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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3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1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2에 이어 3번째 글입니다.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후반 사이 007 시리즈에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이라면 바로 로저 무어 시대가 막을 내리고 티모시 달튼 시대가 열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교체는 성공적이었죠. 유머러스한 제임스 본드가 보다 초기 제임스 본드의 성격으로 돌아가 현실적인 인물이 됩니다.

No.11 007 문레이커 (Moonraker, 1979)


로저 무어가 제작자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긴 한 듯 합니다. 인트로에 그의 이름과 함께 이미지가 계속해서 쓰이는 걸 보면 말이죠.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가 성공해서 인지 이번 작품은 아예 대놓고 SF적인 요소를 강하게 사용합니다. 당시에 <스타워즈> 같은 작품이 성공해서 분위기도 적당히 조성되었으니 망성일 이유가 없었겠지요. 원래는 최초의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의 발사와 함께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콜롬비아호의 발사가 2년 연기되고 영화만 홀로 개봉하였습니다.

따지고 보면 007 시리즈가 현실감을 잃고 신사적 유머에 천하무적 능력을 갖추며 적을 상대하는 전통 아닌 전통은 분명 로저 무어 시대 때 완성된 듯 합니다. 한 악당이 우주왕복선을 훔쳐서 독가스로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고 007이 사막을 비롯 우주에서까지 적과 싸우며 이를 저지한다는 내용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갈 때까지 간 것 아니냐'는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수륙양용 모터 보트로 변하는 곤돌라, 손목총, 손목시계 폭탄, 독침 볼펜 등 역시 특수무기들이 많이 등장하며 우주왕복선 문레이커호는 나사 (NASA)에서 제작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오프닝 크래딧의 주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늘과 달입니다. 주제곡은 셜리 배시가 다시 맡아 통산 3번째 007 주제가를 부르게 됩니다. 참, 이 영화는 황당한 설정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흥행은 대성공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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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2 007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 1981)


너무 멀리 나간 (심지어 우주까지 나간) 제임스 본드를 원작자가 창조한 세계로 불러들이려는 노력이 시도됩니다. 숀 코네리 시대의 제임스 본드로 돌아오라는 뜻이죠. 그 때문인지 매우 사실적인 액션과 더불어 황당스러운 특수무기들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007 여왕폐하 대작전>의 편집을 맡았던 존 글렌 (John Glen)이 감독을 맡았는데 5편의 007 시리즈를 내리 감독하게 되죠. 007 시리즈의 최고의 흥행시기를 열었던 감독입니다.

영화에서 재밌는 점이 두 가지 있는데, 극 중 007과 만났다는 이유로 죽는 리즐 역의 카산드라 해리스 (Cassadra Harris)는 제5대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의 부인입니다. 또 하나는 극의 마지막에 영국의 여수상이 제임스 본드의 임무 완수를 칭찬하는 전화를 겁니다.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대처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For Your Eyes Only 라는 말은 "당신의 눈으로만 (직접) 확인하라"는 뜻입니다. 어떠한 비밀 문서를 직접 읽은 후 "소각하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지요.

오프닝 크래딧은 특유의 007 시리즈스럽습니다. 첩보원과 여성의 실루엣이 함께 움직이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특이한 점은 주제곡을 부른 시나 이스턴 (Sheena Easton)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주제곡은 그 해 빌보트차트 4위에 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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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3 옥토퍼시 (Octopussy, 1983)


이 작품은 시대의 진정한 제임스 본드는 로저 무어임을 확실히 알린 작품입니다. <썬더볼>의 판권을 가지고 있던 케빈 맥클로리가 같은 해에 숀 코네리를 영입하여 <썬더볼>의 리메이크인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제작했는데, 이 작품이 내용이나 흥행면에서 모두 승리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는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가 더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007을 꾸준히 제작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제작진의 공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겠지요.

극 중에서 첩보원 009가 제정 러시아 시대에 만들어진 세계 최대 사파이어의 모조품을 손에 쥔 채 의문사를 당합니다. 그의 후임을 맡은 제임스 본드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인도의 카말 칸과 소련의 울로프 장군이 연루된 것을 발견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여성 서커스단을 이끄는 옥토퍼스역의 모드 아담스는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 이어 유일하게 두 번의 본드걸을 맡은 배우이지요.

타이틀 곡 "All Time High"를 부른 리타 쿨리지 (Rita coolidge)는 작년 (2006년)에 내한을 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All Time High"는 007 주제곡들 중 유일하게 가사에서 제목을 언급하지 않은 노래인 듯 합니다. 실제로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제목이 여성의 성기를 떠올리게 한다며 논란이었지요. 기술상의 문제였을까요? 오프닝 크래딧에 쓰인 레이저 효과가 조금은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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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Never Say Never Again,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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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007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역으로 투입되고 악당역으로는 막스 폰 시도우, 본드걸로는 킴 베이싱어가 출연하였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스티븐 시걸이 이 영화의 무술지도를 맡았다고 하는군요. 그나저나 모리스 빈더의 007 시리즈 특유의 오프닝 크래딧이 없으니 왠지 허전합니다.

No.14 007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1985)


14번째 007 시리즈이면서 로저 무어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입니다. 역시 시리즈 내내 M의 여비서 머니페니로 나왔던 로이스 맥스웰도 이 영화가 마지막 작품이지요. 또한 이 작품부터 알버트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이 시리즈를 공동 제작하게 됩니다.

이제껏 베니스 등 이국적인 풍경을 주무대로 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에펠탑, 금문교 등 유명한 장소를 배경으로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이 그려집니다. 크리스토퍼 워큰 (Christopher Walken)이 맡은 악당 조린 역은 007 시리즈 중에서 제일 대단한 악당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한 가수 그레이스 존스 (Grace Jones)가 맡은, 조린의 부하였다가 배신당하는 여자 메이데이도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흥행면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실패를 합니다. 어설픈 이야기 진행과 유머도 많이 지적되었지요.

오프닝 크래딧를 보자면 형광물질을 이용하여 전작의 오프닝 타이틀과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나은 효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극 중 눈썰매차의 받침대를 스노우보드로 이용하여 탈출하는 장면이 있는데, 오프닝 타이틀에서도 그 이미지를 활용합니다. 듀란 듀란 (Duran Duran)이 부른 주제곡은 007 시리즈 사상 최초로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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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5 007 리빙 데이라이트 (The Living Daylights, 1987)


<007 뷰투어킬>의 저조한 흥행 때문인지 제임스 본드가 바뀝니다. 천하무적 유머러스한 첩보원에서 보다 현실적이면서 심각한 이미지를 풍기는 제임스 본드로 설정이 되는데 티모시 달튼 (Timothy Dalton)이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새로운 이미지 중 가장 큰 변화라면 바로 (적어도 하나의 영화 내에서는)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제임스 본드"라는 점입니다. 희대의 플레이보이가 바로 제임스 본드였는데, 이는 정말 놀라운 변화이지요.

재밌는 건 사실 이 때 이미 다음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 (Pierce Brosnan)이 유력했지만 <레밍턴 스틸>의 계약 때문에 출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티모시 달튼은 숀 코네리 이후 본드 역을 맡을 배우 중의 한 명으로 거론되었지만 나이가 어려서 역을 맡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특수무기들 또한 재밌는 게 많이 나오는데, 007의 차는 레이저총, 미사일, 로켓 추진 장치, 침이 나오는 바퀴, 자폭 장치 등 각종 특수무기로 무장했으며 007의 열쇠고리는 휘파람 소리에 따라 마취가스가 나오는가 하면 폭발하기도 합니다.

오프닝 크래딧의 테마는 선글래스, 해드라이트 등으로 시작하여 물로 마무리가 됩니다. 그나저나 당시의 유행은 레이저였나 봅니다. 전작들에 이어서 크래딧에서도 사용이 되는 걸 보면 말이죠. (효과는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주제곡은 아하 (A-ha)가 불렀는데, 007 시리즈에 정말 잘 어울리는 주제곡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언제나 007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하던 존 배리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시리즈와 헤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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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