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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sound for visuals

사운드 :: Code 46

이 영화는 SF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사랑 이야기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미래에도 연인 간의 사랑은 계속 될테니까)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분위기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던 건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 영화의 배경이 시간적으로 미래이면서 공간적으로 상하이라는 점. 오리엔탈리즘을 세련되게 활용한 예랄까? 영화의 낯선 느낌은 미래사회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상하이이기 때문에 더 강하게 오는 것이다. 적절한 중첩.

둘째, 여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사만다 모튼이라는 점. 사만다 모튼은 스필버그 감독, 탐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3명의 예언자 중 한명인 아가사 역을 맡은 그 배우다. 이 영화에서도 그 때의 느낌이 은근히 느껴진다.

셋째,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프리 어소시에이션 (Free Association)이 만들어 낸 사운드트랙이다. 프리 어소시에이션은 데이빗 홈즈 (David Holmes)와 스티브 힐튼 (Steve Hilton)으로 구성되었는데, 데이빗 홈즈는 아일랜드 출신 DJ/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이면서 <오션스 일레븐>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영화음악가이고, 스티브 힐튼 역시 그와 함께 작업해온 뮤지션이다.

SF와 로맨스의 느낌 사이에서 시종일관 줄타기를 하는 사운드트랙은 영상 없이 앨범 전체를 들으면 밋밋하게 들리기 쉽다. 각각의 트랙이 완결된 음악으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작업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음악은 거의 한가지 톤으로 유지된다.)

그럼에도 이 사운드트랙은 영화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긴장감을 모두 끌어올려주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낸다. 키보드와 패드 그리고 일렉기타 사운드는 부드럽게 편곡되었고 감성적인 전개로 이루어졌으며 이 사운드트랙으로 인해 영화는 고급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 얻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의 사운드트랙은 사춘기 성장영화에 쓰여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어딘가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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