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오시이 마모루
배우 : 오츠카 아키오, 타나카 아츠코, 야마데라 고이치, 다케나카 나오토, 오키 타미오
イノセンス / Innocence: Ghost in the Shell / 이노센스
영화를 보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것저것 찾아보았지. 그러다가 감독의 인터뷰 몇개를 읽어보았지. 그것들을 보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오시이 마모루는 개인적 취향이 강한 비주얼리스트에 가깝다는 거였어. 역설적인가? 공각기동대로 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말야.
난 이 애니메이션은 처음 의도는 어찌되었건 공각기동대의 팬서비스에 가깝다고 생각해. 공각기동대도 이노센스도 원작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고, 공각기동대보다 사건도 상당히 단순한 편이어서 마치 TV 시리즈인 SAC (Stand Alone Complex)의 한 애피소드같은 느낌이고, 공각기동대를 본 사람들을 위한 설정도 있거든. 공각기동대부터 SAC를 본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볼 정도라고나 할까? 게다가 1편의 사상(?)과는 정반대로 '육체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지 않은가'라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도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사실 위의 말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SF 마니아들 상당수는 공각기동대가 나왔을 때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 사실 사상적으로 그동안 나왔던 많은 소설들과 구별될 정도로 큰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았던 건 사실이니까. 그걸 시각적으로 매우 적절하게 표현했던 가치는 크지만 말이지. 이노센스가 나온 이 시점에서 보면 바로 그게 핵심이 아니었을까 싶어. 오시이 마모루는 시각적으로, 눈으로 보이는 이야기로 잘 구성해내었다는 것.
이노센스는 무수히 많은 잠언들의 전시장이라고 할만큼의 많은 대사를 토해내고 있어. 무표정하게 꼼짝않고 서 있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말이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그 많은 대사들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하나하나 고민하지 말고 그냥 흘려 들으면서 영화를 보라'는 주문을 하지. 아, 그 말이 참 적절하다고 생각해.
사실 이 애니메이션은 어떤 측면으로 보자면 사랑 이야기야. 광대한 네트로 사라진 쿠사나기 소령과 뇌만 남은 사이보그인 바토의 해후. 그 이전까지의 사건들은 이별 후 그 짧은 만남을 위한 장치였다고나 할까? 감독은 친절하게 바토가 소령에게 자켓을 걸쳐주는 장면까지 그려내고 있잖아? (하긴, 그 해후 자체가 이원론에 대한 상징이겠지.)
한가지 흥미로운 건 쿠사나기 소령에 대한 건데, 광대한 네트 속으로 사라진 쿠사나기 소령은 '고독히 걸어가며 악을 낳지 않으며 원하는 것은 적다, 숲 속의 코끼리처럼.'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이야. 하긴, 군중 속에서 외로움은 더욱 커지는 법이고, 욕심이 없는 사람은 그가 군중에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두서없이 하게 되었는데, 비주얼은 참 멋졌어. 3D와 2D가 참 잘 조화된 것 같아. 이 둘을 잘 조화시키기 위해 Production I.G.가 선택한 건 뽀샤시 효과라고 봐. 좀 과도하다 싶은 장면도 없진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3가지. 첫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개를 그렇게 좋아한다는군. 둘째, 인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이노센스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사실 Toy Story 2의 이야기를 인간의 시각으로 바라본 것 같다는 생각. 셋째, 아래는 씨네21과의 서면 인터뷰의 한 질문/답변.
Q: <이노센스>로 당신이 본질적으로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는 무엇인가.
A: 인간이나 인간성이라 불리는 것이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고정화시키고 절대시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성 상실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미완성이고 미숙한 존재에 지나지 않으며, 그 점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인형이나 개에 비해서 크게 모자란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고정시키는 게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에 의해서만 인간성이 실현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인형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를 이해하기 위한 간단(?) 용어집] " tt_lesstext=" [용어집 닫기] " tt_id="1">
전뇌 (電腦) : 뇌에 마이크로 머신을 주입하여, 목부분에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넣음으로써 직접 외부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만든 뇌를 전뇌라고 부른다. 현대사회에서의 휴대전화의 기능이, 몸 안에 들어가있다고 생각하면 알기 쉬울 것이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전뇌가 기계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뇌에 직접 정보를 넣는 방식으로 학습을 할 수도 있는, 뇌의 구조해석이 완료된 기술이다. 기술적으로는 의체보다 뒤에 만들어졌으며, 사이보그지만 전뇌화 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2030년의 일본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전뇌화된 상태다. 넓은 의미로는 전뇌화도 의체화의 일종이지만, 의체에 비해 전뇌는 일반적으로 많이 퍼져있기 때문에 두가지는 구별되고 있다.
의체 (義體) : 의수, 의족처럼 이간의 몸을 대신하기 위한 인공적인 육체. 신체가 의체로 대신되는 걸 '의체화'라고 하며, 부분적으로 의체화된 인간을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몸의 일부분만 의체화한 사이보그는 '인간의 능력을 보완'하며, 쿠사나기 같은 전신 사이보그는 '인간 이상의 능력을 보유'하기 때문에, 똑같이 의체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다르다.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인간모습을 한 의체가 아닐지라도 근본이 인간이었던 경우에는 사이보그라고 부른다.
사이보그 : 신체의 일부 혹은 전체가 인공기관으로 대체된 개조인간. 전신을 인공기관으로 의체화시켰다고 해도, 원래 인간이었던 경우에 사이보그라고 불린다. 예로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는 뇌 이외에는 완전히 의체화 된 사이보그다.
안드로이드 : 인형 로봇. 사이보그(기계화 된 인간)와 마찬가지의 테크롤러지로 신체가 만들어지지만, 뇌 대신에 AI가 탑재되어 있다. 즉, 겉모습은 전신이 의체화된 사이보그와 똑같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는 있어도 고스트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인간과 구별된다. 이것이 AI의 한계이기도 하다.
공각기동대 : 내무성 공안9과를 통칭 '공각기동대'라 부른다. 주로 국내에서의 첩보나 테러방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단순히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정기구 안의 권력다툼에 끼어들기도 한다. 공각기동대는 특별한 업무 때문에, 최상부 수상만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대가 되어있다. 또한 '토구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원들이 사이보그, 전뇌화 되어있으며, 보통 인간보다 강한 육체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32년에는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전뇌화, 사이보그화 되어 살아간다.
전경 (電警) : '대 전자 범죄 형사 경찰기구(對電子犯罪刑事警察機構)'가 정식 명칭. 이 세계에는 자치경찰 외에 이러한 전경을 비롯하여 바토나 토구사가 소속되어 있는 공안9과 같은 공안경찰, 네트 폴리스 등 수많은 경찰조직이 존재한다. 현실 세계가 그렇다시피 관할서나 수사권을 둘러싸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며 바토가 등장한 씬에서의 관할서 경찰관과의 대화에서 그 일면이 잘 드러난다.
고스트 :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기계(義體)로 대체하고, 로봇을 인간과 같은 모형으로 제작이 가능해진 시점에서 '고스트'는 인간과 로봇(안드로이드)의 유일한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단어 중에 의미가 비슷한 것은 '혼' '영혼' 등이다. 타인과 구별되도록 자신을 한정하는 것, 자기를 자기로서 증명하는 증거가 되는 것이 바로 고스트다.
고스트 더빙 : 동물 실험을 통해 금지된 기술. 생명체의 고스트를 로봇에 복사하는 것을 말한다. 질 낮은 대량복제는 가능하지만, 원래의 뇌가 파괴된다는 것이 판명되어 금지되었다.
가이노이드 : 소녀형 안드로이드를 말함.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소유자인 인간을 죽이고 자폭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발단으로 <이노센스> 이야기가 시작된다.
섹서로이드 : 성적 애완기능을 가진 안드로이드.
구체관절인형 : 가볍고 단단한 돌가루 성분이 들어간 점토로 제작하며, 구체(球體)로 관절을 만들어서 사람의 움직임을 재현하려 한 인형. 얼굴 표정, 신체 비례, 세부 묘사에 중점을 둔다. 현대 구체관절인형의 창시자라 불리는 독일의 초현실주의작가 한스 벨머(Hans Bellmer, 1902~1975)에 의해 시도, 1980년대 일본의 인형작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특히 일본의 예술 인형은 초현실주의의 에로틱한 면을 부각시켜서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하다리 : 리러든이 쓴 SF소설 '미래의 이브'에 '하다리'라는 이름의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 발명왕 에디슨이 친구인 에왈드를 위해서 연인에게 줄 손가락 인형 '하다리'를 만든다. 로봇이라는 말이 탄생하기 훨씬 전인 19세기 후반에 씌여진 이 소설에서 안드로이드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왔으며, 그 때까지의 모조인간이 괴물 같은 존재였던데 반해서, 여기서는 이상의 미녀로서 그려져 있는 것이 신선하다. <이노센스>에서는 이 '하다리'란 것은,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가이노이드 타입 2052의 이름이다. 하다리는 주인을 살해하고 자폭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전뇌통신, 고스트 해킹 : 각 전뇌들이 형성하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통신을 하는 것이 전뇌통신이다. 하지만 전뇌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것은, 고스트를 다른 사람에게 다 드러내 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악의를 가진 타인이 고스트의 방벽(방어벽)을 돌파하면, 전뇌 자체가 변질된다. 고스트 방벽을 돌파하는 것을 고스트 해크라고 하며, 다른 사람을 완전히 지배하게 되는 큰 범죄가 된다
해커 : 주로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불법 침입한 자를 말하는데, <이노센스>의 세계에서는 복잡한 타인의 전뇌에 침입하여 정보조작이나 대상 자체를 조작하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범죄자를 칭한다. 또한 고스트 해킹은 인격자체를 조작하는 것이므로 중죄 행위로 정해져 있다.
공성방벽 (攻性防壁), 방벽미로 (防壁迷路) : 고스트 해킹에 대항하기 위해서 고스트 방벽을 강화한 기술도 생겨나 '방벽(防壁)'이라 총칭되고 있다. 고스트 해킹을 당했을 때 역으로 탐시하여 적의 고스트를 공격하는 것을 '공성방벽(공격형 방벽)', 방벽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미로를 장치하여 적의 고스트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방벽미로'라 부른다.
전뇌열쇠 : 해커에 의한 유사체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리셋을 시킬 수 있는 외부장치. 이시카와가 바토를 유사체험에서 벗어나도록 할 때 썼던 것이 전뇌키이다. 그 외에도 바토가 야쿠자 사무소에 들어가서, 요짐보들과 싸운 후에 사용했던 것처럼 강제초기화 기능도 있다. 인권과 관련된 장치인 만큼 형사 등 공적기관에 있는 자 이외의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전뇌윤리규정위반으로 중죄가 된다.
전자전 : 각종 레이더의 전파방해나 전자기기 등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전투. 뇌 자체를 전뇌화한 사람이 많은 이 시대에는 전자전으로 전투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Aemaeth : 에메스. 히브리어로 '진리'라는 의미. 유대교의 랍비가, 진흙으로 만든 인형의 이마에 진리를 의미하는 'aemaeth'라는 문자를 새겨넣자 인형이 생명을 갖고 움직이게 되었다. 이런 혼이 없는 인형을 골렘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골렘을 파괴시킬 때에는, 처음의 'ae'를 지우면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Homo Ex Machina : 호모 엑스 마키나. '김'이 있는 건물 입구에 있는 거대한 다리의 오브제 바닥에 써있는 말. 라틴어로 '기계장치 인형'이라는 의미. 즉, 인형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됨. 비슷한 용어로 'deus ex machina(기계장치 신)'이란 말이 있음. 이것은 아주 옛날 그리스연극에서 유래된 말. 원래는 극중에서 위기 상황에서 신이 크레인 같은 것을 타고 나타나서(하늘에서 내려와서) 해결을 하는 장면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그 후 (특히 연극이나 소설 속에서) 갑자기 기적처럼 나타나서 구원을 하는 인물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소령 (少佐) : 공안 9과에서 '쿠사나기'를 지칭하는 별칭. 아라마키까지 소령이라 부른다.
인형사 (人形使) : 외무성이 비공식적 혹은 불법적인 업무를 처단하기 위해 개발한 컴퓨터 바이러스를 말함. 통칭 '프로젝트 2501'. 이 바이러스는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에 억세스하여,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자신의 프로그램 소스 코드를 얻기 위해서 상대를 캐릭터라이즈 시켜 버린다. 이 인공인격을 PUPET MASTER라 칭한다. 이 작품에서는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전작인 '공각기동대'에서 네트로 융합한 쿠사나기 소령을 끌어들여 소령이 모습을 감추게 만들었다.
물 속 (水中) : 사이보그는 물에 뜨지 않는다. 전신을 의체화한 바토 같은 전투용 사이보그는 더욱 그렇다. 대화 중에 나오는 다이빙을 즐기는 사이보그 친구는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를 말한다.
2501 : 원래는 <공각기동대>에서 나왔던 '인형사 (프로젝트 2501)'의 일을 가리키는 숫자. 바토의 자동차 비밀번호이자 <공각기동대> 마지막에서 쿠사나기가 네트로 사라지기 직전, 바토에게 나중에 만날 때 암호로 하자고 한 바 있다. 바토가 '김'의 저택에서 고스트 해킹을 당하고 있을 때 이 숫자 등을 통해 바토에게 위험을 알린다.
가브리엘 :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기르고 있는 바셋하운드 개의 이름.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에는 반드시 어딘가에 '가브리엘'이 등장한다. <이노센스>에서는 주인공 바토가 바셋하운드를 키우며, 짧은 휴식 시간 모두를 개와 함께 보낸다. 덧붙여 감독 자신은 2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으며, 애견과 같이 살기 위해서 10년 전부터 집을 해안가로 옮기고, 온천물까지 끌어들였다고 한다. 일주일 중 5일을 도쿄에서 생활하고, 주말에 애견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