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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The Forgotten - 현실보다 강한 기억

The Forgotten


감독 : Joseph Ruben
배우 : Julianne Moore, Gary Sinise, Dominic West, Christopher Kovaleski

스포일러 경고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이 글을 읽지 않으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일상을 유지시켜주는 근간 중의 하나이면서도 별로 믿을만하지 못한 것 같아. 실제로 벌어진 일들은 분명히 있지만,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기억하고 있거든. 세상의 역사는 승자들의 역사라고 했던가? 개인의 기억은 이기적인 기억인 것 같아.

영화에서 Telly (Julianne Moore 분)은 비행기 사고로 잃은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그녀의 의사인 Jack Munce (Gary Sinise 분)은 그녀에게 아들은 원래 없었고, 비행기 사고도 없었다고 이야기해줘. 그녀가 모든 걸 상상 속에서 만들어냈다고 하니 Telly는 얼마나 억울하겠어.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가족 사진, 비디오 테입 등을 확인해보지만 그 때마다 아들의 모습은 기록 속에서 지워져있는 상태야. 그녀의 아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도 그들은 모르겠다는 답변만 하고. 미칠 지경이지.

그런데, 아들이 존재했었다는 걸 밝히기 위한 그녀의 끈질긴 노력은 실마리를 잡아내. 알고 보니 아들이 정말 살아있는 것 같은 거야. 아들이 살아있었다는 증거들이 하나씩 나오는 거란 말이지. 국가정보기관에서 그녀가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하게 막는 걸 보니 감춰진 뭔가가 정말 있는 것 같은 거야.

결말은? 이 영화는 일종의 '반전'영화라 밝힐 순 없지만 뭐랄까 좀 맥이 빠졌어. 이런 류의 영화는 (그리고 많은 영화는) 의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존재했다고 믿었던 것이 결국은 존재했다'는 사실은 심심하지 않나 싶어. '존재하지 않았던 걸 존재했다고 믿는다'는 설정이 훨씬 더 흥미진진한 것 같아, 그 반대의 설정도 마찬가지고. 이야기거리도 더 많지 않나 싶어.

한가지, 이런 류의 영화의 재미를 오직 '반전'에만 추구하는 경향은 좀 별로인 것 같아.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로 뒤집는 영화라면 몰라도 이런 영화는 보면서 뭔가 있나 하는 상상을 하잖아. 게다가 '반전'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되려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를 느끼지도, 즐기지도 못하게 되니까.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두개 반. 초반부는 흥미진진했어. 엑스파일의 한 에피소드였다면 훨씬 재밌었을 것 같아.

20041119 Hoyts (George St.) with Y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