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view & mind

어린이날 잡담

어린이날 저녁, 영화 한편 보려고 20여분을 걸어서 극장에 갔더니 앞으로 2-3시간 이후 것까지 모두 매진이라고 해서 그냥 돌아오면서 (별 상관없는 그리고 서로 개연성 별로 없는) 몇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이유로 당시 어른으로부터 천대받고 구박당하던 아이들을 인간존중의 범주에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전통적인 유교관념 속에서 아이들은 그저 성숙하지 않은 인간, 아직 덜 된 인간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통제와 가르침의 대상이었고, 장유유서의 질서 속에서 그들에겐 항상 복종만을 강요당했지만 천도교 신자였던 방정환은 인간존중, 평등사상이 아이들에게도 적용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 (어린이들)은 과연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싶었다. '오늘날 인격적으로 존중 받으며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인격적인 존중이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천대받고 구박당하고 통제와 가르침의 대상이었던 아이들을 위해 새로이 만들어진 '어린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며 산다는 건 뭘까" 하는 생각.

어쨌든 청소년들은 여전히 자신의 머리 하나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학교를 다니고 있고, 여자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다 뺨을 얻어맞고 욕설을 듣고 있으며, 여자들이 짧은 치마 입고 밤거리 돌아다니다 사고를 당하면 어떤 경찰들에게 '네 잘못'이라는 소리를 듣고, 돈없고 빽없는 어떤 소시민들은 자신의 터전에 살겠다는 결정이 국가의 의견과 부합되지 않자 두드려 맞으며 쫒겨나고 있다.

하지만 한편의 대한민국에서는 돈으로 법을 어기며 부를 세습해도 괜찮고, 성추행을 해도 국회의원하는데 큰 지장없으며, 한번 내린 나라의 결정에는 (그게 대한민국의 뜻인지 미국의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도 어찌할 방도가 없고, 세상사 좋은 게 좋은 거고 둥글게 둥글게 눈치보며 사는 게 좋은 거라는 걸 어린이들은 언제쯤 이해하게 될까?

사실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 어린이들이라면 지금부터 위와 같은 논리들을 잘 이해해야겠지? 잘 살아야하니까. 살아남아야 하니까. 약자의 편에 서지도 말고, 뒤돌아 보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