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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노동자와 근로자 / 비정규법안 통과

‘노동자’와 ’근로자’는 또 어떤가. 둘 다 ‘일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으나 전자는 마르크시즘에 기초한 계급의 관점에서 불리는, 즉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가진 존재로 여겨지고, 후자는 사용자 중심의 경제 체계에 비판 없이 순응된 존재로 인식된다. 이 역시 지나친 해석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노동자’와 ‘근로자’의 두 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열전과 냉전의 시대를 거쳐온 우리 역사의 소산이다.

손석희의 세상읽기 - 네이스 - 나이스는 다른 뜻? 중에서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의 특성으로 다음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기업적으로 조직된 노동에 종사한다. 둘째, 잉여 가치의 생산자이다. 셋째, 직업이 불안정하다. '공산당 선언'에서는 프롤레타리아를 "부르주아지에 대항하여 싸울 유일한 혁명적 계급"으로 정의했다. 노동 계급 가운데서도 자신이 착취의 대상임을 분명하게 의식하고 이 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해 투쟁하는 일부의 노동자만을 프롤레타리아로 부른 것이다. (참고 : 장 폴 사르트르, '지식인의 소멸'.)

우리나라에서 노동자와 근로자가 굳이 구분돼 쓰이는 것은 이런 계급적 개념을 배제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노동자에서 계급의식을 인위적으로 거세한 개념이 근로자일 수 있다.

이정환닷컴 - 노동자와 근로자는 어떻게 다를까. 중에서

학교에서는 노동을 신성한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지칭하는 걸 꺼린다. 왜 그럴까?

정부는 노동부 (Ministry of Labor)를 국가조직으로 두지만, 노동부는 노동자라는 단어 대신 근로자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왜 그럴까? (실제로 2006년 3월 1일 현재 노동부 홈페이지에서 검색어를 '근로자'로 검색을 하면 9873건, 검색어를 '노동자'로 검색을 하면 74건의 문서가 검색된다. 그나마 대부분 신문기사 인용에 포함된 단어이다.)

노동 (勞動) 「명」「1」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2」몸을 움직여 일을 함.

근로 (勤勞) [글ː-] 「명」부지런히 일함.

출처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국어대사전

노동부는 그냥 일하는 사람은 안되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부처인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고용자보다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어 같다. "다른 것 (노동운동, 노조 등) 신경쓰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 강요 혹은 계몽.

어쨌든 이제 그 명칭이 근로자든 노동자든 간에, 비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니던 수많은 노동자들 (근로자들)은 1년 11개월 일하고 짤릴 위기에 처하게 된 듯 하다. 학교 선생님이든, 프로그래머든, 디자이너든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 "기간제 근로 2년이 지난 후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느냐"는 경총의 자체 설문에서도 단 11%의 응답자만 '정규직 고용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편 노동부 홈페이지에 "비정규법안 전격 통과, 비정규직 근로자 고용평등 길 열려" 라는 기사가 실렸다. 어째 기사 제목이 잘 못 된 듯 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실직평등 길 열려 (부제: 2년 안에 판가름)" 가 적당한 듯 하다.


그리고

같은 법안을 두고 이 새로운 법안에 우호적이면서, 경영자들을 걱정하며 노동계의 파업 위주의 보도를 하는 신문이 세군데 있었으니 말하면 입 아프다. 다음은 관련 기사들 중 인상적인 기사들이다.

“1년 내내 비정규직과의 분쟁에 휘말릴 것” (동아일보)
550만 ~ 850만 비정규직 고용안정 길 텄다 (중앙일보)
[사설] 非정규직 보호하려면 정규직 過보호 풀어야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