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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2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1에 이어 2번째 글입니다.

지난번에 5편까지 적었으니, 이번에는 6 ~ 10편에 대해 이야기하면 되겠군요. 그러나, 그러기 전에 번외편 하나를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007 시리즈는 2006년 말 현재 21편의 공식작이 만들어졌고 2편의 외전이 있죠. 이른바 적자라고나 할까요? 이번에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 (2006)의 원작은 바로 007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이었는데, 이 소설의 판권은 이온 프로덕션이 아닌 찰스 펠드만 (Charles K. Feldman)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즉 1967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가 독자적으로 만든 영화이지요. (처음에는 이온 프로덕션과 공동제작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007 카지노 로얄 (Casino Royale,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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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프닝도 많이 다릅니다.)

그는 이 작품을 코미디물로 만들었는데 감독은 존 휴스턴을 비롯 자그만치 5명. 캐스팅도 대단합니다. 피터 셀러스, 데이빗 리븐, 오손 웰즈, 데보라 커, 우디 알렌 등등등. 이 영화는 <007 두번 산다>와 맞붙었는데 흥행과 비평 모두 상대적으로 실패했습니다. 사람들은 냉철한 섹시가이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여기지 않았나 봅니다.

No.6 007 여왕폐하 대작전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


숀 코네리는 이미지가 너무 한 쪽으로 굳어지는 걸 이유로 제임스 본드역을 그만둔다고 선언하고, 제작자들은 조지 레젠비 (George Lazenby)라는 배우를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하여 영화를 제작합니다. 이 작품은 전작들과 여러 모로 다른 점을 보여주는데, 아마도 주연배우가 바뀌니 직접적인 비교를 당하면 흥행에 있어 불리하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 영화는 007 영화에서는 드물게 비극적인 내용이 담겨있고 (극 중 제임스 본드의 아내가 죽습니다), 리얼리티가 강한 편이며 이야기가 본드의 내면에 중점을 맞춰졌습니다.

결국 흥행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제임스 본드 못지 않게 숀 코네리를 좋아했었나봐요. 불쌍한 조지 레젠비만 열심히 깨졌죠. (하지만, 007 최고의 작품이라는 반론을 가진 팬들도 많다고 해요.)

오프닝 크래딧 역시 전작들과는 달리 가수들의 노래가 아닌 존 베리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사용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분위기를 잘 잡아주는군요. 시각적으로는 칵테일 잔, 모래시계, 여인들의 각선미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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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7 007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Diamonds Are Forever, 1971)


존재가치를 확인한 첩보영웅 숀 코네리가 바로 복귀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만 찍기로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영웅이 돌아오니 백업들도 철저하게 준비를 했나 봐요. <007 골드핑거>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당시 유명했던 미국인 각본가 톰 맨키비츠가 각본을 맡습니다. 심지어는 <007 골드핑거>의 주제곡을 불렀던 셜리 배시까지 동참하죠.

그렇다면 다시 - 흥행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작정하고 달려드는데 장사 없다고나 할까요? 이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는 달까지 날아갑니다. 제작비가 이전 대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하는데 레이저 광선총을 탑재한 인공위성까지 나옵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프닝 크래딧은 다이아몬드를 컨셉으로 잡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은근히 다이아몬드와 잘 어울리는군요. 아쉬운 점이라면 기존의 오프닝에 비해 너무 심심하군요. 한가지 더 아쉬운 게 있다면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주제곡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당시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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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 007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1973)


시리즈를 다시 흥행 궤도에 올려놓은 숀 코네리는 제임스 본드 자리에서 명예롭게 은퇴를 하고, 이 영화부터 로저 무어 (Roger Moore)의 시대가 열립니다. 로저 무어와 숀 코네리와의 차이점 중의 하나는 바로 유머감각입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인지 배우가 바뀌었기 때문인지 제임스 본드는 이전보다 밝고 코믹한 면이 부각되죠. 다만 과연 이 유머가 좋은 시도였는지 아닌지는 논란 중입니다. (제목만 해도 재밌잖아요. Live and Let Die, 너 죽고 나 살자)

제임스 본드는 미스터 빅이라는 흑인 두목이 이끄는 마약밀매 조직과 대결합니다. 주무대가 카리브해인데, 모터보트 추격신이 압권이라는 평을 받고 있죠. 역시 재밌는 특수무기들도 많이 나오고요. (손목시계, 가스압축탱크, 행글라이더 등)

주제곡은 폴 매카트니가 부인과 함께 만들어서 역시 부인과 함께 활동했던 밴드 "Wings" 이름으로 부릅니다. (영원한 비틀즈맨 조지 마틴이 이 곡의 제작에 참여하고 오케스트라로 편곡까지 해주죠.) 오프닝 크래딧의 테마는 흑인 여자와 부두교이며 중반부에 불과 물의 이미지가 교차되는 게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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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9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시리즈에서 6번째로 제작될 뻔 했던 이 작품은 전작 <007 죽느냐 사느냐>와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제목만 빌려오면서 전혀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작은 사건이 이루어지는 주무대도 전작과 동일하게 카리브해 (본드의 주무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죠.) 이지만 영화는 아시아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코미디에 대한 감은 전작보다 더 떨어졌다는 평들이 있습니다. 무술장면도 엉성하다는 지적이 있죠. 공동제작자 중 한 명인 해리 살츠만 (Harry Saltzman)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007 시리즈 제작에서 손을 뗍니다. 알버트 브로콜리 (Albert R. Broccoli)와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이었죠.

이 영화의 본드걸 역을 맡은 모드 아담스(Maud Adams)는 후에 다시 한번 본드걸을 맡게 됩니다. 유일하게 본드걸을 두 번 맡은 배우라는 얘기죠. 특수무기들은 더 기상천외해지며, 007 영화 최대의 스턴트라 할 수 있는 나선형 점프대를 차가 점프하는 장면은 단 한 번만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물론 스턴트맨이 한 거죠.) 아, 이 영화에서 매력적인 악당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리 (Christopher Lee)는 007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의 친척이라고 하는군요.

주제곡은 룰루 (Lulu)가 불렀는데 제임스 본드의 분위기와는 조금 맞지 않는 것도 같아요. 70년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긴 하지만 말이죠. 오프닝 크래딧의 주제는 "물의 반사"군요. 바로 이전 작품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역시 심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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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0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1977)


원작자인 이안 플레밍이 좋아했다던 제임스 본드인 로저 무어 버전 007의 흥행이 신통치가 않아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팠을 것 같아요. 심지어 로저 무어도 제임스 본드 역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정도 였으니 말이죠. 설상가상으로 해리 살츠만와 헤어진 제작자 알버트 브로콜리는 그래서인지 실패하면 007 시리즈는 끝이라는 말과 함께 도박을 감행합니다. 영화의 규모를 키운 거죠.

엄청난 규모의 세트하며 SF 영화에서 나옴직한 특수무기들 (특히 잠수함으로 변신하는 자동차와 수중에서 사용되는 무기들), 게다가 독특한 원작 (소설의 중반까지 한 여성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이 결합된 결과인지 흥행에서 대성공을 합니다. 캐릭터면에서도 매우 성공적이었는데, 유머감각이 넘치면서도 능력 좋고 말끔한 신사의 이미지를 풍기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이 영화를 통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들 하죠.

오프닝 크래딧 역시 간만에 007 시리즈 답습니다. 여성들의 실루엣으로 이루어진 움직임과 총을 든 스파이의 모습이 주제곡과 잘 어울려요. 마빈 햄리쉬 (Marvin Hamlisch)가 만든 주제곡 "Nobody Does It Better"는 칼리 사이몬(Carly Simon)이 불렀습니다. 이 곡 또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크게 히트를 하죠. (빌보드 차트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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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 :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