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 view & mind

나는 아이폰 출시를 왜 바라는가.

아이폰 국내 출시 떡밥은 지칠 줄을 모릅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수많은 떡밥이 난무하는 현실에 아쉬워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사실 저는 아이'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습니다. 배터리 탈착도 되지 않으니 외부에 있다가 배터리가 떨어지면 난감할테고, 애플 본사가 직접 한국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A/S도 악평이 자자한 애플코리아를 믿을 게 못되고, 무료 A/S 기간을 연장해주는 애플캐어도 몇 만원씩 하는 등 단점이 많기 때문이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출시될 때는 분명히 이통사에서 약정을 걸 것이고, 특이한 데이터요금제를 신설해서 매달 적어도 몇 만원 이상씩 2년 이상 약정을 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 직접적인 이유

저는 제 마음에 드는 모바일 디바이스 (MID, Mobile Internet Device)를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아이팟 터치를 만족스럽게 쓰고 있는 저로서는 아이폰이 제가 원하는 것들을 상당히 만족시켜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원하는 기능들이라는 건 이런 것들이죠.

1. 네트워크에 항상 연결된다.
2. GPS가 달려 있다.
3. 카메라가 지원된다.
4. 각종 유무료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다.
5. (그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원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저는 네트워크에 항상 접속 가능한 GPS와 카메라가 달린 아이팟 터치를 원하는 거죠. 기능 추가에 대한 제 생각이 크게 무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요즘은 카메라에도 GPS가 달리고, 신발에도 네트워크 서비스가 연결되는 시대잖아요.

사실 전자기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미 무언가를 덕지덕지 들고 다니고 있죠. 핸드폰, mp3 플레이어, 카메라, 노트북... 이걸 하나의 기기로 축소시켜서 들고 다니면 얼마나 편하겠어요. (최근 나온 아이폰 3G S 모델은 비디오 기능까지 된다는군요.)
 
이 기능 추가된 아이팟 터치라는 게 현실에는 없는데, 마냥 제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는 팔고 있는 기계라는 거고요.

둘째, 간접적인 이유

저는 아이폰 이후에 나올 더 좋은 스마트폰 (혹은 모바일 디바이스)을 써보고 싶어요.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이슈가 되고 있는 HTC의 구글폰 G1 이라든가 호평이 자자한 팜 프리 (Palm Pre) 같은 모델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이폰이 출시됨으로써 향후 많은 단말기들이 국내에 들어올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의견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이통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동통신망을 닫아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들이 가진 주도권, 기득권은 절대적이고 독점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요. 그들은 단순한 망 사업자가 아니라 무선망을 이용한 각종 서비스의 권한까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막을 수 없지요.

수많은 모바일 컨텐츠 회사들의 흥망은 이통사의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 되어 왔고, 위피라는 개념은 이통사들 간의 의견통합이 되지 않아 말 뿐인 규격이 되어 버렸고, 오픈넷은 여전히 지지부진할 뿐이고, 3G 서비스면서도 USIM을 갈아끼워봐야 서비스 변경이 되지 않았고, 국내 단말기 제조 회사들이 해외에서 팔던 제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기능을 축소시켜서 들여오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뜻이죠.

우리나라가 IT 강국인가요? 모바일 쪽은 어떤가요? 모바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을 보면 절대로 강국이라고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이통사들은 매분기 순이익이 몇 천억대이지만, 우리에게 제대로 된 모바일 서비스, 모바일 컨텐츠가 없는 것은 역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아이폰은 커녕 앞으로의 새로운 단말기들은 나오기 힘들 거예요. 저는 아이폰 출시가 이런 막힌 구조를 뚫어줄 수 있는 단초가 됨으로써 우리나라 모바일 환경이 더 좋아져서 더 좋은 모바일 서비스를 받고 싶은 거죠. 아이폰 뿐만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여러 다른 단말기들도 이런 역할을 하겠죠.

지금도 돈 잘 버는데 수익율 떨어질 게 뻔한 사업을 왜 해.

이통사들의 순이익은 1분기에 몇 천억대입니다. 1분기에 몇 천억대이니, 1년이면 순이익이 조 단위가 되는 이통사도 있다는 거죠.
 
SK텔레콤이 30일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적에 따르면 당기 순이익이 3167억 원으로... (후략)
... KTF의 경우 1분기 당기 순이익은 1275억 원으로 520.9% 증가했으며, LG텔레콤의 당기순이익은 761억 원으로 52.1% 늘었다. (후략)

지금부터 아래에서 들 예는 아주 단적이고 매우 작은 부분입니다. 비록 일부분이겠지만, 아래와 같은 자료를 보여주는 건 재밌습니다. 핸드폰 게임을 다운로드 받는데 드는 비용 분석 말이죠.

실제로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2,500원 혹은 3,000원입니다. 그건 정보이용료이고, 데이터통화료를 추가하면 위와 같은 금액이 나온다는 거죠.
 
그렇다면 국내 모바일 컨텐츠 업체와 이통사간의 수익 배분을 알아보죠. 저 위의 정통맞고 2009를 예로 들어보죠. VAT 포함인지 아닌지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으로 적힌 것이니 VAT 포함일 것 같아요.

정통맞고 2009 각 주체별 수익배분율

▶ SKT 쪽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
= 7,855원 (정보이용료 + 데이터통화료)

▶ 정보이용료의 수익배분율
   개발업체 : 이통사 : 위피기술사용료 = 85% : 15% : 5%

따라서,

▶ 게임 개발사가 가져가는 금액
    3,000원 X 85% = 2,550원 (정보이용료의 85%)

▶ 이통사가 가져가는 금액
    3,000원 X 10% = 300원 (정보이용료의 10%)
    7,855원 - 3,000원 = 4,855원 (데이터통화료의 100%)
============================
    합계 : 5,155원

▶ 위피 기술을 구현한 업체
    3,000원 X 5% = 150원 (정보이용료의 5%)

수익구조가 좀 웃기지 않나요? 이를 테면 횡단보도 앞에서 2,000원어치 떡볶이를 팔면 트럭부터 떡볶이 재료까지 다 준비한 후 직접 노동력까지 들여 만든 떡볶이 아줌마는 648원을 벌고, 나머지 1,352원은 그 횡단보도 앞 땅 가진 사람이 가져가는 겁니다. 좀 이상하지 않나요;;;
 
현실은 이런데, 애플은 앱스토어 하나 열어놓고 수익을 7 (개발자) : 3 (애플)로 나누는 애플은 좀 심하고, 국내 이통사는 9 (제작사) : 1 (이통사) 로 하니까 좀 낫다고 이야기하면 너무나 웃기다는 거죠.


만약 제가 '국내 모바일 산업의 미래를 전혀 걱정하지 않으면서 이통사의 대주주로 있다면' 아이폰 같은 건 절대 들여오지 않을 거 같아요. 이통사의 플랫폼을 빼앗기니 수익율도 엄청 악화될 거고, 그 동안 누려왔던 독점적인 위치도 무뎌질테니까 말이죠. 정부가 독점의 횡포를 막지도 않고 (하긴 SKT 같은 경우는 오히려 정부의 특혜로 시작을 했죠), 이건 불법도 아니잖아요!

혹은 그냥 시늉만 할 거예요. '곧 들여오겠다. 조금만 기다려라',  '우리 이통사는 이렇게 신기술에 잘 대응하고 있다', '우리 이통사는 고객의 편의를 최대한 생각한다' 이러면서 시간을 끄는 거죠. 1분기만 시간을 끌어도 별다른 위험 요소가 추가되지 않은 채로 발생하는 순이익이 몇 천억인데, 왜 바보 같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가 펼쳐질 결정을 하겠어요.

해외의 많은 이통사들은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익을 다각화하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뭐 이미 망을 독점해서 얻은 엄청난 프리미엄으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아직은' 별로 없을 거고요.

p.s.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아래와 같은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우리나라의 시장을 해외 기업에 송두리째 주자는 게 아니라 비틀린 시장이 정상은 아니라는 게 제 의견이예요.

애플이 자선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서일 것이고 (제조사, 통신사 모두)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다른 결정이 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의 시장 상황이 그만큼 애플이라는 외국 회사에 대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증일 것입니다.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마저도 한국에서는 전혀 힘을 못쓰고 있죠.

저는 사실 이러한 상황이 자랑스럽습니다. 왜냐면 우리의 내수 시장을 우리나라 업체들이 나름의 전략과 방향성으로 잘 지켜내고 있다는 뜻이 되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고민하고 기원해야 할 것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잘 전환해서 국내의 소비자들도 더 많이 만족시키면서 국외에도 진출하여 사업적으로 성공하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권순선님 @ KLDP - 아이폰 출시불발 == 한국은 IT후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