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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1

올해 개봉된 <007 카지노 로얄>까지 포함해서 21편이 제작된 007 시리즈를 오프닝 크래딧을 중심으로 간단히(?) 정리해볼까 합니다.

모리스 빈더(Maurice Binder) 등이 제작한 007 시리즈의 오프닝 크래딧은 참 유명하지요. 실제로 모리스 빈더의 오프닝 크래딧이 뮤직비디오의 초기 형태가 아닐까 하는 말도 있으니까요. 대체로 여성의 나신과 총을 든 남자 스파이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표현되는 이 크래딧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성인들이 즐기는 오락물이야"라고 노골적으로 말해 주는 듯 합니다.

보통은 밑도 끝도 없이 간단한 액션신을 보여준 다음에 이 오프닝 크래딧이 보여지는 게 007 영화의 시작이지요. 많은 007 시리즈의 클리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오프닝 크래딧에는 영화의 주제가가 흐릅니다. 시리즈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한 주제가들도 많았죠.


(2006년 개봉한 카지노 로얄까지 007 시리즈의 모든 건베럴 장면을 모은 클립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007이 화면 안으로 걸어들어와 관객을 향해 총을 쏘고, 화면이 핏빛으로 물든 다음 오프닝 크래딧이 시작되지요. 보통 이 장면을 007 건베럴 (gunbarrel)이라고 합니다.

007에 대한 여러 설명은 그 때 그 때 하기로 하고, 이제 시작합니다.

No.1 007 살인번호 (Dr. No, 1962)


그렇습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영화는 여느 오프닝 크래딧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직 시리즈의 전통이 확립되기 전이기 때문이겠지요. 시작은 단순한 점들이 네온사인처럼 반짝거리는 것이 전부죠. 하지만 저 크고 작은 점들이 마치 무언가를 '생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군요. 그러고는 이내 특유의 실루엣들이 화면을 채웁니다.

여성들이 허리를 흔들어대며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서 무언가 생각이 나지 않나요? 맞습니다. 그 유명한 아이팟의 실루엣 광고 시리즈입니다. 섹시하고 똑똑하면서 첨단 무기로 무장한 첩보원 007과 어딘가 매력적이고 섹시한 기계 아이팟. 공통점이 느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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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 007 위기일발 (From Russia with Love, 1963)


우리나라에서는 1편보다도 더 먼저 수입이 된 작품입니다. 전세계에 007 신드롬을 일으킨 편으로 인정받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참, 007 시리즈는 여러가지 면에서 혁신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시리즈였는데, 그 중의 하나는 바로 주연배우의 캐스팅이었습니다. 당시 무명이었던 숀 코네리를 제임스 본드역으로 쓴 것이었죠.

이 작품에서 007의 숙적인 스펙터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스펙터의 두목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고양이를 쓰다듬는 손만 보여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가제트나 오스틴 파워 시리즈에서 차용되기도 하지요.

크래딧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007 영화음악을 담당하는 존 베리 (John Barry)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감성적이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음악은 향후 여러 첩보 영화의 음악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군요.

화면은 여전히 섹시함을 자랑하는데, 격정적인 춤을 추는 터키 무용수의 몸 위로 네온사인이 지나가는 장면은 지금 봐도 대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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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 007 골드핑거 (Goldfinger, 1964)


1, 2편이 흥행에 성공하자 이온 프로덕션 (007 영화만 제작하는 스튜디오죠.)은 바로 다음 영화를 제작합니다. 감독도 테레스 영에서 가이 해밀턴으로 바뀌었는데, 007의 여러 스타일이 정립된 작품이라고 하죠. 우선 오프닝 크래딧에 주제곡이 흐르는 전통이 생긴 것도 바로 이 작품부터입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007의 각종 비밀무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 작품부터이지요. 자동차만 해도 방탄유리부터 번호판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장치, 조수석에 탄 사람을 밖으로 보내버리는 장치도 등장합니다.

골드핑거는 007이 상대하는 악당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타이틀에서는 '골드'라는 단어가 주는 시각적인 분위기를 한껏 이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비주얼 컨셉이 '골드'인 거죠. 금빛 여체 위에 여러 효과들이 들어간 오프닝 크래딧은 여전히 도발적입니다. (오프닝 크래딧의 본드걸 셜리 이튼은 영화 속에서 금가루칠 당해서 질식사합니다.)

이 작품은 1965년 아카데미상 음향효과 부문에서 수상을 했습니다. 주제곡 Goldfinger는 셜리 배시 (Shirley Bassey)가 불렀습니다. 소울풀한 창법이 매우 매력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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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 007 썬더볼 (Thunderball, 1965)


<007 골드핑거>까지 흥행에 성공하고 나자 이온 프로덕션은 케빈 맥클로리와의 저작권 소송을 통해 007 원작소설 "썬더볼"에 대한 판권을 얻고 바로 그와 공동으로 영화화합니다.

흥행에 자신이 있었던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세 편의 제작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들었다고 합니다) <007 썬더볼>을 만들게 되는데, 개인용 로켓이라든지 미사일이 장착된 오토바이 등 화려한 특수 무기들이 보여집니다. 특히 요트의 뒷부분을 떼어내면 모터보트가 되는 변신은 나중에도 007의 전매특허 중 하나가 되지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상 특수효과 부문 수상도 했죠)

화려한 수중액션이 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오프닝 크래딧도 바다 속을 수영하는 여체들로 구성했습니다. 톰 존스 (Tom Jones)가 부른 주제곡 "Thunderball" 역시 유명하죠. 개인적으로 제일 007의 주제곡으로 어울리는 곡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오프닝 크래딧과 주제곡의 분위기는 후에 우리의(?) 재치있는 얀코빅이 영화 <스파이 하드>의 오프닝 크래딧으로 패러디합니다.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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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5 007 두번 산다 (You Only Live Twice, 1967)


이번 편의 무대는 일본입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계속적인 흥행으로 생긴 수많은 유사 짝퉁들을 납작하게 눌러주려 제작자들이 작정한 모양인지 전작 <썬더볼>보다도 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습니다.

실제로 007 시리즈 때문에 생긴 시리즈가 많았지요. "미션 임파서블"이라든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같은 TV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쪽도 각종 첩보, 액션물이 제작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어쨌든 무대가 일본인지라 본드카도 토요타 2000 GT이고, 각종 닌자들의 무술씬이 나오게 됩니다. 핸드백 무전기라든지 총알이 들어있는 담배 등 특수 무기들도 여전하고요.

오프닝 크래딧의 이미지 역시 '일본'과 '화산'입니다. 실루엣 속의 여인들이 일본 전통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군요. 일본과 화산이라니, 왠지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적으며 오프닝 타이틀을 보다 보니 주제곡들이 다들 좋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의 주제곡은 낸시 시나트라 (Nancy Sinatra)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곡은 후에 제가 좋아하는 가수 중의 하나인 뷔욕 (Björk)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죠. 들으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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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글 : 007 오프닝 크래딧 시리즈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