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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Shaun of the Dead - 사랑과 우정 그리고 좀비

Shaun of the Dead


감독 : Edgar Wright
배우 : Simon Pegg, Kate Ashfield, Nick Frost, Lucy Davis, Nicola Cunningham

'공포영화'라는 게 그 뜻이 꽤 넓은 단어이긴 하지만, 공포영화 하면 떠오르는 사실이 몇가지 있는데,

-. 공포는 매우 유용한 정치 수단이다.
-. 지극히 비현실적인 내용들이 많음에도 현실적인 풍자가 강하다.
-. 잘 만들어진 공포영화는 대부분 소리가 한 몫 한다.
-. 공포영화는 음악/음향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장르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공포에 코믹을 섞는 시도는 '공포'와 '공포영화'가 가지는 속성을 잘 간파한 사람들이 만드는 멋진 저항이라는 것.

Bowling for ColumbineFahrenheit 9/11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구사하는 매우 효과적인 정치수단이 바로 '공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사람들에게 겁을 줘서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동안 자신들이 원하는 걸 은근슬척 해치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잖아.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예고편, 그리고 다른 영화를 보러 갔다가 본 포스터는 정말 기발했어. 게다가 Peter Jackson 감독을 비롯해서 많은 영화인들의 칭찬 섞인 코멘트들까지! (게다가 George A. Romero는 극찬을 했다지? 재밌는 건, 이 영화의 제목은 Romeo 감독의 3부작 중 Dawn of the Dead를 패러디 한 거야.)

영화는 좀비영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로맨틱 코미디(?)야. 실제로 감독(과 주연을 맡은 Simon Pegg)이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기도 해. 따져보면 로맨틱 코미디의 특징과 구성을 하고 있거든. (어리숙한 행동을 하는 등장인물들, 자꾸만 꼬여가는 상황, 이루어질 것 같으면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남녀 주인공 등 말야.)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일하는 Shaun (Simon Pegg 분)은 여자친구인 Liz (Kate Ashfield 분)로부터 찬밥신세가 되지. 친구 Ed (Nick Frost 분)와 술을 진탕 먹고 자고 일어났는데, 글쎄 갑자기 바이러스가 돈다고 하더니 밖이 좀비들의 세상이 되어버린 거야. Shaun은 Ed와 함께 어머니와 Liz를 구하려고 모험(?)을 강행하지. 미국영화에서 좀비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하던 야구배트 대신 '크리켓 배트'를 들고 말야. (아, 이 영화는 About a Boy, Love Actually 등을 만든 Working Title에서 제작을 한 영국영화지.)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도 좀비영화의 탈을 쓰고 있는 한 무서운 장면들은 종종 나오지만 전반적으로 웃기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 영락없는 코미디 영화야. 그리고 그 엉뚱한 감각은 분명 미국산은 아니라고 생각해. 크게 웃기지 않지만 킥킥 거리게 만드는 유머 말야.

그리고, 마치 장을 나눈 것처럼 '처음 - 중간 - 끝'이 확실히 나뉘는 전개를 취하고 있어. 지하철 갈아타듯이 기분 새롭게 봤다고나 할까? 그리고,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꽤 신선했고, 결말도 전혀 진부하지 않았어. 마냥 웃기지만은 않은 재기발랄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해. 각본을 함께 쓴 감독 Edgar Wright와 주연 Simon Pegg이 인터뷰를 한 걸 봤는데 재밌는 사람들이더라구.

내가 왜 이 영화를 빼먹었나 몰라. 기록해 놓은 줄 알았는데, The Grudge에 대해 적고 나서 찾아보니 없더라고. 재밌게 봐놓고 빼먹다니.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도대체 몇 년만에 본 좀비영화이던가.

20041023 Hoyts (George st.) with yuri


내가 본 인터뷰)
SMH - Love at first bite (※ 주의 : 해당 페이지의 사진이 조금 무서움)

현대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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