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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신비감 그리고 동업자 정신

난, 적어도 우리나라의 음반산업이 망한 여러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신비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력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팬들 앞에 서서 폼을 재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가수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며 너도나도 공짜 TV 앞으로 나와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발라드를 부르는 가수들이 연예 프로에 나와 영구 흉내를 내는가 하면, 멋진 안무를 보여주던 댄스 가수들이 리포터가 들이댄 카메라 앞에서 엽기 애교 댄스를 춘다.

이 이상한 경쟁이 과열되더니 급기야는 그 가수의 공연장에서도 볼 수 없는 각종 스페셜 퍼포먼스를 (무료) 방송에서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고 그 가수들의 인지도를 (일시적으로) 높여줬지만, 대중들은 그 인지도를 타고 레코드점으로 달려간 게 아니라 다시 TV 앞에 모였다. 안그래도 매체간의 경쟁이 심해지는 시대에 가수들은 (기획사들은) TV쇼와 영상에 헤게모니를 내 주고는 그렇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야기하자면 길어지지만 그 전초에는 열린 음악회가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가수가 손해만 보느냐 하면 그것도 아닐터이다. 이를테면, 그렇게 해서 인지도를 얻은 가수들은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클럽이나 행사장을 다니면서 돈을 번다. 무한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바보 흉내를 내며 대중들로 하여금 CD를 사게 만들기 보다는 TV 앞에 모여들게 만들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남았기 때문에 행사에 초청도 되는 것이라고 자위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니 예전에는 행사도 뛰고, CD도 팔던 가수들의 수입원 중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행사를 뛰지 않고 콘서트와 음반판매를 주력으로 했던 가수들만 불쌍해졌다.)

그러는 동안 인터넷은 발달하였고, 어떤 병적인 공유정신 또한 발전하였다. 이 단계에서 몇몇 음반으로 승부를 하고 있던 몇몇 가수들마저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 때에도 위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무선을 통한 디지털 음원의 유료 다운로드 쪽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음반업계의 삽질로 이 신천지마저 이통사와 인터넷 업체에게 넘겨주고 가수들은 모두 다시 딴따라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잃어버린 신비감은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는 있기나 할까? 서태지처럼 혹은 비처럼, 보아처럼 무작정 연예 프로에 나오지 않는 것이 방법이 될까? (여기에는 '기획사'라는 또다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일단 생략) 이 신비감만 되찾아도 적지 않은 것들이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 이 글은 예전부터 한 생각의 일부를 (한XX 기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은 기자 이름도 없는 기사 하나를 보고 적는 글이다. 이 사람들이 이런 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 스타마케팅의 내면에 숨겨진 위선을 끄집어 내기 위해서? 자신이 일하는 신문사의 어떤 부조리에 대항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보기엔 자기가 찍은 사진 확인하고 신문사로 전송하면서 키득키득 거리는 (혹은 아무런 감정조차 없는) 가학증 환자들일 뿐이다. 혹은 다른 많은 가능성들을 죽이든 말든 당장 돈은 벌어야 하는, 동업자 정신이 결여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