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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롱테일 vs. RSS (전체 피딩)

바야흐로 웹은 2.0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들 한다. 그게 무슨 소프트웨어 버전 찍는 이야기와 동급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그럼에도 2.0의 은총을 받으려는 사람/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웹 2.0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2가지가 있다. 바로 롱테일과 RSS (의 전체 피딩).

한편에서는 롱테일에 대해 강변한다. 난 이게 웹 2.0적인 개념이든 아니든 간에 상식적인 선에서 동의한다. 사실 단순화시켜보면 예전부터 통하던 진리라고 생각한다. 하다 못해 PC통신 시절의 게시판들만 보더라도 답글도 많고 다른 포럼에서 인용되는 게시물이 많다는 건 그 게시판 및 포럼이 활발하다는 뜻 아닌가. 이걸 고상하게 (그리고 경제학적인 개념 등을 포함하여) 표현하면 롱테일 효과라는 거겠지.

즉 롱테일이 무언가를 가치있게 만든다는 뜻. 그 '무언가'는 블로그의 포스트부터 대형 인터넷 서비스 업체의 컨텐츠까지 망라할수 있겠지. 사실 요즘은 기존의 거대 대중매체들까지 인티넷의 롱테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게 당연한 시대이다. TV 프로그램에서부터 신문기사까지.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RSS 전체 피딩의 유용성을 주장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RSS로 글을 피딩할 때 글의 일부만 피딩해봐야 결국 사람들이 읽지 않으니 손해다, 그러니 그냥 전체 내용을 피딩하라'는 것이다. 역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나 역시 RSS 리더기로 글을 읽을 때 기왕이면 글 전체가 피딩된 글을 보는 게 개인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본문을 잘 '요약'하여 RSS에 피딩하는 것이 제일 합당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2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내 블로그 툴이 '요약본 피딩'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는 요약하느라 머리가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첫번째 문제가 해결된다면 난 기꺼이 요약문을 적을 용의가 있다 - 가끔이겠지만. :p)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위의 두 주장은 서로 엇갈리는 듯 하다. 구독자가 RSS 리더기로 전문을 읽을 경우 그 가치있는 롱테일을 확인하려면 결국 해당 웹사이트로 가야 한다. 반대로 롱테일 확인 없이 구독자가 글 내용에 만족한다면? RSS를 지원한 컨텐츠 제공자는 만족스러운 전문을 피딩함으로써 구독자로부터 롱테일을 이끌어 낼 수가 없게 된다.

과연 컨텐츠는 단순히 포스팅된 '글'에 한정되는 걸까?

RSS로 전문을 피딩받아 보는 건 이러한 문제 말고도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만들기도 한다. 컨텐츠는 단순히 포스팅된 글 (문자)이 전부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웹사이트의 레이아웃이나 제공하는 폰트의 크기, 색깔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RSS 리더기*1에서의 글 읽기는 IT나 인문학 등의 기술적인 글과 신문기사 같은 컨텐츠*2에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분야라면? 사이트의 레이아웃이나 비텍스트적인 요소로 보이지 않는 정서를 표현하는 비기술적인 글이라면? 혹은 컨텐츠 생산자가 트래픽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이미지 등의 파일에 대해 외부링크를 막았다면?

즉,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힘겨루기 이전에 컨텐츠 생산자의 의도를 소비자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거나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제대로 독해하지 못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는 뜻이다. 오독을 통한 엉뚱한 롱테일이 생겨날 수도 있고.

유치한 비유를 들자면 "RSS 리더기를 통해 읽는 글은 방구석에서 혼자 읽는 글"이다. 뭐든 정말 제대로 구경을 하고 싶으면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3. 여행 다녀온 사람이 자신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줘도 직접 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 분위기를 직접 느낀 사람에 비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인터넷의 핵심- 인터렉티브 vs. 소비자 길들이기.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빨리 들여다보기 위해 사용한 툴 때문에 오히려 정보 소비자들이 소극적이 되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정보 소비자가 소극적이 된다는 것, 그건 인터넷이 기존의 대중 미디어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소극적이 된 영역에 기존 미디어들 대신 새로운 닷컴기업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앉는다는 것이겠지.

인터넷이 다른 미디어들과 차별되는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인터렉티브'인데 적어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RSS를 통한 글읽기는 여러모로 그 성질에 반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님을 봐야 뽕을 딸 수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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