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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Under Suspicion - 그 위선은 과연 범죄일까?

aka 언더 서스피션

감독 : 스티븐 홉킨스 (Stephen Hopkins)
배우 : 진 핵크만 (Gene Hackman) - 헨리 허스트 역
배우 : 모간 프리만 (Morgan Freeman) - 형사반장 빅터 역
배우 : 토마스 제인 (Thomas Jane) - 형사 오웬 역
배우 : 모니카 벨루치 (Monica Bellucci) - 샨탈 허스트 역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살짝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아닌 듯 하지만요.



사람들의 위선

헨리는 소녀들을 강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의심받는 상태이다. 그는 작은 섬 푸에르트리코에서 매우 젊은 아내 샨탈과 함께 사는 유능한 변호사인데,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지만 그가 유죄임을 확신하는 형사반장 빅터의 추궁을 받으며 차츰 진술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의 진술은 그 어느 것 하나 한번에 사실로 들어나는 법이 없다. 마치 양파처럼 하나의 거짓말을 벗겨내면 또다른 거짓말이 존재할 뿐이다. 헨리의 부인 샨탈은 그에게 불리한 증언들을 하기 시작하고, 헨리에게 불리한 증언과 증거물들이 하나둘씩 밝혀지게 된다.

하지만 이 때 그가 과연 범인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그는 자신의 사회적 신분에 걸맞지 않은(?)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 탄로날까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행동들은 알려져도 별 상관이 없는데 혼자서만 두려워했던 걸까? 아니다. 그는 부인과 잠자리를 함께 하지도 않으며 (본인은 원하지만 부인이 거부해왔다), 몰래 싸구려 창녀를 찾기도 하며, 그가 페도필리아로 의심받을만한 증거들이 발견된다.

실제로 사람들은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입방아를 찧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듯 해도 사실 많은 걸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도의 사실이라면 정말 알려지는 게 두려웠겠지. 사람들은 가족 관계부터 외모, 성적 취향까지 업무적인 것과 직접적인 상관도 없고, 범법적인 것도 아닌 것들을 자꾸만 서로 연관시키려고 한다.

결국 자신은 아무리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그것이 헨리가 처한 현실인 것이다. 그리고, 그건 우리 모두가 처한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맞서 싸우기 보다는 위선의 탈을 쓰고 도망친다. 맞서 싸우는 건 너무나도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행동하는 위선도 대중매체에서 유명인들이 보이는 많은 위선과 같이 그 상당수는 이러한 '시선의 의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선은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이 보내는 시선일 수도 있고,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일 수도 있다.

비주얼과 사운드

영화는 거의 시종일관 빅터가 헨리를 취조하는 것으로 일관한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 처럼) 이 때 특이한 화면이 종종 나오는데, 진술을 하는 헨리와 그 이야기를 듣는 빅터가 마치 당시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화면을 구성한다. 의도가 좀 다분히 보이는 측면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본다. 별다른 설명없이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하기도 하고.

촬영은 피터 레비. 감독은 주로 피터 레비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스티븐 홉킨스. 스티븐 홉킨스는 1990년대가 그의 전성기였던,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호주인이다. 2004년, <피터 셀러스의 삶과 죽음>이라는 작품으로 호주에서 주목을 받았다.

음악은 시종일관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스트링 위주의 편곡으로 일관하다가 급기야는 코러스까지 들어간 클래식 편곡을 살짝 언급하기도 한다. 음악은 보통은 뮤직 수퍼바이저로 활동하는 조지 애고니 (George Agony)가 직접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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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러가지 짧은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오르고, 스포일러를 의식하다 결국 어정쩡한 상태로 글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