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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짧게: 100분 토론, "인터넷 악성 댓글, 대책은 있나" 편을 보고

MBC 100분 토론 (백분토론)을 보고.

- 악플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사람들과 그 악플을 보고 현상을 연구하는 사람들, 악플을 그저 사회적인 문제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역시나 다르다.

- 그러고 보면 출연자들의 발언 내용이 참 흥미로웠다. (토론 내내 제일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악플러들의 베이스캠프를 운영하는 유식대장이 고발을 운운하고, 오래 전부터 작은 불평이나 비판도 듣기 싫어 철저하게 회원제 사이트를 운영해온 곽동수 savin은 악플이 교육의 문제라고 하는가 하면, 재용이의 순결한 19에 나와 웃기게 캡쳐된 사진들을 보며 피식피식 웃으면서 연예인들을 까대는 이종현이 악플을 자제하라며 실명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 그런 면에서 진중권은 그의 이제까지의 태도와 토론에서의 말이 비교적 일치하는 사람이었다. 진중권은 솔직히 스스로 악플러로 활동하며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으니 "악플에 내성을 기르라"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조독마 시절부터 여러 사이트를 옮겨 다니면서 "눈에는 눈, 악플엔 악플"로 응대해온 그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내성 쯤이야 필수 요소였겠지.

- 인터넷을 새로운 세계로 찬양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인터넷은 기존 세계의 연장선일 뿐만 아니라 (물론 똑같지는 않지만), 기존 세계의 자본과 권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자명해졌기 때문이다. 자본의 힘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으니. 그런 면에서 볼 때, 온라인의 질서를 위해 오프라인의 공권력을 끌어들이는 건 당연한 건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게다가 온라인에서 받은 피해로 오프라인의 인격이 충격을 받고 자살을 한다면 둘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

-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 활동하는 존재들이 가져야 할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힘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온라인을 현실로 생각하는 인격과 온라인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 아닐까.

- 오프라인 미디어 심지어 온라인 미디어들까지 해대는 장사질의 대표적인 태도 중 하나는 바로 '개인에 집중' 그리고 '개인에 집중하는 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어떤 괴물도 혼자 태어나지는 못한다. 사회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게 분명한데, 그런 사회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고쳐나가는데는 많은 미디어들이 무관심하고 대중은 그에 편안해 한다. 유명한 포털들의 검색어에는 인물들의 이름이 끊이지 않고 검색이 되고, 어떤 이슈가 터지면 해당 인물들의 싸이 주소가 언급되며, 대중들은 그 사람의 과거 태도와 언행을 살펴보기 시작한다. 대중과 미디어가 하나 되어 개인들만을 공격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결국 각종 오프라인의 미디어들은 악플 사태를 겹겹히 포장해 장사를 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들은 정작 다수가 소수를 무시하고, 권력자가 피권력자를 조롱하는 오프라인의 문제점들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는 게 아닐까? 그런 오프라인의 장사질에 온라인이 동조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