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vely cinema/movie letter

Before Sunset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Before Sunset


감독 : Richard Linklater
배우 : Ethan Hawke, Julie Delpy

결정적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 이 영화의 전작인 Before Sunrise를 2004년에 봤어. 굉장히 늦게 봤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난 그냥 들을 수 밖에 없었지. 그렇지만, 그 이야기 속에 뭔가 비밀은 없었어. 그렇지만, 내용엔 별게 없는데 다들 영화는 좋다고 하니... 나도 보고서야 알았어. 서로의 대화가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지는 판타지.

후에 만날 기약을 하고 극적으로(!) 헤어진 Jesse (Ethan Hawke 분)와 Celine (Julie Delpy 분)가 만약 6개월 후에 정말 만났다면? 만약 이 영화가 6개월 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었다면? 1편의 신비로움까지 망치는 결과가 되었을 거야.

(한가지 재밌는 건 역시 Richard Linklater 감독의 Waking Life에 둘이 나오거든. 둘이 10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그 영화에서는 둘이 함께 나와. 그것 역시 영화라는 판타지겠지.)

6개월 후에 만나자고 한 남녀가 10년 만에 만났어. 둘은 결혼한 적도 있고 이성친구도 있고,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다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밤처럼 서로를 대하게 되지.

Jesse는 얼굴에서부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고, Celine도 그윽한 분위기를 풍겨.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뛰고, 안타까움이 느껴졌어.

그런 게 '시간'이겠지. 좋아진 것도 있고, 잃어버린 것도 있는 거. 개성 강한 두 사람이 그 때 바로 만났더라면 얼마 못가 헤어졌을 수도 있으니 차라리 다행이겠다 싶은 생각과, 만나지 못한 채 서로를 잊지 못하며 지낸 시간을 돌려놓고 싶은 마음.

어느 TV 시리즈에 이런 식의 대화가 나와.

A : 그는 당신을 좋아하고 있어요.
B : (기뻐한 듯 놀라며) 그가 그렇게 말했나요?
A : 아니요, 그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리 모두 그가 사랑에 빠진 걸 볼 수 있거든요.

Jesse가 Celine를 바라보는 눈에서는 시종일관 Celine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어. 역시 (혹은 반대로) Celine는 스스로 감정을 콘트롤 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점점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런 것도 의사 다큐멘터리 (Pseudo Documentary)에 속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분명히 정해진 각본에 따라 맡은 역할을 연기하고 촬영한 영화지만, 배우들은 실제로 전작으로부터 10살이라는 나이를 먹었고, 배우들이 직접 대본에 참여하고.

이런 걸 Richard Linklater 스타일이라고 할까? 예전에 그가 한 소년을 오랜 기간 동안 주말 동안만 찍어서 그걸 영화화 할거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거든. 소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찍는데, 실제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 동안 찍는 거야. 그의 스타일 - 허구와 실제를 시간과 관념을 통해 무너뜨린다고 해야할까?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Celine가 부르던 노래와 슬쩍슬쩍 엉덩이를 흔들며 추던 춤... 휴우.

20041128 by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