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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ound for visuals

사운드 :: 사랑니

영화는 감독의 철저한 통제하에 만들어진 듯 하다. 시나리오는 요즘 나오는 여타 어설픈 멜로 영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치밀한 수준이었고, 그에 맞춰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에 의해 꾹꾹 눌려져 오히려 상상력을 부여받은 것 같으며, 사운드도 매우 흥미롭게 쓰였다.

영화를 보며 사운드가 참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작게 들려야 할 배경소음들이 의도적으로 부각된 느낌을 받았는데, "설마 저 소리들을 직접 잡지는 못했을 거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풍부하고 섬세한 배경소음들은 영화 내내 주인공들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사운드 외적인 것들도 철저한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되는데 역시 이 사운드들도 그렇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씨네21>에 실린 기사를 보고는 생각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음악도 흥미롭게 쓰였는데, 기억나는 건 2가지이다. 첫째, 성인 조인영 (김정은 분)이 이수 (김태성 분)와 학생 조인영 (정유미 분)을 일식집에서 만나는 장면. 만약 '적당하게' 라면 음악이 쓰일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음악 없이 주인공들의 불편한 씬을 만들어냈다. 즉, 이건 음악이 없어서 빛난 장면. 둘째, 성인 조인영 (김정은 분)이 십몇년 만에 첫사랑 이수 (김준성 분)를 만나기 전에 나오는 음악은 보사노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짧았지만 그 느낌이란 게 자연스럽게 주어 별다른 설명없어도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편곡이었다. 나머지 전체적인 곡들은 경쾌함(쿨함)과 서정적인 면을 고루 보여주며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음악은 이재진, 사운드는 블루캡 (김석원, 김창섭). 이재진은 <박하사탕>, <오아시스>의 바로 그 영화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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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서울 - 한국영화의 영화음악가들(10) 이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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