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The Pledge (2001) 그리고 동굴의 비유

Allegory of the Cave

플라톤의 《국가론(國家論)》 제7권에 있는 유명한 비유.

동굴 안에서 입구 쪽으로 등을 돌리고 한쪽 방향만 볼 수 있도록 머리를 고정시켜 묶은 죄수를 상상하도록 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구별된 가시적 세계와 가사유적(可思惟的) 세계의 유비(類比)를 설명하였다.

이때 죄수는 등 뒤에 있는 불빛에 의하여 앞면 벽에 비치는 사람이나 동물의 그림자를 실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가시적 세계에 대립되는 우리들의 관계인 것이다. 죄수는 석방된 뒤에 불빛에 의해서 생겼던 그림자의 본체를 보게 되더라도 여전히 그림자 쪽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로써 철학적 교육은 말하자면 지하의 박명(薄明)에만 익숙해진 인간의 혼(魂)을 분명한 진실재(眞實在: 이데아)의 세계인 가사유적 세계로 이끌고 나아가서, 태양으로 상징되는 가사유적 세계(노에톤) 그 자체를 성립시키는 궁극적 존재(善의 이데아)로 전회(轉回)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한 은퇴한 경찰이 피해자의 부모와 한 도덕적인 약속으로 인해 미결 사건에 집중하게 된다. 이 집중은 집착이 되고, 그는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실마리들을 주어모아 점차 실체에 가까이 가게 된다. 동시에 그는 사건에 집착해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누가 소녀들을 죽였는가. 그게 누군지 밝히는 것이 과연 중요한 일일까. 옳은 일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살면서 우리가 보려고 애쓰는 건 무엇일까 - 진실일까 바램일까.

영화는 은퇴한 경찰의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와 퇴직 이후의 그의 소소한 일상을 차분히 보여준다. 그가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 스케치에 포함된다. 동시에 주인공 블랙 (잭 니콜슨 역)의 심리를 멀찌감치 보여주는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엔 바짝 붙어서 감정을 동요시킨다. 감독 숀 펜 (Sean Penn)은 마치 작정하고 입을 다문 채 그저 묵묵히 관객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독 숀 펜의 3번째 영화이며 매우 영리한 영화이다.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보여줄 것들만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를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1.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1 엄밀히 따지자면 잭 니콜슨의 <샤이닝>,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어바웃 슈미트>에서의 느낌과 숀 팬의 <데드 맨 워킹>,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요즘 몇몇 영화들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등)이 함께 떠올랐다고나 할까.

+ 한가지 재밌게 느꼈던 점 - 영화에서 주인공 블랙이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온 사람을 통해 범인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음을 표현하며 주의를 환기시키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거의 정확히) 런닝타임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계산된 걸까?

++ 물론 몰랐지만; 이 영화는 이미 It Happened in Broad Daylight (1958년)로 만들어졌으며 프레드릭 듀렌멧 (Friedrich Durrenmatt)의 소설로 출간되었다고.

+++ 국내 개봉은 써스펙트라는 이름을 달고 개봉되었다지? 맹세 (pledge)라는 단어가 촌스러웠을까? 플레지보다는 써스펙트가 어감이 강했을 거라 생각하려 노력해보지만, 참 꽝이다 꽝.

++++ 일반적인 형사물, 헐리우드 액션물을 기대하는 사람은 관람불가. 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