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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씨네21 니콘카메라 가짜 당첨자 사건에 대한 의문

제가 트위터에 적은 트윗을 보고 민노씨가 연락을 해 왔습니다. 제가 씨네21의 14주년 이벤트의 당첨자가 가짜라는 글을 소개했거든요.
 
민노씨는 대략 이런 걸 궁금해 했습니다.

이거 진짜냐
가짜일 가능성도 있느냐
진짜라면 너무 황당한 것 아니냐

저는 이렇게 대답했죠.

글쎄, 자세한 건 알 수 없다
하지만 억지로 꾸며서 적은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IT 업체들에서 저런 일들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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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씨네21 이벤트의 니콘 디지털 카메라 당첨자를 가짜라고 이야기한 글이 꾸민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한 건 2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1. 작정하고 이슈화 시킬 거였으면 파란 경품쟁이 같은 사이트에 올렸겠는가 하는 겁니다.
 
다음 아고라나 다른 큰 커뮤니티에 올렸겠죠. 그리고, 제가 저 글을 봤을 때는 하루가 지났음에도 조회수가 800 여건 정도 밖에 안되었어요. 그 이후에 (여기 저기 링크가 되었는지) 조회수가 엄청 늘었죠. 다른 글들은 보통 50 ~ 200 정도의 조회수 밖에 안되고요.

2. 사용자가 아이디를 하나씩 조회해보고 긁은 내용이 꾸민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글 쓰신 분 (해피baby)이 만약 캡쳐만 했다면 알 수 없었을 텐데, 오히려 긁어 붙이기를 해서 명확해진 경우입니다. 파란 경품쟁이 게시판은 HTML 편집이 되는 게시판입니다.
 
사용자가 저 아이디들이 진짜인가 의심스러워서 일일이 회원가입을 시도하면서 당첨자라고 밝혀진 아이디들을 하나씩 넣어본 것 같은데요. 저 게시물의 소스를 일부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제가 밑줄 그은 저 부분은 실제 회원가입 페이지에서 사용되는 소스들입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사용자가 실제로 저 아이디를 모두 쳐 봤다는 걸 알 수가 있지요. 씨네21을 엿먹이려고 대충 화면에 보이는 부분만 여러 번 복사한 게 아니라는 거죠.

input box의 value라든지, onsubmit의 함수라든지 action 시 url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실제로 클릭 한 번만 더 하면 바로 회원가입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간 상태에서 복사를 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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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여기까지 대화하던 민노씨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씨네21에 연락을 하고 그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죠.

▶ 2009년 6월 8일 15시 28분 - 씨네21에서 이벤트 당첨자 발표
▶ 2009년 6월 8일 21시 28분 - 해피baby님이 파란 경품쟁이 게시판에 의문을 제기
▶ 2009년 6월 9일 16시경 - 민노씨 1차 문의 (결과 : 이벤트 담당자 외근 나가서 몰라요)
▶ 2009년 6월 9일 17시 20분경 - 민노씨 2차 문의 (결과 : 1차 문의와 비슷)
▶ 2009년 6월 9일 17시 32분 - 이벤트 추첨 오류 공지
▶ 2009년 6월 9일 17시 37분 - 이벤트 당첨자 재공지
▶ 2009년 6월 9일 18시경 - 민노씨 3차 문의 (결과 : 전산상의 오류였어요)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말이 이런 거겠죠. 하필 민노씨가 2번이나 문의한 이후에 이벤트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히고, 당첨자를 재발표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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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가 3차 문의를 했을 때 담당자와 한 대화 속에서 저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 '씨네21' 14주년 니콘 카메라 이벤트를 했잖아요, 그런데 이게 '가짜 이벤트'다.. 뭐..
= 아, 그건 아니구요. 저희쪽에서 확인하고, 재공지 올라갔어요. 당첨자 발표를 전산상의 오류로 잘못 난게 있어서, 다시 추첨하고 사이트에 올려놨거든요.

- 기존에 발표한 글 3383번이 바뀌었다는 건가요?
= 저희 사이트에서 재공지 들어간 부분 있잖아요.

- 기존 글로 접근하면 에러페이지가 뜨는데요, 기존 게시글(발표)은 사라진건가요? (실제로 사라졌음)
= 그게 재공지로 바뀐 것 같은데요.

- 기존에 잘못 공지된 분들은 어떤 전산상의 착오신가요?
= 말씀 그대로 전산상의 오류로 그렇게 된거구요.

- 제가 파란 게시판을 보고, 이게 충분히 의심할만한 상황이고, 그래서 문의드린거잖아요? 기존에 잘못 발표된 아이디들이 지금은 다 가입된 아이디로 되어 있던데요..
네, 왜냐하면 그 분들(파란게시판쪽 분들)이 어제 가입을 하셔서, 그 분들은 원래 이벤트 참여하신 분들이 아니라서 취소하고 다시 발표를 한 거 거든요.

- 담당자분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는게 '전산상 오류다'라는 건가요?
= 네, 그게 잘못 추출된 게 저희측에서 확인하지 못해서 그냥 발표가 나가버린거예요.

- IT 쪽에 있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게 좀 '구라 이벤트'들도 많다...(ㅎㅎ)
= 우리측에서 이벤트 14분 뽑은 건 있잖아요, 매일 매일 이벤트 참여하신 분들 추첨해서 뽑았기 때문에 문제는 없거든요.

빨간 글씨들은 모두 담당자가 답변한 부분인데, 핑계가 참 궁색합니다. 모순된 점도 있어요. 한번 살펴보죠.

그 분들(파란게시판쪽 분들)이 어제 가입을 했는데, 그 분들은 원래 이벤트에 참여한 분들이 아니라 취소를 했다.

추정컨데, 파란 경품쟁이에 글을 올려놓은 후에 "그래? 없는 아이디야? 그럼 내가 그 아이디로 가입하면 그 경품 내가 받게 되는 거겠네?" 라고 생각한 분들이 있었을 테고, 실제로 가입을 한 분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가입한 게 아닐 수도 있잖아요. 파란 게시판을 통해 알게 되서 그 아이디로 가입했는지 어떻게 안 걸까요? 관심법을 쓰신 건가... 경품을 안주려고 없는 아이디를 골라서 리스팅을 했는데, 갑자기 그 아이디가 있으니 취소한 게 아닌가요?

또, 씨네21은 경품 받을 아이디를 이미 다 선정해 놓은 상태에서 (그것도 어제 선정이 완료된 상태) 새삼스럽게 그 사람이 언제 가입했나... 이런 것도 다 까보나요? 보통은 이미 선정된 아이디니까 그냥 주소 확인해서 보내주지 않나요?

혹은 이미 회원 DB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 뽑은 다음에 그 중에서 아이디만 뽑아서 게시판에 공지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렇다고 하면 이미 게시판에 쓰기 전에 잘못 선정했다는 걸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문의가 있은 후에야 (그것도 발표 후 하루가 지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군요.

최초 당첨자 14명은 매일 매일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을 추첨해서 뽑은 것이다.

말이 안됩니다. 매일 매일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서 추첨해서 뽑았는데, 어떻게 모두 회원가입 조차 안된 아이디들만 있었던 걸까요? 글쓰지 않은 아이디도 아니고 회원가입 조차 안되었다는 게 심하게 코미디죠. 아이디 1개도 아니고 전부가.

매일 매일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건 그 아이디로 이벤트에 참여한 기록이 DB 어딘가에 존재를 해야 한다는 거죠. 매일 매일 참여한 사람 중에 뽑는데, 어떻게 그 아이디의 실제 인물이 없는 걸까요?

실제로 해당 아이디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파란 게시판 분이든 다른 분이든 그 아이디로 새로 가입을 할 수 있었죠. 이건 담당자분 스스로 밝힌 거고요. 도대체 누굴 뽑은 걸까요? 매일 매일 이벤트 참여한 귀신?

쉽게 말해 오류였다고 하더라도 이건 전산상의 오류가 아니죠. 사람의 오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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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민노씨가 이런 사기성 이벤트 결과 발표에 대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라며 흥분할 때도 담담한 입장이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고요. 이런 사기성 이벤트는 인터넷 서비스 쪽에서는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요? 개인적인 비리부터 회사 차원의 비리까지 다양하니까요.

큰 회사, 작은 회사 가릴 것도 없죠. 아예 대놓고 게시판에 "우리 커뮤니티분들에게만 알려줄게요. 내가 이번 이벤트 담당자인데, 이벤트 참여하고 나에게 아이디 알려주면 내가 다 뽑아줄게요. ㅋㅋㅋ" 뭐 이런 류의 글들이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고, 이벤트 담당자의 가족, 친구 등의 정보를 사용해 경품을 받거나 아예 회사 직원들에게 주는 경우도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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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경품 이벤트가 이렇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일부겠지요. 이쪽 관행(?)을 익히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냥 시큰둥하긴 했지만, 민노씨가 문의해서 담당자가 전산상의 오류라고 답변한 걸 보니 문득 이 말이 생각나더라고요.


오해입니다.


이 말을 주로 잘 쓰는 단체가 저어기~ 있죠. 바로 우리의 오해정부.

어처구니 없는 일 발생
-> 국민들 항의
-> 그런 일 지시한 적 없다 시치미
-> 국민들이 사실을 밝혀냄
-> 조사해보겠다고 시간 끌기
-> 국민들 항의 계속
-> 절차상 문제점 및 진실들이 속속 드러남
-> 국민들 분노
-> 오해입니다 어허허허허허허
-> 지지율 타격 받지 않음 + 어처구니 없는 정책 계속 + 국민탄압 계속

뭐, 이 오해크리는 네이버도 가끔 이용하는 방법이긴 하죠. (해당 링크는 펄님의 블로그입니다. 네이버 링크를 바로 걸고 싶었는데, 세상에나... 벌써 원본 링크가 사라져버렸군요. 우직스러운 우리의 대표 포털.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