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vely cinema/small talk

짧게: 야연 (夜宴, The Banquet)

aka 夜宴, The Banquet


1 그래도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억이 있어서 이 영화의 내용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하나에서 가져온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결정적인 실수는 어렴풋이 '멕베스'로 알고 있었다는 것. 영화를 보며 아무리 머리 속으로 '멕베스'에 맞추며 보려 해도 정작 내용은 '햄릿'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한동안 이상하다 싶었지만, 결국은 '햄릿'이었던거지.

2 이런 식의 중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은 장이모의 <영웅> (英雄, 2002)이었던가? 그 이후로 나오는 이런 형태의 영화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1)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 (2) 거대한 스케일, (3) 늘어지거나 심심한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영웅>의 내용 전개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이전까지의 장이모 감독의 영화세계와 달라서 비판은 받았을지언정.) 이 영화도 이 세가지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늘어지는 내용 같은 경우는 템포가 조금만 빠르게 연출/편집했어도 많이 커버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슬로우 모션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진행되니까 "얘네, 폼 너무 잡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조금만 빠르게 진행됐어도 10-20분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3 (당연히) 햄릿과는 몇몇 디테일이 다른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햄릿 격의 우 루완 (다니엘 우 분)이 아니라 그의 어머니 거트루드 격인 완 (장쯔이 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진심은 모호하게 그려진다. 그녀의 속내를 드러내는 듯한 장면들이 여럿 있긴 하지만 그게 제대로 느껴지지 않더라.

4 홍보 포인트의 또 다른 하나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원화평이 지도한 액션신. 원화평이 했다고 생각하고 보니 왠지 모르게 <매트릭스>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2차원적으로 움직이는 화면이라든지, 상대방을 타격하기 직전에 편집되는 컷이라든지, 한명 대 여러명이 붙는 장면 같은 것들.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우 루완을 잡으러 자객들이 들이닥치는 장면과 중반에 완과 우 루완이 짧은 검을 가지고 발레하듯 검술을 선보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5 홍보 포인트 중의 하나는 <와호장룡>의 탄 둔 (Tan Dun)이 맡은 음악이었는데 내 기대가 크긴 컸나보다. 중국의 전통음악과 서양의 클래식이 섞이긴 했는데 그 모양새가 섞이다 만 듯하여 아쉬웠다. 하지만, 오페라 분위기의 트랙들은 강렬한 색감의 화면과 잘 어울려 인상적이었다.

/ /

한글 홈페이지 : http://yayeon.co.kr
영문 홈페이지 : http://www.thebanquetthemovie.com

장쯔이에게 절하는 베니스 영화제 마르코 뮐러 집행위원장




제목 : 我用所有報答愛 (Only For Love, 메인 테마)
작사 : 範學宜
작곡 : 譚盾 (탄 둔, Tan Dun)
노래 : 張靚穎 (장량잉, Jane Zhang)