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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조금 긴 잡담, 대한민국 육군 상병이 하는 일.

새삼스레 내가 다시 군대에 가 있는 꿈을 꿨다. 혼내고 혼나고 근무 서고 점호 받고 하는 꿈. 꿈 생각을 하다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1
세상엔 분명 변칙적인 일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업무를 다할 수 있는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변칙적인 일을 해야만 하는 직업들도 있고, 변칙적인 일을 하는 게 주업무인 직업도 있다. 이 때 변칙은 반윤리적인 것들부터 위법인 것들까지 다양하다. 아, 세상은 우리나라로 한정하는 게 맞겠다. 다른 나라는 잘 모르니까.

2
군대가 정상적인 단체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항상 군대가 떠오른다. 부대마다 사정은 약간씩 다르겠지만 병장들은 일 안하고 농땡이를 치는데 급급하고, 이등병들은 어리버리해서 사고나 안치면 다행이고, 일병들은 생각없이 시키는 일만 하고. 결국 상병이 모든 책임을 지고 일을 한다. (일 안하고 뺀질뺀질 노는 병장들을 뺀) 사병들 중에서 가장 일 잘하고, 부대 돌아가는 걸 잘 아는 상병.

적어도 내가 있던 부대는 그랬다. 열성적이고 똑똑한 중대장이나 노련하고 능력 많은 행보관을 만나면 모를까, 대부분 실제 사병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건 언제나 상병들이었다. 그리고, 상병들이 궂은 일을 하려면 후임병들에게 욕도 하고, 뒷통수도 때리고, 발로 걷어차야 할 때도 생겼다. 군기반장부터 해결사 노릇까지.

3
신기하지. 중대장과 행보관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그래야 중대에 더 큰 사고도 없고, 훈련도 잘 뛰고, 전투력측정 때도 높은 점수를 받으니까. 그리고, 자신들은 욕 한마디 덜 하고, 인상 한번 덜 쓸 수 있으니까.

병장들은 말만 많아져서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잔소리만 하고, 일병들은 자기 할일 끝나면 다른 생각 안하고 구석에 짱박혀 담배 피우기 바쁘고, 이등병들은 밖에 있는 애인 생각, 부모님 생각, 초코파이 생각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