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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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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니(Sony)사의 Betamax가 JVC사의 VHS에게 밀린 이유가 무엇일까. 서로 경쟁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온 양사였지만, 영상과 음질의 질에서 뒤진 VHS가 이긴 이유로 비슷한 크기의 테입에 더 많은 녹음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게다가 미국쪽 판매를 담당한 RCA사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지원이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시킴으로써 VHS를 시장의 표준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한 것도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 후로 얻은 교훈 때문일까? (당연히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니는 그 후로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했고, BGM라는 거대 메이저 음반사와 자사의 소니뮤직을 합병했다. (재밌는 사실은 BMG는 RCA를 합병해서, 소니뮤직은 CBS를 합병하여 덩치를 키워왔다는 것. 사실 컬럼비아 영화사가 CBS를 만들었는데, CBS가 모회사인 컬럼비아를 흡수통합했지만, 역시 음반부분은 소니뮤직으로 넘어간 것.)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 문화는 소프트웨어라는 것.

(소니는 VHS에 밀렸지만 여전히 영화,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Beta방식이 쓰이고 있고, MD의 ATRAC 방식을 고집하다가 mp3 player를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분야에서 MD와 그것이 이용하는 ATRAC 방식은 유용한 방식이다. 게다가 결국 소니는 합병한 기업들을 통해 일본발 음악을 전세계로 뿌려대고 있다.)

 2 
미애씨와 함께 지낼 때 종종 들은 이야기인데, 학교에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솔직히 한동안 꽤 많은 서양인들에게 '동양문화 = 일본문화'였지 않은가. 물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요즘은 중국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 문화적인 매력으로서의 중국은 아직 일본에 미치지를 못한다고 본다. (적어도 여기서는) 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큰 움직임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벌써 시작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미애씨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패션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건축이나 소품 같은 것들도 함께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뻔히- 다 있는 걸 유독 '일본은 참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단다. 일본에만 있는 게 아니고,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영향을 받은 것도 많이 있을 터인데. 하긴, 그걸 자기네 식으로 발전시켜오고 유지시켜온 건 그들의 공이다.

오늘 Jackie (중국)가 등에 창호지와 나무로 갓을 씌워놓은 걸 일본가게에서 보면서 '일본은 문에도 종이를 발라서 미닫이로 열고 닫는다면서?'라고 물어보길래 '어, 한국도 그래. 물론 요즘 집은 안그러지만.' 이라고 해줬다.

예전에 Michael (호주)과 함께 바에 갔을 때 역시 등에 창호지로 갓을 만들어놓은 걸 보고 이렇게 말했었다. '참 멋지다. (둘러보더니) 그런데, 여기가 어떤 나라 풍이지?' 둘러봤는데, 타이였다. 그래서 '메뉴랑 문 앞의 글이랑 보니까 타이풍인데, 한국에도 이런 등 많아. 분위기도 거의 같다, 모던한 게.' 라고 해줬던 기억이 난다.

해시계를 우리나라가 제일 먼저 만들었는지, 물시계를 제일 먼저 만들었는지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요즘에 와서 전혀 볼 수 없다면 - 어디 교과서에나 볼 수 있고, 아무도 가지 않은 박물관 구석에 전시되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3 
한국 사람들끼리 쉐어 (여러명이 자취하는 걸 흔히 '쉐어'한다고 한다. i.e. I live with my sharemates.)하는 방이나 집에 대한 정보가 올라오는 인터넷 사이트, 카페 등이 꽤 있다. 친구들도 이사할 때가 되면 종종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내가 듣는 이야기 중에 일관된 것 한가지는 '일본 사람들과 지내면 참 편하다- 그들은 시끄럽지도 않고, 무례하지도 않다.'는 것.

물론 과거의 일본인들이 저질렀던 문제 때문에 관념적인 개념의 '일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시드니 시내에는 곳곳에 스시바가 있고, 스시 트레인이 있고, 일본 음식점들이 있다. 심지어 스시를 만들어 파는 곳의 꽤 많은 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시드니에 와서 돌아다닌지 8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김밥전문점'을 보지는 못했지만.

김밥과 스시, 김밥과 스시, 김밥과 스시.

(참고로 내가 여기와서 처음 단골이 된 곳도 일본 음식점이다. 맛, 가격, 청결도, 내(한국사람) 입맛 등을 따져볼 때 많은 한국 음식점들보다 낫다.)

 4 
TV 드라마에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랬고, 어디선가 영어를 쓰는 외국인 친구나 직장동료 등을 데려오면 다들 '와-' 하는 분위기가 되서 서로 친절하게 대해준다. 심지어는 그 외국인 친구 한명이 모임의 중심에 서게 된다.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주고, 그 사람이 입에서 한마디 떼길 기다리고, 영어를 잘 못하지만 아는 영어 다 동원해서 영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친절한 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오버'스러움을 느낀다. 막말로 어떤 이유에서건 한국에 왔으면 어느 정도 '한글'을 좀 알아야 하는 것 아닌가? 잘 몰라도 한마디라도 생각해내고, 만약 정 모른다면 영한사전 (전자사전) 같은 것 하나쯤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지 않느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쓰니까 영어를 배워두는 건 좋지만, '와- 영어야 말로 정말 정말 좋은 것이구나-' 식의 오버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어도 매우 유용하고, 일본어도 매우 유용하다. 그렇지만, 모임에서 누군가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오오오-' 하고 떠받들어지고, 좀 실수해서 말하면 '푸하하- (혹은 피식피식)' 웃고 하는 건 영어를 알고 모르고가 어떤 사람이 가진 지식의 척도쯤 된다는 뜻인 걸까? '왜 지금이 6공화국이지?'에 대한 질문을 모른다고 '푸하하-'하고 웃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문제는 일단 서양에서 온 사람은 독일 사람이든, 프랑스 사람이든, 스페인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영어'를 떠올리는 조건반사에 있지 않나 싶다.

 5 
예전에 해외여행,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소중한 민간 외교관'이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소중한 외교관, 민간 외교 사절단.

맞긴 맞다. 맞긴 맞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전부가 아니니까. '국력'이라고 표현하기도 좀 그렇고, '문화적 수준'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뭐하고, '외교의 힘'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뭔가 이상하지만, 많이 아쉽다.

누구에게 제일 아쉽냐면, 대한민국 정부에 아쉽고,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기업들에게 아쉽다. 이를테면, 삼성이 핸드폰을 유럽시장에 잘 팔려고 유럽인 모델에 유럽 언어'만'을 써서 TV 광고를 하는 사이에, 토요타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일본인 모델에 일본말에 유럽 언어 자막을 입혀서 TV광고를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부재 - 난 분명 한국 사람인데, 주위에서 내가 한국 문화라고 생각해왔던 걸 '중국풍', '일본풍'라고 부르는 통에 우울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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