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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High Fidelity

High Fidelity


감독 : Stephen Frears
배우 : John Cusack, Jack Black, Tod Louiso, Iben Hjejle, Tim Robins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내가 가진 영어사전에서 high fidelity를 찾아보니, 'clear sound played, recorded, or broadcast by electronic equipment that produces sound very accurately' 라고 나오네. 곧이 곧대로 번역하자면 '매우 정교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전자장비로부터 연주된, 녹음된 혹은 방송된 깨끗한 소리'. 사실 쉽게 말하면 '하이파이 (hi-fi)'야. 하이파이 오디오 할 때의 그 하이파이.

재치 넘치는 제목. 아마도 감독이 음악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 영화 속 애피소드들도 그렇고, 그 끊임없이 쏟아내는 음악 이야기들 - Rob (John Cusack 분)이 일하는 곳도 레코드샵이고, 제목도 그렇고 말이지. 원래 fidelity의 뜻은 충실, 성실, 진짜 등의 뜻이거든.

여기 나오는 Rob과 그의 친구들처럼 이렇게 적극적으로 생활 속에서 Top 5를 정하며 살진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종종 그랬던 기억은 나거든. '전편보다 더 나은 속편이 있는 영화 베스트 5' 라던가 '지금 가장 먹고 싶은 것 3가지'라던가 '비를 주제로 한 음악 베스트 5' 같은 것들.

친구들과 함께 별로 성공적이지 않은 가게를 운영한다는 설정은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친근감을 주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 등장인물들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관심도 없어 보이고, 맨날 별일 없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요즘 세상에 그렇게 보내면 한달도 못가서 장사 접어야 하잖아. 그러고보니, 그런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더 정서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Rob이 그의 '비참하게 버림받은 이별 top 10'에도 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Laura (Iben Hjejle 분)에게 계속해서 이끌리는 건 무엇일까. 예전에 liketree가 나에게 말했었는데, 오래 지낸 사람과는 정이 든다고 이야기했었어. 그 말을 들으며 난 오래 지내면 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했었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 미운 정도 고운 정도 다 애정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지.

그리고 재밌는 건, 사람들은 - 나는, 때때로 상처입거나 낙담할 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을 얻어보려 시도한다는 거야. '원래 난 이런 사람이었어', '그래, 맞아. 나 아직은 괜찮은 거지?', '봐- 사람들이 이렇다고 하잖아' 같은 결과를 도출해내려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는 거지 - Rob처럼.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는 경우는 절대 없지만, 분명히 - 때로는 도움이 될 때가 있어.

예전에 매형에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꼭 현재의 직업군(?)에서만 나의 역할을 찾으려 하지 말고, 무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조금씩이라도 -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무언가 이루어내고 있음을 알게 될거라고 했었어. 맞는 말 같아. 그 말이 맞았으면 좋겠어. Rob과 Barry (Jack Black 분), 그리고 Dick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처럼 말야.

그나저나 이 영화를 늦게 봐서 몰랐는데, the School of Rock의 Jack Black은 이 영화에서 발굴된 건가? 원래 악동 이미지인 건 알았는데, the School of Rock을 봐서 그런지 이 영화 속에서 굉장히 익숙하네.

끊임없이 나오는 음악들 때문이었는지 '접속'이 생각났어. 내가 생각하는 접속은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로 기억되거든. 아, 그리고 왠지 'Reality Bites'도 떠오르고.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John Cusack의 일인극이 통했다고 봐. :)

20040622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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