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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harge my life

rest in peace, Heath Leger



Charlie Haden and Pat Metheny - Spiritual

호주에 있을 때는 작정하고 돌아다닌 적이 많다. 아니, 작정하지 않아도 하늘의 바닥 즈음에 낮게 깔린 구름과 그 아래로 멀리까지 펼쳐진 길을 보며 절로 걷고 싶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예전에 스트레스와 서글픔이 섞인 기묘한 조임을 견디지 못해 사당에서 김포공항까지 걷곤 했던 그런 느낌으로 걷지는 않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떠나는 사람들을 구경한 후 떠나보내는 사람 따위는 뒤에 남겨두지 않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던 그런 복잡한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여기에서도 혼자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럴 때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큼지막한 하드형 mp3 플레이어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와 귀에 걸려 떨어지지 않는 곡이 있었다. 찰리 헤이든과 팻 메시니가 연주한 곡 말이다. 스피리추얼.

당시 난 호주에서 혼자 걸으며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울었다. 겨울이었을 12월에 반팔을 입거나,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이거나 이 곡이 흘러나오면 온 세상이 조용해지는 것 같았고 나는 혼자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곤 했다.

내 두꺼운 하드형 mp3 플레이어 안에는 수백 곡도 넘는 음악이 들어있었으나,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겉으로 혹은 속으로 울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이 곡을 찾아듣는 날도 있었다. 슬퍼서가 아니라 듣고 나면 울고 나면 마음이 혹은 내 무언가가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수많은 곡들을 제껴두고 듣는 날들이 있었다.

애니 프루가 소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애니스가 잭의 뒤로 다가가 노래해주는 장면을 쓰며 힘들어 했던 시기에 이 음악을 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떠나보낼 사람도 없는 공항에 혼자 걸어갔다 돌아을 때의 느낌부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곳으로 혼자 걷곤 했던 그 거리에서 느꼈던 감정까지.

나는 결국 여기에 돌아왔고, mp3 플레이어는 어느 술 많이 마신 날 잃어버렸지만, 앞으로도 스피리추얼은 쉽게 듣지 못할 것 같다. 아마도 어디선가 이 음악이 들려오면 예전 그 때처럼 울겠지. 겉으로든 속으로든.

Heath Leger (1979.4.4 ~ 2008.1.22),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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