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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Man On Fire - 관계란 주고 받는 거야

Man On Fire


감독 : Tony Scott
배우 : Denzel Washington, Dakota Fanning, Christopher Walken, Marc Anthony, Radha Mitchell

학교 다닐 때, 인간은 人間이라고 배웠었지. 사람들이 서로 사이를 두고 관계를 이루고 산다는 뜻이라고. 그러고 보니, 이제껏 그 때의 그 말을 믿지 않고 살았던 것 같네.

영화에서는 재밌게도 어린 Pita (Dakota Fanning 분)가 먼저 관계를 만들어가. 마음의 상처가 있는 Creasy (Denzel Washington 분)는 마음을 닫으려 하고. 어찌 보면 맞는 거야.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은 마음을 열기 쉽지 않고, 순수한 사람은 진정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기 마련이니까.

Pita와 Creasy가 얼굴을 가까이 하고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스킨십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 그래, 서로 부딪혀야 가까워지는 거야. 가까워지려면 부딪혀 봐야 해. 자신을 속일 필요도 없고, 가식적이지 않는 모습으로, 그저 있는 그대로 - 자기를 보여주고 서로 맞춰가는 거지.

그런데, 정말 대단하지 않아? 그 어린 꼬마 배우 Dakota Fanning이 Denzel Washington에게 '관계'라는 걸 상기시키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운 거야. 아역 배우라는 단어에서 '아역'이라는 꼬리표가 필요없는 배우라니깐.

아, 사실은 내용도 모르면서 예고편만 보고는 되게 재미없을 것 같았어. 왠지 뻔한 내용에 왠지 뻔한 화면, 그리고 최근 Denzel Washington이 계속 이런 류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지.

사실 보고 난 후의 느낌도 Denzel Washington 때문에 영화가 재밌었다기 보다는 Tony Scott과 Dakota Fanning 때문이었다고 봐. 참, 영화를 다 보고도 Mickey Rourke가 누구로 나왔는지를 몰랐어. 이젠 정말 한물간 배우가 되어버린 걸까.

현란한 화면과 잘게 나눈 편집은 역시 'Tony Scott표 영화'구나 싶었는데, 그게 은근히 내용과 잘 맞더라고. 그러니깐, 술에 취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영향이 있을테고), 죽을 뻔 한 상황 때문에 (그리고, 결국은 죽어가기 때문에) 화면이 흔들리고 점프하고, 입자 거친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영화의 내용과 어울린더라는 얘기.

두가지 기분 나쁜 것.

요즘 내가 이 문제에 좀 민감해서인지 자꾸만 눈에 띄이는데, Creasy와 Lisa (Radha Mitchell 분)가 처음 만날 때, Lisa가 Creasy에게 '미국인이시죠?' 라고 물어보면서 안심하는 장면. 물론 멕시코에서 외롭게(?) 살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겠어?

게다가 멕시코를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그려놓고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제일 마지막에 '특별한 도시인 멕시코에 감사한다'고 적으면 다인가? 그것 역시 이미지로 형성되는 걸텐데. 하긴, 그것까지 일일이 따지면 누가 영화를 만들 수 있겠어. 하긴 이건 Tony Scott 감독에게 뭐라 하는 건 아냐. 미국이라는 나라 때문이지.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세개. 아아, Dakota Fanning 너무 깜찍한 거 아냐?

20040905 Hoyts (George St.) with James, Charles, Mi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