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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view & mind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두가지 생각

종교와 정치 이야기는 되도록 이야기를 피해야 한다고들 한다. 종교는 신념과 관련된 주제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라는 개념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신념을 가진 사람만이 감동을 줄 수 있고, 정치는 감동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가들과 종교인들은 서로 협상하고 타협하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긴 하)지만 그들을 따르는 신자들과 지지자들은 굉장히 배타적이고, 생각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각설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법 중에서 헌법 제18조 2항 스스로 선택하는 신념을 가질 자유를 침해하게 될 어떠한 강제도 받지 않는다라는 최상위 법이 있다고 한다. '있다고 한다'라고 하는 이유는 평상시 살면서 그 법이 있는지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도 '제대로 된' 혹은 '스스로의 의지에 충실한' 행동들이 희귀한 사회라 여러가지 드는 생각에 대해 개인적으로 의문이 들긴 한다. 그렇지만, 그러진 않으리 - 이를테면 선고를 내린 판사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으리라는 음모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적고 보니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의 의지에 충실한' 행동들은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다. (위의 단락에서의 뜻은, 진정으로 자기가 바라는 것을 위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다는 의미로 쓴 것이다.) 시험을 잘 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수영을 배우고, 뱃살이 찌지 않으려면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해야하는 게 당연하지만, TV에서만 봐도 이런 것 대신 돈으로 좋은 대학에 가고, 권력으로 군대를 빼고, 다이어트 한다고 약을 먹다 죽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가 모든 매체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용어이기 때문에 쓰고 있지만 사실 난 이 용어는 적절치 않는다고 본다. 저 말이 의미하는 것이 군대를 간 사람들이 비양심적이라는 뜻도 아닐테고, '전적으로 양심에 의해서'라기 보다는 '(그들의) 종교적인 깨우침과 더불어' 거부를 하고 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과는 다르게 특정 종교 신자가 아니면서 병역 거부를 선언한 사례가 있긴 하다.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겠다. 매체에 나오지 않은 걸로 보아 아직 진행 중일 거라고 짐작한다.) 따라서 종교적 신념의 병역 거부, 자발적 신념의 병역 거부 등 보다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번 판결 기사를 읽으면서 상반된 두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도 우리나라엔 비전향 장기수가 있다. 국가보안법도 있다. 솔직히 거기까지 의미를 확대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의도하지 않는(?) 파시즘적인 성향이 있다. 문희준은 어쨌거나 무뇌충이고, 유승준 스티브 유는 어쨌거나 스티붕 유다. 진중권의 정치적 견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파시즘적인 발상에 몸서리를 치는 그의 견해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요즘엔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모난 돌이 정 맞으니 평범하게 살으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어오며 자라지 않았나.

그렇다. 나는 이번 판결을 인권이 인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단초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판결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건 우려일 뿐이지만, 병역 거부가 다른 방식으로 이용되고, 그로 인해 어린 사람들이 분단된 조국에서 한민족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인식을 쉽게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말은 일단 말이 안된다. 이런 논리가 맞다면, 신성한 납세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도 무죄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내는 세금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무기를 사는데 이용이 되기도 하고, 내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 과거부터 우리 민족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친일파, 친미파들 중에서 계속 정부의 관리직에 남아있는 놈들의 녹봉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유와 의무가 충돌해서 자유가 무죄라면, 그 양심적인 판단과 배치되는 의무는 더 이상 신성한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방안이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병역 문제가 나올 때마다 병역 의무를 다한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이 큰 이유는 병역의 의무를 다 했기 때문에 주어져야 할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우'가 없기 때문이다. ('군가산점'이라면 그건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최소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병역을 마쳐야 한다거나 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독거 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한 부분들에 그들이 투입되어 열심히 대체 복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사회에 대한 봉사적인 의미로서의 의무를 수행할 곳은 군대 말고도 우리나라 곳곳에 널려있다.


기사 보기 :: `양심적 병역거부' 첫 무죄 선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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