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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mall talk

X-Men: The Last Stand 잡담

aka 엑스맨 - 최후의 전쟁, 엑스맨 3, X-Men 3

0. 우선 개인적인 의견 - 아주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여름철 헐리우드발 블록버스터용으로는' 이라는 전제를 붙여야 한다. 내 기준으로는 아무리 잘 봐도 '선방했다'는 표현이 최고의 표현. 솔직히 1, 2편에서 구축한 캐릭터들과 정서가 아니었으면 브랫 라트너도 조엘 슈마허 짝 나는 건 일도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여름 블록버스터 인증 장면 중 하나


1. 두 전작을 소수자와 그들의 주변에 관한 이야기로 느끼며 영화에 매력을 느꼈던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재앙스럽다. 전편부터 차근차근 구축한 캐릭터들의 고뇌는 저 멀리 사라지고, 허둥지둥 정해진 수순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서 정작 공감도 가지 않는 편가르기와 패싸움으로 도배해버리다니! 사실 자신이 열심히 가꿔놓은(?) '여름 블록버스터 퀴어영화 (-_-)'였던 시리즈가 이렇게 망가지는 걸 손놓고 바라보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하긴, 자진해서 손놓고 떠난 사람은 말이 없겠지.) 그렇다면 여전히 연기한 이안 맥컬런 경의 마음은 어떨까?

(1편에서는 사춘기의 젊은이가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2편에서는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줬었지만, 정작 3편에서는 '돌연변이'를 질병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보여주려던 '큐어'가 맥없이 표현된 이유에 별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을 듯 싶다 - 감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울버린, 스톰, 키티, 로그, 싸이클롭스, 비스트, 저거노트, 진


2. 열렬한 코믹스 팬이 아니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수퍼영웅물과 코믹스를 좋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 재앙이었을까?) 금문교를 아작내는 장면이라든가 브라더후드와 엑스맨 진영의 몇몇 전투 장면은 전형적이지만 그나마 나름대로 시원하다. (1,2편의 아기자기한 액션씬에 감질맛을 느꼈을 사람들은 사실 영화의 제작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로페서 X, 아이스맨, 미스틱, 파이로, 칼리스토, 엔젤, 콜로서스, 매그니토


3.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화 내용 자체에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 알카트라즈를 향해 출발한 건 낮인데 화면 바뀌니 갑자기 밤이 된다거나, 울버린은 온 몸이 아다만티움 뼈로 이루어져 있어서 매그니토에게는 꼼짝도 못하지만, 정작 매그니토는 대규모 전투시에는 그를 건드리지도 않고 놔둔다던가 하는 큼직큼직한 구멍들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기 충분했다.

p.s. 마지막에 쿠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엔딩 크레딧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었으나 갑자기 퍽-하고 영사기를 꺼버렸다. 이런 @!#!@#$#!@$!@.

p.s.2 카비타 라오 역을 맡은 쇼레 아그다쉬루 (Shohreh Aghdashloo)의 목소리는 역시 인상적이다. 도대체 이름이 너무 어려운 배우 -_-;

p.s.3 1편부터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점. 원제의 스펠링은 분명히 'Men' 인데, 왜 1편부터 지금까지 쭈욱 우리말 제목은 '맨'일까?

p.s.4 아. 음악도 브라이언 싱어의 파트너였던 존 오트만 대신 존 파웰 (John Powell)이 맡았다. 존 파웰은 여러 장르를 무리없이 소화하는 음악가이지만 반면 독특한 색깔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기도 있다. 영상에 포인트를 맞추는 조화로운 음악이 그의 특징. 주요 작품으로는 <페이스 오프>, <개미>, <슈렉> 시리즈, <본 아이덴티티>, <본 슈프리머시>, <알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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