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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n Sydney/2004년 7월

편먹기 :)

아침 6시 20분에 시계를 맞춰놓고 침대에서 조금 꾸물럭(-_-) 거리다 씻고 나갔다. 6시 40분이 되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 어두운데 어떻게 7시부터 일을 하지?' 싶었는데 7시가 되니까 거짓말처럼 날이 밝았다. 신기하지, 정말.

어제 왠만한 건 다 치웠기 때문에 (어제 큰 청소차 2/3 분량을 채웠거든. 돌덩이와 시멘트 덩이, 깨진 벽돌들로.) 이젠 많이 나올 것은 없겠거니 싶었는데, 오늘도 엄청 나왔다. 결국은 나머지 1/3도 모두 채웠다, 가득가득. (아마도 그 청소차 용량이 2톤은 넘을거야. 아마도; )거기서 배관일 하는 사람이 2명 있는데 젊은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이었는데, 고1 때 여기에 왔다가 어찌어찌 해서 영주권이 생겼다 한다. 그래서, 지금은 기술학교(TAFE)에 다니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단다.

그 사람이 잠깐 덧붙이길 자기 아는 형이 한국에서 컴퓨터를 하다가 왔는데, 1주일에 $500 받으며 일을 한다며, 그거 너무 수입이 짜다고 이야기한다. 그 형이라는 분이 나이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여기 물가를 한국과 비교하면 안되겠지만 그게 너무 짠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오늘 점심은 Jeffrey네 집에 가서 먹었다. 지금 집을 짓는 중이라 집이 지어질 동안 렌트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사모님(Catherine)이 라면을 끓여주셨다. 오오- 호주와서 처음 먹어보는 라면. :) 오이소박이도 맛나게 먹고, 밥도 말아 먹고-_-, 커피도 잘 먹었다. Jeffrey의 나이는 여쭤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Catherine이 언뜻 나이를 이야기하셨는데 (그럼 대충 Jeffrey의 나이도 얼추; ) 두분 다 나이보다 더 젊어보이신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이라크에서 죽은 한국인 이야기도 하고, 미국 이야기도 하고, 한국의 무능력한 외교력 (혹은 국력)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이야기도 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서 마저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아니 어제까지 합치면 이틀동안) 한번에 벽돌 2-3장씩 힘들게 날랐는데, 중국인 미장공이 가지고 있는 도구는 한번에 6장씩 쿡 찍어서 들고 나르는 것이 아닌가. -o- 좀 늦게까지 일을 하긴 했지만, 덕분에 마지막은 좀 수월했다. (원래는 내일 해야할 일이었는데 깔끔하게 끝냈다.)

Jeffrey가 처음엔 이틀 정도 일하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서 내일도 일하기로 했다. 그나마 Jeffrey가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 고맙습니다 Jeffrey 아저씨.

그리하여 내일도 7시에 나간다. 오- 3일 유람에 3일 일이라. 정말 워킹 홀리데이 모드다. :p

어제도, 오늘도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몸을 쓰는 일을 했더니) 등이 땡긴다고 했더니, John이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그거 무거운 거 들어서 그런거냐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힘들면 너무 많이 들지 말고 조금씩 들라고, 허리 숙여 무거운 거 들지 말고 다리 구부리고 들라고, 무거운 거 들 때는 몸에 바짝 붙여 들어야 안 무겁다고. 고마운 John.

집짓는 곳에서 일하는 거 힘들지 않냐고, 내가 조금 더 알아보면 좀 더 하기 쉬운 일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해주다가 - 내가 '이것도 뭐 경험이죠.' 했더니 John과 Tessie가 자기들도 예전에 그랬다고 한다. John은 젊었을 때 영국인가 에서 화장실 청소도 해봤고, Tessie도 호텔방 청소를 했었다면서,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한번 하고 나면 두려움 같은 건 없어진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라고 하지 않나. :)

재밌는(?) 이야기 하나.

어찌어찌 하다가 (TV에서 테니스 경기를 하고 있는데 그걸 보다가) 골프 이야기가 나왔다. John 왈, 그렉 노먼을 가르쳤던 사람을 골프장에서 간혹 만난다나?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갑자기 Tessie에게 시선 집중. Tessie 왈, 자기도 골프 칠 수 있다고, 골프 배울 거라고, 그렇지만 John에게는 안 배울 거라고...^^ 뭐 이런 이야기하다가 John이 갑자기 '그럼 다음 주에 골프장에 함께 갈까?' 툭 던지니 Tessie가 망설인다. 그런 걸 보면서 나도 합세해서 '왜, 가지 그래요. 에이~ 두분 함께 가요. Tessie는 운동이 필요해요~' 이랬더니, Tessie가 '어라, 이 두 남자 또 한편이 되서 나를 공격하네? Missy, 내 편이 돼줘-' 이러는 거다. 지난 번 차안에서도 무슨 이야기하다가 John을 좀 거들었을 때도 그랬는데. 남자 여자 편 먹고 이야기하는 건 어디가나 똑같은 모양.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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