 빠르다는 느낌이었고 그 빠른 편집과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뭐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대사를 치는 스크류볼 코미디 같은 느낌?

레 비즈기즈 (Les Bizguiz) (감독 올리버 로쿠스, 아너드 두커)는 마이크로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는데, 보는 내내 "얘네는 역시 갈 때는 확실하게 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봤다.

미생물 정도 되는 입자들의 모습을 현대 대중문화에 빗대어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7분여 되는 시간 동안 사실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보고 있으려니 좀 징그럽기도 하고, 갑자기 결벽증 환자가 된 것 같기도 하고.

반도여정 8000 (Round My Peninsula in 8000 Stills) (감독 폴 드느와이어)는 제목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는데, 작품에 나오는 장소는 자신의 행동반경 근처에 있는 장소인가 보다. 원제로 추측해볼 때 그 장소 (반도)를 8000장으로 표현한 것이고.

단순하게 길을 따라 걷는 영상을 한참 보고 있으려니 머리 속에는 오히려 많은 생각들이 났다. "하루에 얼마나 찍었을까?" 부터 "망설임 없이 발 닿는 곳으로 간 걸까?", "혼자 걸었을까?" 등등.

단순한 영상을 여러 느낌을 느끼며 볼 수 있었던 건 음악 때문인데, 마치 그 영상 안에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음악이 고조되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하며 조화를 부리고 있었다.


관련사이트

PISAF 2005
(Pucheon International Student Animation Festival,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