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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n Sydney/2004년 7월

Saturday Working Fever

아. 평범하고도 당연한 진리를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아침형 인간은 일찍 자면 만들어진다." -o- 오늘도 6시 20분에 일어나 Jeffrey의 집에 갔다. 오늘은 Jeffrey가 먼저 나와 있다. 그런데, 아침에 전기공이 온다고 했는데, 안왔다.-_- Jeffrey와 내가 열심히 정리하고 있으니 하수처리 시설용 구덩이 파러 오는 사람이 오고 (뭐라고 하지? 가설공인가?) 점심쯤 되서야 전기공들이 왔다.

그저, 어제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오늘은 힘쓸 일이 별로 없겠거니 싶었는데... 역시나 많았다. -o- 치워도 치워도 나온다. 결국 청소차에 가득 찬 모래와 벽돌, 자재들은 위로 쌓여갈 태세. 그렇지만 사실 그제, 어제보다는 힘이 덜 들었다. 오늘은 일도 조금 일찍 끝나고, 상대적으로 덜 힘든 일들이었고, 첫날 속도를 내서 일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Jeffrey가 도와줬기 때문이기도 하지. 오늘도 많이 도와주셨다. Jeffrey 아저씨,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돈은 감독에게 월요일날 받기로 했다.)

미니 포크레인-_-을 몰고 구덩이를 파러 온 사람도 한국사람이었는데,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줬다. 호주도 점점 살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Jeffrey가 그랬는데, 예전엔 말 못해도 직장 구하는 건 너무나 쉽고, 이 직장 기분 나빠서 그만 두면 저 직장가서 일 하면 되던 시기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물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사실 한국이 더 살기 힘든 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호주로 이민 온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이민가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에서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디에 살건 세상 사는 건 만만하지 않지만, 그리고 어려운 점이 사는 곳에 따라 서로 다르겠지만, Jeffrey의 건설 중인 집을 보면서 문득 호주에서 사는 게 좋은 점 중 하나가 생각났는데 (전제가 있다.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살아야 가능한 거니까.) 자기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일반 직장인이 젊을 때 집을 지을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 있기는 어렵겠지 (부자집에 태어나거나 로또 맞지 않는 한). 그러나, Jeffrey도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거치며 지금도 일을 하며 준비를 해서 살던 집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짓고 있다. (물론 조금 무리해서 짓는 거라 한다. 융자도 받고 그랬겠지.)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직장 생활 하거나 자영업해서 집을 짓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물론 땅이 좁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3일 동안 내가 치운 것들

많다 많아...


아, 일 하면서 Jeffrey가 이야기 해준 호주의 이것저것.

호주에는 자기 집을 스스로 지을 수 있는 면허증도 있단다. (Jeffrey도 공부해서 땄지만 혼자서 도면부터 그려서 일일이 인부들을 시켜가며 짓는 게 골치 아픈 문제가 많아서 건축업자에게 맡겼다고 한다.) 재밌다. 만약 시간만 되면 (일터에 안나가고 매일 감독하고 신경쓰는 게 가능만 하다면-_-) 자기가 설계한 집에서 사는 기분, 참 좋을 듯 하다.

낚시 면허증도 재밌다. 한국 사람들이 여기와서 면허증 없이 낚시하다가 낚시도구 다 뺏기고 법정에 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게다가 호주의 바다를 모르고 낚시하러 갔다가 죽는 한국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물고기 하나 더 낚을려고 목숨 거는 셈이지.

집 지을 때 그날 일이 끝나면 꼭 현장을 철조망 같은 걸로 막아둔다. 도둑이 들을까봐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거 안해놓으면 벌금 문단다. 그리고, 누가 거기 들어가서 다치면 그걸 모두 책임자가 다 물어야 한단다. 게다가 현장 주변을 깨끗이 하지 않으면 벌금 문단다. 현장에서 나온 돌멩이 같은 게 인도에 있어도 문단다. (아주 조금은 상관없겠지만)

이건 그 포크레인 모는 분이 이야기한 건데, 호주의 많은 한국 사람들은 건축업에 종사하고 있단다. 그게 왠만한 일들보다 더 보수가 낫단다. 실제로 한인대상 생활정보지 광고를 봐도 건축관련하여 사람 구하는 광고가 많다. 말이 사회적인 평가를 따라가는 걸까? 한국에서는 일단 대부분 '노가다'라고 하고, '노가다'일을 하는 사람은 일단 저평가해서 보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의 작업현장에서 남들보다 손에 흙 좀 더 묻히고, 작업복에 먼지가 조금 더 묻을 뿐인데 말이지. (물론 호주도 그런 시각이 없다는 건 아니고.) 예컨데, "청소부 아저씨들, 얼마나 고마운 분들이예요. 그렇죠, 여러분?" 이라고 교육한다는 거 자체가 사회에서 그렇게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보니까.

그리고, 이건 Catherine이 해 준 이야기인데, 호주는 영주권이 없으면 살기 쉽지 않은 나라란다. (하긴, 어느 나라가 영주권 없이 살기 쉽겠냐마는.) 물론 영주권이 있다고 해서 살기 쉬운 나라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고. 그래서, 영주권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영주권을 얻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호주에서는 영주권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그 사람도 영주권이 생긴다고 한다.

마침 오늘 옆집에서 집 경매가 열렸는데 Jeffrey가 잠깐 구경하고 왔다. 몇년전(?)에 경매로 내놨다가 $640,000까지 나왔는데, 집주인이 팔지 않았었는데, 다시 경매로 내놨다고 한다. 이번엔 $635,000까지 나왔는데 팔았다고 한다. 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경매에 내놓는다는 집을 종종 봤다. (신문에도 auction section이 있다.) 집을 경매로 사고 파는 게 흔치 않은 나라에서 산 나로서는 재밌는 일.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경매로 많이 사고 팔지만,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이 집을 사고 파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니까.)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하고 났을 때 (혹은 직장에서 다쳐서 더 이상 직업을 구할 수가 없을 때 등) 연금 받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한다. 퇴직금 제도가 생겨서 그런 점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작년인가에는 국가에서 그 연금... 잘못 투자해서 연금 낸 개인들이 엄청 손해봤다고;;; ) 그렇지만, Grace 말로는 호주는 연금제도가 잘 되어있는 편이기 때문에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한다. (하긴, Jeffrey 말도 점점 힘들어진다고 한거지...) 연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는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제 많다.-_-*


집에 돌아오니 Virgie와 Garce는 이미 와 있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샤워하고 나오니 Viki와 Missy가 와 있고,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 알고보니 Tessie의 어머니와 그 친구분 (그 때 그 두바이... 그 사람이 알고보니 Tessie 어머니랑 아는 분이라고 한다.). 잠깐의 우여곡절(?) 끝에 모두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그 분... John이 틀어놓은 Blue Brothers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왜 나보고 그 때 안왔냐고 한소리까지;;; 여걸타입.

나는 피곤해서 먼저 잔다고 하고 방에 들어왔고, 지금도 저 너머에서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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