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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in Sydney/2004년 8월

last night with Tessie

1
아침부터 일어나 짐을 쌌다. 2달 살았다고 그새 짐이 조금 늘었다 - 많이는 아니고 조금. 이것저것 정리하면서 버릴 것 다 버리고 오늘 저녁, 내일 아침에 이용할 것들만 남겨두고 정리를 미뤄뒀던 것들을 다 버렸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볼 것 같은 것들... 그런 것들 사실 거의 안보게 된다. -_-*

2
학교에 가니 유리씨와 Michael (함께 prac하는 Michael 말고 다른 Michael;;; )이 이야기하고 있네. Michael을 비롯한 몇몇 애들은 새로운 trainer Conrad를 긴장된(?)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하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니. "자, 방금 나눠준 3번째 프린트물 2번째 페이지를 보면 19XX년대의 Bing Crosby가 일반인의 예상을 뒤엎고, 얼마나 놀랍도록 대단한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3번째 프린트물 3번째 페이지의 두번째 단락을 보면 알 수 있는데 - 아, Elvis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끝내고 해주도록 하지요, 그건 3번째 프린트물 1번째 페이지의 4번째 단락과 비교해볼 때 우리는 여기서 과거의 사실이 오늘날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각종 형용사, 부사 등등 작은 수식어들까지 거의 빼놓지 않고 정확한 발음으로 긴 문장으로 이야기를 한다. 비영어권 애들이야 영어 공부할 때 책에서 (테입에서) 보고 듣는 것처럼 이야기하니(^^) 오히려 편할지 모르지만, 호주 애들은 그렇게 느낄 법도 하다.


헤어지기 전에 진영씨, 유리씨와 내일 만날 약속을 하고 집에 왔다. (고맙게도 짐 나르는 거 도와준다고 내가 사는 곳까지 오기로 흔쾌히 승낙들을. ^^) 고마운 마음에; 토요일날 영화 보여주기로 했다.

3
집에 오니 Tessie가 필리핀 음식들을 만들었다면서 (2가지) 맛을 보라고 한다. 하나는 국물이 우리나라 삼계탕 같은 맛인데 meatball과 소면이 들어있고, 하나는 안 매운 닭도리탕 비슷한 맛의 닭요리. 둘 다 맛있다고 하니, Tessie가 진짜냐고 한번 더 물어본다. 사실 (Tessie가 하는 음식들은 거의 다 맛있는데) Tessie는 처음 먹어보는 자기네 (필리핀) 요리를 맛있다고 하니 종종 의아해하곤 한다. (John은 안 먹는 음식들이 종종 있다고;;; )

Tessie는 올해부터 홈스테이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잘 해줘서 고맙다고 종종 연락하겠다고 하니, 친구들을 점점 사귀고 적응하게 되면 연락하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홈스테이 하는 학생들은 그저 이 곳을 지나쳐 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안다고. 쩝, 그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이지... 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고 했다. (나도 궁금하니.)

저녁 먹고 나니, Tessie가 간단한 한국어들을 물어본다. 'How are you?', 'Hello.', 'Thank you.', 'You're welcome.' 같은 것들. 그런데, 정말 알려주기가 참 어렵다. 일단 대부분의 경우 나이 어린 사람에게 쓸 거냐, 나이 많은 사람에게 쓸 건지를 물어보고 나서 대답해줘야 한다. -_-* 게다가 딱 '그거'라고 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표현이 두루두루 쓰이니. 이를테면 'Let's eat.'이 뭐냐고 물어봐서 나이 어린 사람에게는 '(자,) 먹자.', 나이 많은 사람에게는 '식사해요-' 라고 알려주지만, 영 찜찜하다 이거지. -_-;

언어마다 특색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언어들이 한국어 같지 않겠지만, 문화적인 차이까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언어적 차이'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딱 꼬집어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도 많고, 문화의 차이 때문에 아예 한쪽에는 없는 표현들도 있을테고. 예를 들면, 밥 먹기 전에 '잘 먹겠습니다-' 같은 것. 굳이 표현하면 표현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게 뭐랄까... 뉘앙스의 차이가 있잖아;;; 게다가 한국에서는 대접받는 나이 어린 사람이 대접해주는 나이 많은 사람에게 '잘 먹겠습니다-'라고 하면 예의 바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게 예의랑 별 상관없고 (없는 것 같고) 그러니 당연히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맛있어 보이네요-', '오홍- 맛나요-'라고 해주는 게 더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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