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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ound for visuals

사운드 :: Elephant

aka 엘리펀트

이 영화가 막 나왔을 때, 내가 기억하는 평들*1은 대체로 "그저 학교의 아이들을 보여주기만 한다", "감독이 판단을 멈추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한다"와 같은 것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위의 평에 조금 덧붙이자면 '감독은 학교를 보여주고 들려준다'. 영화는 여러 아이들의 시선을 빌려 차근차근 학교를 보여준다. 또한 카메라는 단지 시각적인 관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별도의 마이크의 힘을 빌려) 학교에서 들을 수 있는 가능한 많은 소리를 함께 들려주려 노력한다. 학교의 복도, 식당, 주방, 화장실, 교실, 특별활동실, 도서관 그리고 교정 등 카메라와 마이크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든 곳의 작은 소리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는 것처럼 학교를 샅샅이 훓어 나간다.

이 때 촬영 후 추가로 덧입힌 소리들*2까지 절대 튀지 않게 섬세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수많은 아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들어졌을) 그 예민한 소리들은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영상과 대비되어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이 영화에 커다란 감성을 이끌어 낸다. 이 영화가 그저 보여줌으로써 감정에 기반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 섬세한 소리들에서 온 게 아닐까 싶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알렉스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는 듯한 (그러나, 비극의 시작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식당씬에서 살짝 과장되어 표현된 후, 후반부에 그들의 광기가 표현되는 부분에서는 반복되는 아이들의 말소리, 정글의 소음, 전자음 등으로 전혀 다른 공간감을 들려주며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던 그 사건*3을 떠올리게 만든다.

*1 그 외에도 이 시선두기를 시도한 픽션 <엘리펀트 (Elephant)>는 열혈감독 마이클 무어 (Michael Moore)가 만든 다소 주관적인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과 여러모로 비교되었다.

*2 따로 후반작업시 입혀진 사운드에 대한 기사나 정보는 찾을 수 없었는데, 카메라의 거리 등으로 봐서 분명 그랬으리라는 짐작.

*3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은 1999년 4월 22일, 미국의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 리틀콘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재학생이던 에릭과 딜란이 9미리 자동권총 Tec-9과 12발들이 산탄총 등으로 무장하고 학교에 들어가 아무런 이유 없이 교실과 도서관을 돌며 천여 발을 난사,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사살하고 23명에게 부상을 입혀 세계를 경악시켰던 참극이다. 평소 '트렌치 코트 마피아'라고 자칭하던 둘은 범행을 저지른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필름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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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영화에 쓰인 음악들은 다음과 같다.

Piano Sonata No.14 in C#m, No.2 Moonlighting - Adagio Sostenuto
by Ludwig van Beethoven

Tueren Der Wahrnehmung
by Hildegard Westerkamp

Meeting Of International Conference Of Technological Psychiatry
by William S. Burroughs

Supernal Infinite Space (Kawabata) Waikiki Easy Meat (Mano)
by Acid Mothers Temple and The Melting Paraiso U.F.O

Walk Through Resonant Landscape #2
by Frances White

Beneath The Forest Floor
by Hildegard Westerkamp

Fur Elise
by Ludwig van 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