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그래서 영화를 본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각각 자신 버전의 해석을 내놓는다. 내 해석도 비슷하긴 하지만 그래도 적어둔다.
감춰놓은 부분은 스포일러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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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초 간단으로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라 모튼은 작품 구상을 위해 편집장의 별장에 잠시 기거하게 된다. 사라는 예상치 못하게 그곳에서 편집장의 딸인 줄리를 만난다. 줄리는 아주 성적으로도 자유분방하고 매우 활발한 성격의 아이인데, 사라는 그녀 때문에 방해를 받는다.
그러다 어느날 그녀의 일기장을 몰래 보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쓴다. 그러던 중 사라가 관심있어 하던 카페의 종업원 프랭크를 줄리가 집에 데려왔는데, 그만 사고로 줄리가 프랭크를 죽이고, 사라는 그녀를 도와 프랭크를 땅에 묻는다.
그런 후 사라는 줄리와 헤어지고 소설을 마무리한다. 편집장에게 돌아와 별장에서 자신이 쓴 소설을 보여준 뒤 문을 나서다가 줄리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이 줄리는 별장에서 봤던 그 줄리와 다른 사람이다.)
다음은 이 영화의 내 버전 해석.
사라 모튼은 작품 구상을 위해 편집장의 별장에 잠시 기거하게 된다. 그녀는 자유로운 그곳 분위기를 만끽하다가 별장 주변의 인물들과 별장에서 우연히 찾은 몇몇 물건들을 바탕으로 상상에 빠진다. 이를테면, 사라는 편집장에게 줄리라는 딸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 프랭크는 원래 종종 늦잠을 자서 가게에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는 사실 등을 기초로 줄리와 프랭크의 존재, 살인이라는 사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 상상은 마냥 근거 없는 허구가 아니다. '상상버전 줄리'의 엄마는 바로 사라 모튼 자신이다. '상상버전 줄리'는 "사라나 책을 위해 살인을 한 것 같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자신의 어머니는 언제나 책을 내고 싶어했지만 아버지 (편집장)이 그것을 막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건 책을 다 쓴 사라가 편집장에게 자랑스럽게 '이제껏 써 온 자신의 스타일과는 전혀 상관없지만 자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연결된다. 또한 사라가 영화의 중후반부에 프랭크의 존재를 찾다가 조로증에 걸린 정원사의 딸에게 줄리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을 때 줄리 어머니는 죽었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사라에게는 매번 대중의 기호 (혹은 편집장의 기호)에 맞춰 책을 내는 일상 아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나 할까? (창작에 대한 욕구 뿐만 아니라 성적인 욕구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이러한 자신의 욕구를 발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바로 조로증이 걸린 사람의 입을 통해 '그녀는 죽었다'고 이야기되는 것이다. 바로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전공인 추리소설과 같은 설정 안에 자기 자신을 몰아넣고 상상을 한 것이고.
그리하여, 사라가 마지막에 전혀 엉뚱한 외모를 가진 줄리 (진짜 줄리)를 보면서 편안하게 웃는 건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버전 줄리'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적었지만 이 영화는 단 하나의 해석이 존재해야 하는 영화도 아니고, 정확한 줄거리 해석 자체가 그리 중요한 영화도 아니다. 내가 재미있어 했던 점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열린 결말일 수 있는 게 단지 하나의 장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