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에 남겨진 기록들

Little Gecko by Cougar-Studio

네트가 점점 확장됨에 따라 기존에는 알기 힘들었던 개인들의 사생활이 검색 가능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공의 영역 (public domain) 어딘가에 흔적들을 남기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죠.

블로그,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지식인, 팬사이트, 웹하드 사이트, 사진 공유 사이트... 각 서비스들은 대부분 최근의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놨기 때문에 활발하게 운영되는 서비스의 경우 2-3일만 지나도 자신이 남겼던 흔적은 발견하기 어려워집니다. 사람들은 옆집 사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간단하게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별 의미없는 글들을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 궁금한 것들에 대해 심각한 조언을 얻기도 이해 글을 남기기도 하죠.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밝혀질지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되죠.

•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내가 쓴 글을 찾기가 어렵다.
• 대중들의 관심은 사건, 사고, 유명인에게 몰려 있다.
• 자신이 쓰는 아이디는 특징이 없다. (예: qefjk19, adstr3, tjluvq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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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awful by It'sGreg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 어느 순간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는 순간들이 생겨납니다. 몇몇 네티즌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의도치 않게 네트에 아카이빙된 정보들을 쫒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 내고, 그의 과거 행적을 열거합니다. 이렇게 찾기 시작하면 위의 핑계들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연예인이 사람을 죽였던 사실, 어떤 TV프로에 시청소감을 남겼던 사용자가 예전 성병에 걸렸던 사실, 어떤 정치인이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꿔왔던 사실 등 크고 작은 사실, 누구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어두운 과거들은 네트에 고스란히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검색은 유무명인을 가리지도 않고, 아이디를 이해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무리 오래된 기록들도 찾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수단이죠.

유명한 사람들이야 노란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기록을 남겨주니까 기록도 많이 남아있나 보다 싶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본인 스스로 그 기록을 네트에 새기기 때문이지요. 대부분은 자신이 스스로 적어놓고는 잊어버리지만 네트는 그걸 잊지 않고 간직하고 있고, 네티즌들은 이점을 공략해는자신들이 원하는, 자극적인 과거를 파헤쳐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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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ing to the Interweb Tubes by nickwheeleroz (on holiday)

기록은 말보다 기억보다 오래갑니다. 네트에 남겨진 기록은 네트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할 수도 있죠. 요즘에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기록이 writing 되는 정도가 아니라 streaming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것도 realtime으로 말이죠.

하지만 네트에 남겨진 기록은 - 아무리 스트리밍 수준의 기록이라 하더라도 사실과는 다르지 않나요? 시간을 들여 이해되고 받아들여져야 할 사건, 생각, 행위들이 단순히 몇 줄의 문장으로, 한 줄의 url 링크로 압축되어 표현되는 것이 네트에 남겨진 기록의 한계이자 중요한 속성일 겁니다.

결국 네트에 남겨진 기록은 관점에 의해 사실은 결핍되고, 부족한 문장에 의해 진실은 부풀려지고, 압축된 시간으로 인해 의미가 추가되어 버리기 쉽습니다. 기록에 대한 꾸준한 업데이트와 정정, 트래킹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몇몇 네티즌들은 그 시간 사이의 여백과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 낸 변화와 뉘앙스를 읽어내지 못하고 오늘도 일상의 재미를 위해 사회에 내지르지 못한 분노를 위해 네트에 남겨진 기록들을 갈아엎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드라마를 감상하듯 그 사실과 진실의 파편들을 댓글로 메신저로 트위터로 소비하죠.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네트 상에 남겨진 기록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그 기록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소비되어야 할까요?

iPod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 후에 레이아웃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