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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DAUM RSS넷 구독자와 블로거 ... 그리고 MP3

차니님의 Channy's Weblog : 한국 블로그, 구독자는 없다!와 트랙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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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RSS를 효과적으로 이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블로그를 사용한지도 오래 되지 않았고, 블로그의 의미에 대해 잘 모르면서 제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미루어볼 때 블로그가 편할 것 같아서 쓰기 시작한 사용자입니다. 따라서 전문적인 측면보다 일반 사용자의 측면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 RSS란 여러 블로그들에 올라온 포스트(post)를 구독 (subscribe)할 수 있게 해주는 편한 도구입니다. 게다가 지금 제가 지내는 환경은 인터넷이 빠르지도 않기 때문에 파이어폭스의 라이브 북마크 (Live Bookmark) 기능을 매우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라이브 북마크 기능보다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을 가진 많은 RSS 리더기들이 일반 어플리케이션으로도 있고, 웹서비스로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DAUM RSS넷도 이 중의 하나겠지요.

참고로, 저는 블로그라인스 ( http://bloglines.com )같은 서비스를 먼저 접하지 않아서 그것들에 준해 생각하는 건 어렵습니다. 즉, 제겐 DAUM RSS넷은 DAUM RSS넷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차니님의 글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일간 일어난 RSS넷에 대한 논쟁을 보면서 저는 과연 우리나라에 블로거들이 있는지 회의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어떤 블로거는 난 RSS넷이 싫으니 다음에서 나의 RSS를 가져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던 RSS넷 구독자는 어떡하라는 말인가요? 한마디로 구독자가 없는 블로그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만약 그 블로거가 웹 RSS 리더는 다 막겠다면 저는 차라리 그 블로그를 구독하지 않을 것입니다. RSS가 나가는 것을 통제하고 싶다면 차라리 폐쇄형 카페나 미니 홈피를 쓰십시오.

차니님이 하고 싶은 말이 - 외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 (DAUM RSS넷이 참고한 듯 보이는 블로그라인스 같은)들이 있어도 이렇게 이슈가 되지 않는데, DAUM RSS넷을 거부하네 마네 하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뜻인지, 부끄럽다는 뜻인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생각하다 보니까 어떤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던 DAUM RSS넷 구독자에게 블로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뜻이 구독자 없는 블로그를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 차니님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DAUM RSS넷을 이용할 수 있는 구독자는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DAUM에게 회원 정보를 준 이용자'일 뿐입니다. 그들이 블로그를 운영하는지 하지 않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싸이월드 회원들끼리 미니홈피 순례를 하듯 DAUM 회원들에게만 열린 서비스일 뿐입니다. 'DAUM RSS넷 구독자'와 '블로거'라는 개념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지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RSS가 내 동의도 없이 DAUM에 의해 쓰여지는 건 불쾌하지만, 그 밖의 많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으니 '차라리 폐쇄형 카페나 미니 홈피를 쓰라'는 말은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설사 RSS 리더기를 다 막는다 하더라도, 블로그를 왜 쓰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제가 블로그를 쓰는 이유는 블로그라는 '도구'가 저에게 편리해서이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검색엔진은 robot.txt 파일을 서버에 두면 검색을 하지 않습니다. 이메일수집거부 의사를 사이트에 밝히면 내 사이트에서 이메일을 수집하는 건 불법이 됩니다. DAUM RSS넷 역시 당연히 그런 식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DAUM RSS넷을 거부했다고 '한국 블로그, 구독자는 없다!'고 하시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본질은 RSS 기술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RSS 기술을 이용한 모든 RSS 리더기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DAUM RSS넷을 거부하는 것 뿐인데요.

다만 왜 거부하느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DAUM RSS넷만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는 '비밀글 공개건' 때문에 급격히 이미지가 안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블로그라인스 등의 서비스는 모르지만 블로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불은 더욱 커졌다고 봅니다. 거기에 이전부터 DAUM의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했던 사람들까지 합세했겠지요.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RSS넷을 런칭한 것도, 베타테스트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RSS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상세한 설명없이 서비스를 강행한 것도 DAUM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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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DAUM RSS넷 논쟁을 보고 있으면 mp3와 저작권에 대한 소동이 떠오릅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에 마음에 들만한 음악 서비스를 찾기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미니홈피나 서비스형 블로그 등에 배경음악을 달 수 있는 정도가 활성화 되어있지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음악을 달 수 있는 서비스도 있지만, 역시 activeX도 새로 깔아야 하고, DRM도 제각각이어서 정해진 플레이어로만 들어야 합니다. 원하는 노래가 없는 경우는 태반이지요.

그래도, 이젠 조금씩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제껏 불법을 자행해왔음을 인지한 사용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홈페이지에 음악을 올리지 않습니다.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 내가 산 CD를 내 마음대로 이용할 권리도 있지만 말이지요.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의 불씨가 작지만 시작된 것이라 봅니다. (몇몇 사람들은 음반협회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겠지요. 뿌드득-)

차니님 글의 마지막 문단에 나오는 '구독권리', '당신이 구독자가 아니었다면 왜 RSS넷이 편리한지 몰랐을 테니 블로거라고 볼수도 없다' 등등의 말은 그런 면에서 타당하지 않습니다.

DAUM RSS넷은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는 건가요? 저작권자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 건가요? 하긴 곰곰히 생각해보니, DAUM이 저작권자의 기분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신경쓰는 사람은 블로그의 포스트를 작성한 블로거가 아니라 개인정보를 DAUM에 제공한 구독자인 'DAUM 회원'들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위법만 아니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따지면야 DAUM측은 RSS넷을 통해 긁어오는 블로그가 CCL을 따르는 블로그인지 아닌지도 염두할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회원 개개인이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DAUM은 책임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RSS 표준이 미흡해서 블로그의 저자가 누군지, CCL을 따르는지 어떤지 알기도 힘들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자사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서비스를 스스로 런칭해놓고 '그건 우리 잘못이 아니라, 원래 그런거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건 넌센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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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히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은 음반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가수들과 작곡/작사가들, 음반업체 사람들이지요. 그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지 못해도, 더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해도, 현명하지 못하게 소비자들을 협박하듯 '너네들 이제까지 해온 것들 불법이니까 듣지마, CD 사서 들어야 해 !'라고 강요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그 음악의 권리자임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음악을 좋아하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음반의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그러한 음반업계의 상황을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며, '그렇게 한편으로 협박하며, 한편으로 동정심을 유발하며 CD 판매량만 들먹이며 떼쓰는 것보다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표준안을 만들어내고, 좋고 편리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좋을텐데...'라고 하고 있지요.

따져보면, DAUM RSS넷을 거부하는 사용자들이 차니님 말씀처럼 블로그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용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DAUM RSS넷을 만든 분들은 블로그에 열정을 쏟고 더 나은 의사소통을 위해 애쓰는 분들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요즘처럼 '비난하지 마라, DAUM RSS넷은 최선이었다. 당신들은 참 답답하다, 아니 당신들에게는 블로그보다는 미니홈피나 폐쇄형 게시판이 더 어울린다'고 이야기하기 보다 오해와 오류를 하나씩 잡아나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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