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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Perfect Blue - 우리 모두가 피해자고 가해자야.

Perfect Blue


감독 : 사토시 콘
배우 :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츠지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스티븐 브럼

퍼펙트 블루.

인기는 많지만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한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아이돌 그룹 차무 (Charm, 참)와 그룹의 리더격인 미마. 기획사에서는 그녀가 용도 폐기되기 전에 그녀를 배우로 변신시키려고 하지.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그 결정에 따르게 되고.

그런데,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거야. 그녀의 광팬의 짓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거지 - 물론 살인사건까지 포함해서. 그녀 또한 점점 배역 속의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혼동하기 시작하고, 그녀의 삶도, 그녀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미궁 속을 해메기 시작해.

이제 미마 그녀는 차무의 일원이 더 이상 아니야. 그녀가 출연하는 드라마 '더블 바인드'는 살인사건과 협박 소동으로 관심을 얻고 그녀의 누드집과 노출 연기 - 강간씬을 통해 점점 인기를 얻어가지. 미마는 그 드라마 안에서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살인을 저지르는 요꼬라는 소녀를 연기해. 그런데, 미마 자신이 점점 현실과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하는 거야. 영화는 점점 더 속도감 있게 달려가지.

난 실제 연예산업의 생리나 뒷이야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사정은 또 다르겠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꽤 공감이 되었어. 풍문으로 들리던 이야기들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도 있고 말이지. 왜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러잖아. 아이돌 밴드의 수명이 다해가면 기획사는 그들을 배우로 내보내고, 또 그러다가 각자 인기가 높아지면 다시 모여 앨범도 내고, 아역출신 배우들이 아역 꼬리표를 떼려고 노출연기를 불사한다거나 좀 더 강한 배역을 연기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야. 그리고, 입에 담기 거북한 지저분한 풍문들도 함께.

Perfect Blue는 처음엔 틀을 단단하게 다지며 시작하지만, 내용이 진행되가면서 열린 구조를 보여주고 있어. 결말도 열려있지. 다음은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 세바스티앙 자프리조의 소설 '신데렐라의 덫'의 선전문구라고 하는데 이 애니메이션의 홍보에도 쓰이고 있지.

"나는 피해자이다. 또한 목격자이고 용의자이며 탐정이고 범인이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영화가 진행되어 가면서 피해자, 범인 등의 관계가 점점 드러나지만 영화가 종반으로 치닫고 다 끝나게 되면 오히려 누가 범인이고, 피해자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어져. 영화는 내내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않고 보여주고, 등장인물 누구도 그걸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할 뿐더러, 감독도 구분해주지 않거든. 시나리오도 연출도 아주 멋졌다고 생각해.

이 애니메이션의 홍보문구처럼 난 그들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그들 모두가 가해자고. 등장인물 모두는 단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데, 그로 인해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있던 거지.

Perfect Blue는 97년 제1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출품이 되었었지. 그 해 꼭 이걸 보고 싶었는데, 결국엔 7년이 지나서야 보게 되었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괜찮았어. 영화의 내용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해 - 아니, 어떤 부분은 더 심해졌다고 봐야되지 않을까?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우리나라의 아이돌 가수 출신 연예인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까? 봤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041020 by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