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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 & sound

음반시장 불황과 MP3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생각

1. 음악소스를 담는 매체에 대한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겠다. 1982년 LP와 tape을 대체하는 매체로 CD가 처음 나왔다. 처음 나왔을 당시 LP와 tape를 통해 음악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공급받던 사람들은 CD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지. 비싸기도 하고, 새로운 플레이어를 구입해야 하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고. 그래서 꽤 많은 사람들은 CD의 성공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CD는 성공했고, 20여년간 음악을 담는 대표적인 매체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2. 아직도 LP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물론 그 중에는 CD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도 꽤 된다.) CD보다 LP를 통해 나오는 소리가 따뜻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LP 특유의 Cover Art가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사람도 있다. CD라는 디지털 매체가 아날로그적인 낭만을 없애버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3. 예전에 한참 진공관 엠프와 디지털 앰프의 소리 재현 능력이 다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실제로 눈을 감고 들어보면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기억된다.
그렇다면, CD를 통해 나오는 소리와 LP에 대해 나오는 소리가 정말 다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다르긴 다르다. CD가 재생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인 20Hz ~ 20kHz인 반면, LP는 20Hz 이하로도 20kHz 이상의 소리들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재생한다면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이것 역시 차이가 있긴 하다. 가청 주파수 대역의 음파와 비가청 주파수 대역의 음파가 서로 영향을 주긴 하니까.)

4. 음반시장은 해마다 그 시장의 크기가 감소되고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불황 정도가 아니라 몰락이라는 표현도 크게 과장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1992년도에 발표된 ('마법의 성'이 들어있는) '더 클래식 1집'이 100만장을 넘긴걸로 되어있다. 2004년 발표된 서태지 7집의 경우는 40만장을 넘었다. 젊은이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가수 중의 한명인 서태지가 고작 그 정도이다. 문제가 무엇일까.

5. 음반업계가 MP3를 불황의 원인으로 지목한지 몇년이 지났다. MP3가 나오기 전에는 불법음반을 문제 삼았다. 사실 그들의 말은 맞다. 불법음반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음반시장은 손해를 줄여왔다. 그러고 보니, 사실 음반시장의 불황의 핵심 중의 하나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이다. 컴퓨터는 각 가정에 1대씩 놓여지고, 인터넷 라인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미 나는 앨범 한장 받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때려죽일 놈의 컴퓨터와 인터넷이란 말인가.

6. 예전 이야기를 하자면, 집에 라디오가 보급되면 될수록 TV가 보급되면 될수록 사실 음반시장은 덕을 봤다. 그리고 예전부터 라디오나 TV로 나오는 음악들, 뮤직비디오들은 수없이 '녹음' 되어왔다. 아예 레코드점에서 원하는 곡만 뽑아서 녹음해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음반시장은 성장해왔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인터넷은 정말 건전한 문화시장을 죽이는 몬스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카피'해내는 공간인 걸까.

7. 지금까지 적은 글의 일관된 주제는 변화이다. 시장의 조건은 변화해왔고, 사실 이제까지 음반업계는 이 시장의 변화에 대처해오고 있었다. 포크가 뜨면 포크음반을 만들고, 댄스음악이 뜨면 댄스음반을 만들고, LP보다 CD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LP로 음반을 내는 걸 포기했으며, 서태지가 뜨니까 HOT와 신화를 발굴했고, 영상세대를 MTV로 끌어들여 음악팬으로 재탄생 시켰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 음반업계가 몇년전부터 '인터넷과 MP3'를 불황의 원인으로 지목한 후에 지금까지 어떤 변화들을 시도했는지 궁금하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공룡은 죽는다. 이건 몇백만년 전에 얻은 교훈 아닌가?

8. 그러니 아직도 소리바다는 죽어야 마땅하고, 불법의 온상인 인터넷의 각종 매체들은 때려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게지. 어찌되었건 벅스는 토론의 장으로 불려나와서 어느 정도의 오해를 해소하였고 (아직도 불씨를 가지고 있지만), 벅스에 집중포화를 했던 음반업계는 살짝 움찔했다. 인터넷을 불법의 온상이라고 설정했던 음반업계들은 그러는 와중에도 스스로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은 지네들이 먹겠다는 뜻이지. 내 시장에 새로운 침입자가 들어왔기 때문에 설레발을 친 것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이 밝혀졌으며, 아직도 그 시장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으로 그들의 무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중이다.

9. 음반시장 불황의 원인으로 '인터넷과 MP3를 제외한' 다른 요인들로 어떤 게 있는지 제목만 적어본다면 어떨까.

  • 10대 위주의 기획 아니 10대만을 위한 기획
  • 성인가요 시장 창출에 대한 의지 결여
  • 노래 못하는 가수들 발굴
  • 음악 실력과 춤 실력을 구분하지 못함
  • 들을만한 노래 1-2곡인 앨범을 10,000원을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시장 여전
  • 싱글을 내도 5,000원 이상이 되는 여건
  • 매체 변화에 대한 철저한 외면
  • 경제 전반적인 침체
  • 새로운 형태의 제품/시장 개발/개척 외면
  • 컴필레이션 앨범 남발

    10. 다시 한번 반복해 생각하자면, 이미 매체는 변화를 시작했다. 턴테이블(과 그걸 on할 수 있는 전원)을 들고 다니지 않는 한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때로부터 CD player에 작은 크기의 CD 몇장을 들고 다니며 들을 수 있는 시대를 거쳐 지금은 손바닥 안에 몇 천곡이 들어가는 MP3 player를 휴대하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음악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를 거쳐 네트워크 시대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음반업계는 그 미지의 시장 / 미지의 문화 공간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바보들이다.


    postscript)
    Apple의 iPod을 위시한 전략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해봐라.
    아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 하다. Apple, 정말 대단하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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