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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피하지 않기

살다 보면 여기저기 세상 사는 이치가 비슷하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스팸도 그런 것에 속한다.

우리는 홈페이지든 블로그든 미니홈피든 뭐든, 게다가 이메일까지 스팸 메시지로 고생을 한다. 그런 경우 대부분의 경우에는 막아보려고 노력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스팸 메시지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포기한다. 다른 곳에 블로그를 만들기도 하고, 메일 주소를 바꾸는가 하면, 심지어 대부분의 메시지를 필터링하고 매우 제한된 메시지만 필터를 통과하게 만들어 두기도 한다.

결과는? 그러는 사이에 스팸은 스팸대로 창궐하고, 결국 주인은 쫒겨나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제한된 정보들만 받아들이게 되는 반쪽짜리 통로를 유지시키며 지내게 되기도 한다.

신문을 비롯한 매스미디어도 그렇지 않나? 이른바 '조중동'의 해악성에 대해 주장하지만 공짜와 선물 공세를 못이겨 내고 (못이겨내는 척 하며) 신문을 구독하는가 하면, 그런 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역시 '정치와 문화는 다른 것'이라며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 거부 사례는 조선일보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먹고사니즘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거겠지만, 결국 그 먹고사니즘들이 모이고 모여 그것들의 해악성을 유지시켜 주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신문의 정치성에 대해 비판하고, TV를 바보상자라고 여기면서도 신문의 정치적인 발언과 의견에 놀아나기도 하고 점점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찾아 TV 채널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정치는 어떻고. '그 놈이 그 놈'이라며 신경을 쓰지 않으면 성폭력을 저질렀던 전직 의원이 다시 선거에 출마하거나,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해대는 사람들을 비례대표제로 뽑는 당이 여전히 득세를 하거나 한다. 그런 세력들이 점점 커지면 걱정도 하고, '그럼 안되지'라며 관심도 가져보고 하다가 상황이 악화되면 어느 순간 손을 털고 일어서며 한마디씩 한다. "이 모든 게 어리숙한 정치인 노무현 때문"이라거나, "역시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며 자신의 무고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이런 스팸들을 관리해내는 데에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뿐더러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들은 어느 한 순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생각을 가지며 슬그머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물러설 때 결국 그 스팸들은 사용자들의 메일 계정을, 댓글란을, 리퍼러를 차지한다. 스팸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식할 뿐이다.

가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엉뚱한 곳에 불평을 하거나 핑계를 대며 피하는 내 자신을 본다. 그리하여 나에게 하는 말 -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피하지 말자.



아, 요즘 스팸 리퍼러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