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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Cold Mountain -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Cold Mountain


감독 : Anthony Minghella
배우 : Jude Law, Nicole Kidman, Renée Zellweger, Philip Seymour Hoffman, Natalie Portman

언젠가 크게 느꼈었던 건데, 여기 올 때 또 그럴까봐 사실 살짝 겁이 났어 - '큰 변화는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 말야. 그 말은 나에게 변화를 두려워하게 할 만한, 아끼는 것들이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아끼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많이 있었던 거야.

이런 내용의 영화가 종종 있는데 - 이제 막 호감을 가진 연인들이 서로 오랫동안 헤어져 있으면서 서로를 그리다가 극적으로 만나는 그런 내용 말야, 그런 영화를, 소설을 볼 때마다 생각이 들어 - 과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자기의 감정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닐까? 과연 그들이 오랫동안 함께 지냈어도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할까? 오랫동안 서로 사랑해 온 사람이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 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지 않는 걸까?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건, Inman (Jude Law 분)이 군대에서 탈출해서 다른 남부군의 시선을 피해 도망가는 과정에서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 그리고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들은 모두 여성이었다는 거야.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고 아기와 기다리는 Sara (Natalie Portman 분)도, 죽어가는 Inman을 살리는 노파도,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Ada (Nicole Kidman 분)를 도와주는 Ruby (Renée Zellweger 분)도 말이지. 사실 그래서 - 별로 연관은 없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났어.

그나저나 Ruby의 억양 대단하더구만 (그거 남부 사투리인가?) Renée Zellweger의 억척스러운 연기가 괜찮았어. Nicole Kidman은 그냥 영화에 묻혀서 그럭저럭. 역시 그녀의 진가가 발휘될 때는 조금 더 극한 상황에 처한 역을 연기할 때인 것 같아. (사실 이 영화의 Ada는 Ruby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았잖아?)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세개. The English Patient는 보지 못했지만 왠지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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