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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디그닷컴과 우리의 인터넷 문화

: 처음엔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적다가 다 적고 나니 엉뚱한 이야기로 빠지는 글이 되어버렸어요. :p

아래 글을 적고 보니 역시 디그닷컴이 북적북적하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디그 관련해서 조금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유명한 메타 사이트들에서 하면 괜찮을 것 같은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툴바나 플로팅 박스 등을 보여주기 위해 주소 납치를 하는 대신 디그처럼 메타 사이트 안에 댓글란을 만드는 겁니다. 사이트 내에서 추천글로 추천된 글마다 달거나 모든 글에 다 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디그처럼. 해봄직 하지 않나요? 물론 그렇게 되면 개개인의 블로그에 글들은 더 줄어들 공산도 크겠죠. 한편으로는 네이버 댓글처럼 될까 무섭기도 하지만, 반대로 네이버 댓글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개개인의 블로거가 받아야 할 댓글을 뺏어가는 듯 해서 일견 얄미운 방법 같으면서도 주소 납치 같은 것도 안하고 저작권도 준수하니, 정당면서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디그가 하니 다들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어디서도 비슷한 걸 하지 않는 걸 보면 (물론 뉴스2.0에서 하긴 하지만 메타 블로그에서 안한다는 거죠.)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실 웃대나 네이버 붐, 다음 아고라 등과 같은 커뮤니티가 그런 서비스로군요. 다만, 원저작물을 마음대로 난도질하고, 최소한의 링크도 없이 퍼온다는 점과, 대부분의 글이 가벼운 유머나 낚시질, 연예인 이야기라는 점이 다른 거고요. 뭐, 그렇다면 이미 있느 서비스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들을 모두 지키면서 제대로 하는 서비스란 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또 한가지가 있는데 메타 사이트에서 공식적으로 하기엔 좀 뭐할 수도 있지만, duggmirror.com 같은 미러 사이트를 누군가 여는 겁니다. 특정 메타 사이트에서 추천글로 뜨는 글들을 크롤링 해다가 보여주는 대신 원본글 주소, 관련 메타 사이트의 주소 등을 확실히 표시해 주는 거죠. 바로 duggmirror.com 처럼 말이죠. 이미 archive.com 도 있고, 구글 캐쉬 같은 것들도 있는데 이런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게다가 이건 원본 주소가 사라지거나, 원저작자가 트래픽 때문에 해당 컨텐츠를 내리거나 할 때, 아카이브 역할을 충분히 해내니 명분도 있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때문에 다른 식으로 난도질해서 이용하는 건 삼가해야겠지만요.

아… 이것도 역시 이렇게 적고 나니, 얼마 전에 파란닷컴의 블로그 스페이스가 단지(?) rss를 무단 도용 했다는 이유로 혼줄이 난 게 생각나는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호감을 얻기 힘든 서비스가 될 가능성이 많겠어요. 물론 파란의 그건 퍼가기 기능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 거지만.

* * * *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인터넷 문화를 즐기는 방식은 참 이중적인 패턴을 유지하고 인는 것 같아요. 한쪽에서는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변하면서, 정작 즐길 때는 저작권이 난도질 당하는 웃대나 네이버 붐, 디시인사이드 같은 곳에서 그 난도질을 구경하거나 동참하면서 노는 패턴 말이죠.

게다가 가학적이기도 하죠. 그러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개똥녀, 된장녀, 노무현, 이명박, 노동자, 대기업 노조 등의 이슈가 자신의 생활과는 큰 관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하지만, 연말 정산 하면서 몇 만원 아낄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 뽑은 정치인들이 몇천억씩 꿀꺽하고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특정 소비 패턴을 가진 사람들을 된장녀라 지칭하고 멍석말이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가 될 수 있겠지만, 정작 자신의 취향이 어떻든 간에 대중들에게 공격받지 않는 분위기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웃기게 캡쳐된 연예인 사진이나 일반인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 보며 키득거리는 게 재밌을 수도 있지만, 정작 언젠가는 그 칼날이 자기에게도 올 수 있는 사회라면 참 끔찍한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괴물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열심히 클릭해서 그 괴물을 잘 키워주고, 그래서 그 괴물들은 계속해서 다른 이름으로 늘어갑니다. 대중이 원하니까, 우리가 원하니까요.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또 여기저기 클릭질을 합니다.


※ 글을 작성하다 오류가 나서 복구한 뒤 다시 저장했더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댓글과 트랙백이 허용거부 상태로 되어 있더군요. 댓글 달 수 있게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