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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ound for visuals

사운드 :: Good Bye, Lenin!

aka 굿바이 레닌

이렇게 친구의 힘도 빌린다.

영화는 1989년 동독과 서독은 통일되었지만 아들 알렉스가 이 사실을 모르는 아픈 어머니를 위해 통독 이전인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는 내용이다. 알렉스는 거짓말로 기적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그가 달리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었을 것이다.

알렉스는 비록 거짓말을 했지만 우주비행사였던 지그문트 얀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인생엔 물질보다 더 값진 게 있죠. 그것은 선의와 노동,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실제로 자본주의를 사는 노동자들, 스스로 노동자인 줄도 모르고 매트릭스를 떠도는 사람들이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영화 내내 하나의 주제가 계속해서 반복이 되는 것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멜로디는 굉장히 익숙한 것이었다. 내가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유는 단순히 좋아하고 오랫동안 들어왔기 때문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는 일종의 지문 같은 걸 표시해두는 음악가이기 때문이다. 얀 티얼슨 (Yann Tiersen).

'응? 프랑스인인 그가 독일 영화에 음악을?'*1 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걸 느끼자 마자*2 영화가 갑자기 달라 보였다. 조금 더 감정적이고, 따뜻하게. 나야 원래 얀 티얼슨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마 그의 음악은 같은 역할을 했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지극히 감정적이지만 슬프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듣는 이를 설레이게 하지만 심각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며, 반복되지만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락없는 그의 스타일에 관악기로 변주된 트랙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잘 어울리는 적용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투박한 음색에 서정적인 멜로디가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독일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고나 할까?

*1 그 이유는 이 영화의 감독인 볼프강 베커 (Wolfgang Becker)가 2002년 베를린에서 열렸던 얀 티얼슨의 콘서트에 우연히 참석하면서 들었던 음악들이 그가 그리고 있던 영화의 분위기와 너무나 가깝게 들렸기에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베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그러한 티어슨의 음악을 '애틋하지만 막연히 슬픈 감정만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음악'이었다며 회상했다고.

*2 주인공 알렉스가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을 때는 이미 이 영화의 음악을 얀 티얼슨이 했으리라는 확신이 든 상태. 그 장면은 자연스럽게도 <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élie Poulain)>를 떠올리게 했다.

내 맘대로 trvia

알렉스의 거짓말을 도와 영상물을 제작하는 친구인 데니스가 <매트릭스>의 그 떨어지는 문자셋과 같은 티셔츠를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다. 본편에서는 삭제됐지만 원래는 <매트릭스>와 비슷한 내용의 "Planet of the Forgotten"라는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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