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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inema/talk about movie

House M.D. - 우리 안의 공포

aka 메디컬 드라마 하우스

1 장르는 메디컬 드라마

개인적으로 의학 관련 드라마는 집중하기 힘들다. 어디 의학 드라마 뿐이겠냐마는- 이쪽 관련 드라마는 특히나 전문 용어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집중해서 보는 게 쉽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이유 때문이다. (그 속사포 같은 각종 전문 용어와 약어들은 한글로 읽어줘도 알아듣지 못할 판인데 말이다.)

그래서 '메디컬'을 표방한 이 드라마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는데, 몇몇 웹사이트에서 소개한 설명글에 흥미가 느껴져서 보게 되었다. (대략 그 설명글들은 '괴팍한 주인공', '미스터리물', '서양의 허준' 등의 단어들로 요약이 되었었다.)

보고난 느낌이라면? '공포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는데 성공한 미스터리 의학 액션'이라고나 할까?

2 병원으로 간 CSI?

주인공인 그레고리 하우스 (휴 로리 분)는 병의 원인을 알기 힘든, 치료가 무척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집착하는 의사이다. 그는 심장병 때문에 다리 근육 이상이 생겼으며 그 때문에 진통제를 수시로 먹어대고,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성격은? 한마디로 X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그는 세명의 전문의를 자신의 팀원으로 두고 매 에피소드마다 환자들을 치료해낸다. 그의 팀은 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몰래 집안을 수색하는 건 기본이고, 보호자와의 신경전, 심지어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하우스가 환자를 맡는 이유는 특이하게도, 돈도 빽도 외모도 권력도 아닌 '그의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하우스>는 껍데기는 메디컬 드라마인데, 사실은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매 에피소드마다 의사들이 의문 가득한 환자의 병명을 밝혀내고 치료해내는 문제해결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이 때, '이 환자는 어떻게 감염되었을까', '병명이 뭘까'를 두고 시청자와 머리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시청자는 그저 각본에 의해 질질 끌려가게 된다.

(지금은 재밌게 보지만) 처음에 내가 CSI 시리즈에 재미를 붙이기 힘들었던 이유도 같은 이유이다. 마치 명탐정 홈즈 시리즈*1처럼, 혹은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독자에게, 관객에게 많은 걸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관객은 중요한 단서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극의 전개방식이 기본적으로 필요할 때에만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단서를 제공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난 영화/드라마를 보는 동안 질질 끌려가는 게 힘이 든다.

3 나는 왜 불편하지? - 또 다른 형태의 테러로 겁주기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것 이상으로 여러 모로 불편하다. 그 불편한 이유는 드라마 <24>가 불편한 이유와 여러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무서운 놈들

사실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이 요즘 와서야 색다르게 보이는 걸 수도 있다. (미국의 이야기가) 그렇게 보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역시 911 테러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과 <화씨 911>의 내용처럼 미디어는 노골적으로 특정 집단의 편에 서서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포를 확산시켜서 사람들을 통제한다.

911 이후로 미국의 미디어의 공포요법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일 뿐, 사실 미디어 말고도 이러한 겁주기는 아주 예전부터 있어왔다. 예를 들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기독교 거리 전도사들을 비롯한 많은 종교인들부터 착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갖은 고생과 고통을 당할 거라는 (나쁜 아이가 된다는) 수많은 동화들까지.

미국은 911 이후로 미디어를 통한 대중의 통제가 더욱 용이해졌다면 (혹은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났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6.25 이후로 계속 그 상태가 아닐까? '빨갱이'와 '국익'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4 드라마의 장점?

개인적으로, <24>는 매 에피소드마다 극의 전개상 어쩔 수 없이 다른 사건들이 발생하는 반면 <하우스>는 사건의 패턴이 에피소드 마다 동일한 점이 좀 아쉽고, <CSI>식의 인물고찰에 비해 조금 가볍게 진행되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두번째 시즌이 진행 중이고, 2006년 골든 글러브에서 주연인 휴 로리 (Hugh Laurie)는 드라마 부분 남우주연상 (Best Performance by an Actor in a Television Series - Drama)을 받았고, 2005년 에미상에서는 이 시리즈를 만든 데이빗 쇼어 (David Shore)가 드라마 부문 각본상 (Outstanding Writing for a Drama Series) 을 받았다.

관련 링크

<하우스> 오피셜 사이트
하우스에 나온 용어 정리 (폭스사 제공) (오피셜 사이트의 일부)

House M.D. Guide
House: Transcripts And More! (<하우스>의 모든 대본들)
Medical Review of House (<하우스>에 나왔던 의학정보들)

*1 데이딧 쇼어는 실제로 셜록 홈즈를 모델로 그레고리 하우스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