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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짧게: 100분 토론 "위기의 가요계, 해법은 없나"편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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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반산업의 불황은 진작에 터져야 할 고름이 이제야 터진 것이라 봐도 될 듯 하다. 그 중의 하나는 신해철이 지적한 공연 문화 및 산업이 바탕되지 않은 기형적인 음반시장이 우리나라 음반산업계의 현실이라는 것. 공연을 위주로 활동했던 가수들의 고충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어 영화 쪽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그나마 낫다고 보는 건 어쨌든 극장 개봉이라는 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극장 개봉 이후에 DVD로 나온 후 불법 시장으로 들어가니까 최소한의 수익은 확보가 된다고나 할까? 물론(!) 한국의 DVD 시장 역시 망했다. 한국의 음반시장은 영화의 DVD 시장처럼 그리고 동네 재래시장처럼 망해가고 있다.

그런데, 체육관에서 공연하는데 내야 하는 체육기금이 10% 정도라는 건 몰랐다. 엄청 많네. 그러고 보니 웃겼다. 체육관에서 이루어지는 공연 (음악공연)이 90% 정도라는 이야기 역시.

2 지금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게 있다. 음반업계는 왜 이통사와 인터넷 업체와의 계약을 합리적인 비율로 다시 하기 전까지 음원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는 걸까? 각자의 의견 조율이 안되서? 무슨 100년짜리 노예 계약이라도 맺은 걸까? 단결이 안되서? (비슷한 경우로는 각 신문사들이 포털에게 뉴스를 제공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사이트는 제대로 운영이 안되서 어렵다는 상황이 있겠다.)

예전에는 무조건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러 미디어가 합쳐지고 있는 시대라고 생각하니 이해가 조금씩 가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자본은 미디어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제협 사람이 벅스의 운영권을 맡을 거라고 하는가 하면, 음반사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흡수되기도 하는 현실인 것이다. 즉, 음악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회사들은 '음악'만을 하는 회사들이 이미 아닐 뿐더러 '이윤' 그 자체를 '음악' 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3 음악을 하는 사람들끼리, 아니 순수한 의미로서의 가수들은 빼고 음악을 사업으로 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뭉치지 못하고 있는 건 어떤 회사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를테면 애플의 아이튠즈. 아이튠즈가 들어오면서 기존의 영미권의 팝은 팝대로 들여다 놓고 국내 가요들을 곡당 500원에 팔면서 가수 및 제작자에게 3~400원씩 준다면 판은 어떻게 바뀔까?

반대로 이야기하면 지금의 이통사,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음악에도 가수들에도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한데 음악계가 망하든 말든 일단 가는 거다. 우리나라 가수들 다 없어져도 어차피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면 외국 음원 판매 업체들과 다시 계약을 하면 되니까.

혹시 국내에 음반업계를 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회사가 있을까? 있으면 좋겠다. 문제는 여느 국내 온라인 판매 사이트들처럼 벨소리 다운로드도 지원을 해야 할텐데, 저쪽은 대기업이다. SK, KT, LG. 그게 가장 큰 걸림돌.

4 자꾸만 mp3와 다운로드가 '불법'이고, '문제'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건 아무래도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운로드가 문제인가? 합리적인 유료 시장이 마련되지 않아서,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문제이지. 디지털 미디어인 mp3의 음질이 문제인가? 그럼 wav로 들으면 되지. FLAC으로 들으면 되지. 이미 그런 사람들도 많다. 심지어 아이팟에서 듣는 16bit, 44.1kHz의 wav '디지털' 파일은 CD의 음질과 차이가 없어서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면 유명한 이야기이다.

현재의 디지털 파일의 문제가 음질이라면 음질을 높인 디지털 파일을 유통시키면 되고, 불법 유통이 문제라면 그걸 합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mp3와 다운로드가 음반시장을 위협한다는 식의 논리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CD 플레이어를 만드는 업체들이 mp3 플레이어 업체들 탓을 할 수 없는 이유는 mp3 플레이어는 합법적인 유통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악은 이미 CD가 나왔을 때부터 디지털이었다.

5 음반산업의 불황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귀결되는 건 음반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마치 우리나라 공교육의 붕괴가 전적으로 선생님들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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