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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movie letter

Lost in Translation

Lost in Translation


Lost in Translation

감독 : Sofia Coppola
배우 : Bill Murray, Scarlett Johansson

사랑도 번역이 되나요?

대학교 몇 학년 때인지 모르겠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는 물 밖에 나온 물고기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 어느 누구와 있어도 적당히, 적절히 즐길 수 있었는데, 어디에서도 즐겁지 못했었거든. 허황된 욕심 때문이었는지, 내가 즐기는 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맞지 않았었는지는 지금은 정확히 떠올릴 수 없지만 그 당시를 떠올려 보면, 난 어떤 곳으로도 발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는 애였다는 생각이 들어.

Bob (Bill Murray 분)은 영화배우인데, 결혼한지는 20여년쯤 됐고, 일본 도쿄로 양주 CF를 찍으러 왔고, Charlotte (Scarlett Johansson 분)은 2년전에 결혼했고, 남편이 사진작가인데 그의 일 때문에 함께 도꾜에 와 있는데, 그녀는 도꾜에서는 할 일이 전혀 없는 상태지. Bob과 Charlotte은 도꾜에 있으면서 답답함을 느껴. 뜻이 통하기는 커녕 의사소통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거든. 그러다가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둘은 우연히 만나게 돼. 그러면서 가까워지지.

Bob의 답답함을 나타내려고 의도된 거겠지만 그를 접대하는 일본인들을 너무 무식(?)하게 (혹은 오리엔탈적인 시각으로) 그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지 뭐야. 영화의 제목에 쓰인 Translation은 그런 면으로 볼 때 참 지었다고 생각해. 사실 내가 나를 떠올려 보면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언어 뿐만 아니라, 뉘앙스, 동작, 태도 등 서로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 아마 내가 대학교 때 느꼈던 그 막막함은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런 번역상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아. -우습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음에도 서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니. 제목에 쓰인 translation은 그런 의미라고 생각해.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이든 영화든 너무 자극적인 표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해. 그 뿐만이 아니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왠만한 표현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왠만한 자극에는 감동하지도 않아. 내가 그런 걸 싫어해서인지 이 영화의 표현 방식이 재밌었어. 예전에 한참 옛날 영화를 찾아볼 때의 느낌도 들고 말야.

배우 캐스팅을 정말 잘 한 영화. Scarlett Johansson과 Bill Murray의 묘한 표정 - 입으로는 아무 이야기도 하고 있지 않지만, 눈으로 표정으로 많은 교감를 하고 있는 걸 느꼈다니까.

다만 이 영화엔 전제가 있지.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 의문이라는 점. 영화를 봄에 있어서 해석과 감상의 여지가 많은 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는 점.

평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에 네개. Bill Murray,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가 독특하게 발휘된 영화.

20040211 Using GOM Player by myself

(with nK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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