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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conversation

승연이 - 멋진 성 같아요

며칠 전 승연이와 도연이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나갔었다. 오후에 나갔는데 해가 점점 빨리 떨어지는 요즘이라 돌아올 때 쯤에는 이미 뉘엿뉘엿 해가 지고 건물들에 불들이 켜지고 있었다.

승연 : (멀리있는 무언가를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밝아지며) 와~ 성이다.

나 : 응? 어디?

승연 : (손가락으로 쭈욱 가리키며) 저기 멀리 (보이는 게) 성이예요?

가리킨 곳을 보니 상아빛을 띈 유리 재질로 만든 듯한 뾰족한 지붕의 건물이 보인다. 그리고, 그 위엔 하얀색 불이 켜진 십자가.

나 : 저게 성 같아?

승연 : 네. 저기에 공주님이랑 왕이랑 살아요?

나 : 그렇게 보여?

정말… 핑크색과 공주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것도 같다. 으리으리하고 뭔가 멋진 게 있을 것처럼 보이는 동화 속의 성.

분명 집도 잘 지어놓고 물량으로 밀어붙이고 삐까뻔쩍 꾸며놓으면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쨌든 간에 한명이라도 더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한 비지니스니까.

하지만, 종교의 진정한 뜻은 '스스로 낮은 곳에 임하며' '자신을 던져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는데 있는 게 아닐까? 아… 혹시 한쪽에선 이렇게 화려하게 떵떵거리고, 다른 한 쪽에선 희생하며 감동주고… 일종의 협력 플레이 같은 건가?

문득 성장이 중요한지 분배가 중요한지로 의견 대립을 벌이는 보수/진보의 개념이 생각났다. 저 교회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는 혹은 그들은 어떤 마인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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