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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내게 있어서 트랙백은-

이 글은 ryan님의 PSSC 블로그"카피레프트 정신의 복원"라는 글을 읽고 예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정리해 적은 글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같은 주제는 아니지만요.)



블로그와 트랙백, 발상의 전환

예전에 블로그라는 걸 처음 알고, 트랙백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 무언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대단함'은 놀랍고도 획기적인 기술의 차원이 아니라 소소한 발상의 차원이었다. 아마도 웹에 대한 내 생각이 그만큼 닫혀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그 새로움은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느꼈던 "서양 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1. 내가 작성한 글의 저작권은 내가 가진다. 그리고, 네 글은 네꺼다.
2. (이 주제를 함께 발전시켜 보자.) 네 생각은 어떠냐? 내 생각은 이렇다.

이런 식의 이 이야기는 다른 표현으로도 가능한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내 똥은 우리집 마당에 싼다." (책임)
"내가 열심히 해낸 생각은 당연히 내 집에 있어야지." (소유)
"니껀 니가 갖고, 내껀 내가 갖는다" (존중)

"난 뒤통수 때리고 잠적하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역시 책임)
"난 공개적으로 토론 가능한 상태이다." (준비)

"내가 네 글 인용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의견 교환)
"내 생각을 너에게도 알려주마. 우리 함께 진행해보자" (협력)

사실 기술적으로 대단한 기능이 아닌 걸 이러한 인터페이스로 구현해 내는 데에는 (순전히 추측이지만) 서양의 문화가 '제대로 된 인용'을 중시하고 '표절'을 심각하게 문제시 삼는 문화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들의 '개인주의적인 사고'가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에 비해 우리는 대화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직까지도 누가 누구와 논쟁을 하면 많은 사람들은 '어느쪽이 이겼느냐'에 중점을 두고 지켜본다. 정작 논의해서 상황이나 제도를 발전시키는데 신경쓰는 것보다 인물과 현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요인 중 하나는 '나이에 따른 서열'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오프라인에서는 빈번하게 '나이순으로 옳고 그름이 정해지곤 하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인터넷이 익명 기반이라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서 결국 본인의 정체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결국 오프라인에서 서로 만나면 온라인에서의 호칭은 부질없어지기 일쑤다. 오프모임 자주하고 시간이 흐르면 열에 아홉은 나이순으로 반말과 존댓말이 재정의되니까. 아직도 우리나라의 성인(成人, adult)는 모두 같은 성인이 아니다. 난 말투로 다른 이를 빈정상하게 만들고, 나이 많으면 당연히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단과 방법을 무시하고 결과에만 신경을 쓰는 문화가 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다. 비교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기느냐 지느냐를 따질 때도 과정이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그리 따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이기면 되는 것. 그래서, 하나하나의 피드백을 받아서 개념이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보다 슈퍼영웅에 의한 커다란 변화를 좋아라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든 좋은 걸 얻으면 됐지 '논의의 과정은 무시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

이렇게 대화가 꺼려지고, 대화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트랙백은 서로 토론을 하고 논쟁이나 논의를 발전시키는데 쓰여지기 보다는 어떤 이가 상대방의 글을 긍정적으로만 참조 (칭찬, 동의)했을 경우에 더 자주 쓰이고, 가벼운 설문조사를 위한 데이터를 모으는 정도의 수준으로 쓰이게 된다.

트랙백은 어떻게 발전할까?

요즘 유행하는 웹2.0의 AJAX도 사실 예전부터 있던 기술을 재포장했을 뿐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웹2.0 자체도 마찬가지이다. 웹이라는 게 윈도95에서 윈도XP로 하드웨어 사양이나 특별한 기술이 대량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새로 탄생한 물리적인 공간은 아니니까. 그러나, 현재 그 발상의 전환이 전체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중이다.

트랙백은 '이동수단 없이 각각 고립되어 있던 섬'같은 각각의 컨텐츠에 '다리' 역할을 해주고, 특별한 추가적인 공간 없이도 컨텐츠를 모을 수 있는 '논리적인 창고'를 만들어주었다. 또한 집단이든 개인이든 상하좌우 없이 '모두가 하나의 개체로 대화 (쓰레드, thread)를 이어나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앞으로 이 트랙백이 또 다른 역할들을 담당하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기능이 될까? 어떻게 쓰면 재미있게 쓸 수 있을까?


p.s.

웃긴 표현이지만, 난 종종 "내가 적은 글을 나중에 보면 얼마나 우스워보일까", "네트를 쓰레기로 만드는데 일조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때마다 "그래, 똥을 싸더라도 최소한 우리집 마당에 싼다"는 문구를 떠올리며 [작성완료] 버튼을 누른다. -_-; (물론 , 그리고 당연히 다른 이의 블로그에 그냥 댓글을 다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내 똥은 우리집 마당에 싸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소중한 황금일 경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이용하겠다는 여러 기업들의 불공정한 약관이 난 약오르다. 물론 그 마당이라는 개념을 '창의적인 창조자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의, 논리적인 공간'으로 보는지, '실제 비트가 저장되는 마그네틱 덩어리'로 보는지에 따라 결과는 서로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